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푸틴의 유체이탈 화법 “소련의 헝가리·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실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소를 ‘정치적 기소’로 규정하며 “미국 정치 체제가 썩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과거 소련이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한 것은 실수였다고 12일(현지시간) 말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서 소련이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에 전차를 투입하는 등 식민 제국처럼 행동했다는 인식이 있다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것은 실수였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외교 정책에서 다른 나라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일도 옳지 않다”면서 미국과 서방이 소련과 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소위 파트너라는 동맹국에 대해 압력을 행사한다”며 “그들에게는 친구가 없고 이익이 있을 뿐이다. 이는 잘 알려진 영국 방식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련은 1956년 헝가리에서 공산당 일당 독재 철폐와 소련군 철수를 요구하는 헝가리 혁명이 일어나자 병력 20만명과 전차 3000대를 투입해 혁명을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인 최소 2600명이 사망했다.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프라하의 봄’으로 불리는 민주·자유화 운동이 일어나자 소련은 바르샤바 조약군을 포함한 병력 25만명과 전차 2000대를 동원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고 정권을 무너뜨렸다.

BBC는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그의 보좌관인 블라디미르 메딘스키가 집필한 역사 교과서에 헝가리 혁명은 서방이 배후에 있는 ‘파시스트 봉기’였으며 1990년 소련이 헝가리에서 철수한 것은 실수였다고 기술한 것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상전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