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점상 C&W 대표 "부동산 리스크 대응 능력 키웠다"

김노향, 정영희 기자 2023. 9. 1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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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초대석/ 황점상(Richard Hwang)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코리아 대표
MZ세대 성공 열망 높아… "성과보수가 기업의 경쟁력"
황점상(Richard Hwang) 쿠시먼 앤드 웨이크 필드(C&W) 코리아 대표는 젊은 세대의 개성과 소비 경향, 기업·산업의 빠른 환경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에 부동산 리스크 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진=임한별 기자

인구 감소와 저성장,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의 변화로 부동산 활용 가치가 급변함에 따라 기업과 자산가들의 투자 의사결정에서 보다 전문적인 리서치와 컨설팅 업무가 요구되고 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2000년 한국 지사를 설립한 글로벌부동산서비스기업 '쿠시먼 앤드 웨이크 필드 코리아'(이하 'C&W')는 미국 모히건 선(Mohegan Sun)이 시행해 오는 10월 개장하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리조트의 임대 대행과 소프트웨어기업 IBM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내 모든 오피스·공장 거래를 관리할 만큼 국내·외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쌓아온 회사다.
2000년 C&W 설립 멤버로 합류해 2007년 임원(선임상무), 2009년부터 현재까지 대표직을 맡고 있는 황점상(Richard Hwang) 대표는 젊은 세대의 개성과 소비 경향, 기업·산업의 빠른 환경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에 부동산 리스크 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샐러리맨으로서 23년간 한 회사에 몸담고 14년째 최고경영자(CEO)를 수행하기까지 오피스 리더의 동기 부여와 역할이 후배 세대의 양성에 중요함을 메시지로 전달하기도 했다.


"외환위기에도 기회 있었다"


황 대표는 한양대 도시공학과를 졸업 후 첫 회사로 리테일(소매) 부동산 컨설팅 업체를 선택했다. 그가 업무 수행 과정에 느낀 아쉬움은 개발 가치가 높다고 판단되는 입지들을 분석해도 실제 개발로 이어지기까지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1996년에는 LG백화점 기획개발팀으로 이직해 4년 동안 수많은 땅의 개발과 신사업 계획을 수립했지만 수년 만에 외환위기(IMF)가 터졌다.

황 대표는 "매입한 땅을 서류로만 지었다 부쉈다 수백 번 했다"면서 "대기업 특성상 직급이 낮은 개인의 역량이 특정 롤에 한정되고 성과 인정이 크지 않은 연봉제도 단점으로 다가와 결국 실제 실행 가능성이 큰 외국계 부동산 회사로 눈을 돌렸다"고 이직 계기를 밝혔다.

C&W 고객층은 서비스 영역마다 다르지만 임차 대행 업무의 경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나 폭스바겐 등 제조사가 대부분이다. 로펌도 있다. 국내 기업이 오피스 이전 등을 위해 부동산 자문 서비스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스포츠웨어 '룰루레몬'과 프랑스 명품 '루이비통' 등 해외 브랜드와도 협업했다. 국내 온라인 쇼핑 '11번가' 등도 C&W의 고객사다. 자산운용사가 인수하는 물류센터나 빌딩의 임대 대행을 담당하기도 한다.

자산관리 분야에선 개인 투자자나 건물주가 고객인 경우도 있다. 예컨대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의 건물 매각을 원하는 건물주가 C&W에 업무를 의뢰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요즘 들어 개인 자산가의 프로젝트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부동산 가치 기준으로 100억~1000억원 건물을 보유한 분들의 의뢰가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개인 자산가의 경우 금리 변동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된다"면서 "기업의 투자 의사결정에선 건물 매입 후 일정 시간 내 재매각해 수익을 내야 하는 제한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을 목적으로 건물을 매입하는 경우에도 가격 변동에 덜 민감한 편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황점상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해외 부동산, 한국보다 서울을 더 조명"


해외 부동산 거래시장에선 한국보다 서울이 더 유명하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선 수도권 인프라 집중이 국가균형발전을 저해하는 문제로 인식되지만 서울은 매우 빠른 시간 내 개발이 이뤄져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이를 집약된 공간 내에서 볼 수 있는 건 외국인에게 매우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청년주택이나 보금자리론 등 공공주택정책도 높은 수준으로 발달했다"고 덧붙였다.

