6개월째 '아시안컵 우승' 외치는데 , 여전히 위태위태…클래스 차이로 찍어 눌렀을 뿐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아시안컵 우승을 자신하지만 클린스만호의 준비 과정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참 오래 걸렸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 32분 상대 진영에서 황인범이 문전으로 찔러준 볼이 상대 수비수 몸 맞고 튀어올랐다. 기회를 엿보던 조규성이 헤더로 연결해 값진 결승골을 뽑아냈다.
여러모로 의미가 큰 득점이었다. 조규성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 멀티골 이후 10개월 만에 A매치 득점포를 가동했다. 덕분에 클린스만호는 출범 후 6경기 만에 첫 승리를 따내며 길었던 부진의 늪을 빠져나왔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클린스만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여러 잡음이 뒤섞인 상황에서 고대하던 승리였기에 환호를 내지를 법도 했을텐데 흔한 미소 한번 짓지 않았다. 패장인 로베르토 만치니 사우디아라비아 감독과 악수를 할 때 되어서야 웃음을 머금었다.
클린스만 감독도 이겼다고 만족하기에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음을 느꼈을 테다. 이날 대표팀은 전체 슈팅수에서 18대7, 유효 슈팅에 있어서는 9대2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압도했다. 이런 경기를 하고 1-0의 스코어라면 응당 결정력을 높이지 못한 공격진을 탓할 만하다.
하지만 약속된 플레이 하나 없이 솔로 플레이로 이 정도의 차이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선수보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화살이 향할 수밖에 없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월드컵에서 약속된 플레이로 주도하는 마무리를 펼쳤던 대표팀의 퇴행이 분명하게 다가온 경기였다.
골 장면을 돌이켜보더라도 선수들의 기량이 만들어낸 과정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을 받은 이재성 주변에 빨간 유니폼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손흥민, 황인범이 페널티박스 근처에 있었기에 중단거리 패스가 이뤄졌다. 손흥민이 영리하게 흘려준 볼을 황인범도 논스톱으로 찔러줬다.
사실 황인범의 패스가 정확하게 연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다보니 상대 수비 맞고 굴절됐고 조규성에게 연결된 조금은 행운이 깃든 골이 됐다. 조금은 투박한 연계였다.
이런 흐름의 공격 전개가 많았다. 황희찬은 주로 측면에서 상대 수비에 둘러싸여 홀로 풀어내려 했고, 손흥민과 이재성은 볼을 받아 동료에게 되돌려주려 움직였지만 패스하기까지 가는 과정에 상대 수비를 여럿 통과해야만 했다.
이러니 손흥민과 이재성은 후반 중반만에 체력이 고갈된 모습이었다. 이들을 대신해 들어온 자원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를 풀지 못하면서 후반 막바지 수세에 몰리게 되는 원인이 됐다.
확실한 빌드업 패턴이 없다보니 후방에 과부하가 걸렸다. 중앙 미드필더 박용우를 비롯해 패스가 정확하다는 김민재까지 미스가 많았다. 모험적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패스를 시도한 탓이다. 월등한 슈팅 차이에도 사우디아라비아에 아찔한 상황을 더 내준 것만 같은 것도 불안한 후방 처리 때문이었다.
특히 포백 완성도는 6개월에 걸쳐 만든 것 치고는 많이 헐거웠다. 부임 후 오른쪽 풀백을 찾으려는 고민이 느껴지는 클린스만 감독인데 이날도 대체로 위기를 허용하는 빌미를 제공한 위치가 오른쪽에 치우쳤다. 설영우는 높이 올라가지 않으면서 밸런스를 잡으려 했으나 정작 수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진을 제어하지 못했다.
김민재의 파트너도 걱정거리다. 정승현이 호흡을 맞췄지만 경기 초반 김승규 골키퍼와 호흡 미스를 비롯해 조금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럴수록 김민재의 커버 범위만 늘었고, 종종 나온 실수에 가슴이 철렁였다.
공격은 화려하다. 아직 다득점 활로를 뚫지 못하고 있지만 유럽파의 기량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차이를 만들어낸 점은 아시안컵에서 화끈한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같은 체급을 만났을 때 드러날 수비의 허점은 클린스만호 출항 이후 줄어들지 않고 있다.
3월부터 9월까지 숙제는 한결같다. 9월 A매치 2연전에서 무실점을 했다고 만족할 수 없다. 아시안컵 주요 경쟁국인 일본만 하더라도 9월 유럽 원정 2경기에서 8골을 뽑아냈다. 이런 공격진을 막아내기에 클린스만호의 수비 조직력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 아르헨티나전 승리를 끝으로 A매치 6연패에 빠져있다. 다시 침체기에 들어간 팀을 상대로 더 시원하고 확실하게 전망을 밝혔어야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에도 "아시안컵에서 우승할 수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외유와 불성실이 더해진 가운데 6개월에 걸쳐 공을 들였다기에는 여러모로 민심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을 90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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