공동주택(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개발이 집중되는 현상에 대해 황 대표는 "시행사 입장에서 호텔이나 상업시설의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선분양이 안되기 때문"이라며 "자금이 적은 시행사들도 문턱이 낮은 아파트 개발로 몰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 개발의 투자 자본 대비 수익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 자금 10%만 갖고 브리지론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기업의 빅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데이터센터 개발이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선 "수요는 많지만 고용이 적고 전력 소비가 커 수도권의 지자체가 호의적이지 않다"면서 "기업과 가까운 수도권이어야 하고 땅값은 높아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소비 급증으로 쿠팡 등 물류의 라스트 마일(개인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배송 마지막 구간) 역시 인구 밀집도가 높고 근무 직원의 출퇴근을 편리한 입지에 위치해야 해 경기 남부, 특히 광주 등이 각광받고 있다.


세 차례 경제위기 경험, 리스크 관리 능력은


황 대표는 "부동산이 거시경제를 이길 수는 없다"면서 "금리 상승으로 거래와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흐름을 거스르진 못하지만 1990년대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글로벌 금융위기, 현재의 글로벌 인플레이션 위기를 경험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다변화를 추구함이 새로운 리더들의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피스 빌딩 입찰로 매각 수수료를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기업 클라이언트 풀을 확보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기업이 보유한 땅의 용도 활용이나 매각 가치 산정, 계획 수립 등을 컨설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황 대표는 내년부터 영업활동을 확대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경제위기 때마다 일부 기업은 소속 근로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했지만 이는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C&W는 한국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거나 인력 재배치 등의 방식으로 대안을 만들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당시 점포 정리 지원이나 거래업무 담당자를 컨설팅으로 직무 변경하는 방식을 선택한 덕분에 타 경쟁사와는 다르게 매출 발생 분야가 바뀌었을 뿐 줄어들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가 끝났고 기존의 서비스 수요는 다시 돌아온 동시에 새로 만든 서비스도 성장하면서 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황점상 대표 /사진=임한별 기자


성수동 상권 인기, 개성 중시하는 MZ 소비 패턴 반영


황 대표는 "요즘 소비자는 획일화된 프랜차이즈를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성수동 상권의 인기 요인이 이와 궤를 같이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도시재생이 각광받는 이유를 소비자 행동 패턴에서 찾아보면 '특별함'이 기저에 깔려있다"면서 "발전소를 가게로 바꾼 영국 매장이나 공장 거푸집을 유지하고 상권으로 만든 홍콩 도시도 있는데 성수의 발전도 초기에 공장을 개조해 카페로 만든 것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00억원을 내고 건물을 사면 연간 수입이 5억원을 넘어야 이윤인데 성수동 가게들은 1억~2억원밖에 안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럼에도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는 소비의 양이 아닌 그곳에 모인 사람의 수"라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서울의 성공 요인은 방문객이 물건을 샀는지 구매 여부가 아니라 해당 장소에 체류한 시간과 재방문 빈도다. 황 대표는 "성수도 그런 곳"이라고 평가했다.


"MZ세대, 성공에 대한 열망 높아"


C&W 한국 지사의 직원 수는 총 180여명이다. 황 대표는 "M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며 느낀 점은 성공에 대한 열정과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이라며 "젊은 세대가 개인적 성향을 보이고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사회의 시선도 있지만 업무의 방향 설정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회사 일을 연인과 연애할 때의 감정과 비교했다. 그는 "상대가 첫눈에 반한 사람이든 우정을 쌓은 관계이든 그 시작이 편안함에서 오지는 않는다"면서 "회사 생활도 처음부터 대표가 되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 아니었고 업무와 회사에 대해 강한 애정을 느낀 것이 동기"라고 말했다.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 하면 '상점'이라며 직업적 인연이라고 농담한 황 대표는 회사 업무에서 열정을 느끼게 된 계기에 대해 "처음 함께 일한 외국인 상사가 더 위의 상급자에게 후배들의 성과를 보고한 당시에 본인 공을 부각시키지 않고 후배의 노력을 두 배 높여 평가한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회상했다.

성과 보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이익이 나지 않으면 보수를 더 주지 않는다. 부서별 목표를 초과 달성해도 회사 전체의 손실이 발생하면 보너스 지급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C&W가 한국에서 영업을 시작한 초기에 몇 년 간은 이익이 나지 않았음에도 약속들을 지켜줬기 때문에 신뢰를 가질 수 있었다."


[프로필] 황점상 대표


▲1969년 3월31일 경남 마산 출생 ▲한양대 도시공학 학사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LG 백화점 기획개발팀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 코리아

김노향, 정영희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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