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 '머릿속 시한폭탄' 뇌혈관 질환...건강센터와 연계 예방. 치료 시스템 갖춰

이순용 2023. 9. 13.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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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서울병원 박석규 뇌혈관센터장, 혈전제거술·코일색전술·클립결찰술 등으로 생명 살려
뇌혈관이 막힌 환자, 혈관이 터지기 전에는 아무증상 없어 ... 사전검사를 통한 자기 관리도 중요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우리나라로 여행을 왔던 중국인 왕위씨(가명· 여· 66세)는 갑자기 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일행의 도움으로 119구급차에 실려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뇌 컴퓨터 단층촬영과 뇌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받았다. 뇌혈관이 막힌 뇌졸중이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박석규 교수를 비롯한 뇌혈관센터 당직 의료진은 대퇴동맥을 통해 막혀있는 뇌혈관까지 접근해서 스텐트를 이용해 직접 혈전을 제거하는 혈전제거술을 시행했다. 빠른 처치를 받은 왕위씨는 의식을 회복하고, 마비됐던 다리도 다시 움직일 정도로 회복한 뒤, 고국으로 돌아갔다.

역시 갑작스런 두통으로 순천향대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고재훈씨(가명· 남· 69세)는 응급 검사결과 전교통동맥의 뇌동맥류가 파열된 지주막하출혈을 확인했다. 박석규 교수팀은 뇌동맥류의 모양과 주변의 혈관 구조를 고려해 코일색전술을 시행했다. 파열된 뇌동맥류 내부를 코일로 채우고, 스텐트를 추가로 설치하여 코일이 빠져나와 혈관이 막히는 상황을 방지하고 수술을 마쳤다.

운동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으로 응급실을 찾은 어준영씨(가명· 여· 34세)도 응급으로 시행한 뇌 컴퓨터 단층촬영에서 지주막하출혈을 발견했다. 뇌혈관 조영술을 통해 내경동맥의 뇌동맥류가 파열된 것을 확인하고, 나이와 뇌동맥류의 모양을 고려해서 개두술 및 클립결찰술을 시행했다. 수술 상처는 남았지만 빠르게 회복해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 뇌출혈 원인따라 치료방법 달라져

사례와 같이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뇌혈관센터는 개두술과 혈관내수술을 모두 시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응급으로 뇌혈관질환을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 뇌출혈과 뇌경색과 같은 응급 처치가 필요한 환자 외에도, 비파열성 뇌동맥류, 모야모야병, 동정맥기형, 동정맥루, 경동맥협착증 등의 뇌혈관질환에 대해 최적의 치료를 제공한다.

뇌혈관이 막힌 환자는 혈전용해술과 혈전제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증상 발생 4시간 30분 이내라면 혈전용해제를 정맥내주사로 투여해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을 녹여주는 혈전용해술을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 굵은 뇌혈관이 막혀 뇌경색으로 진행되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직접 막힌 부분을 뚫는 혈전제거술을 시행한다. 모든 뇌경색 환자에서 혈전제거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막힌 혈관을 뚫어 재개통 시킬 수 있다면, 뇌경색으로 진행하여 영구적인 손상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뇌경색을 진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에 뇌혈관이 막힌 상황이야말로 가장 서둘러 시술을 해야 하는 이유이다.

뇌출혈 환자는 출혈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하는데,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은 파열된 뇌동맥류가 다시 파열되지 않도록 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머리를 열어 직접 뇌동맥류로 접근하는 개두술 및 클립결찰술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나, 최근에는 합금으로 만든 코일로 뇌동맥류 내부를 채우는 코일색전술을 통해 치료하는 방법도 많이 이용한다.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은 환자의 상태 및 뇌동맥류의 모양, 구조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보호자와 상의하여 수술방법을 결정하기도 한다.

코일색전술은 허벅지 대퇴동맥으로 진입하여 여러 단계의 카테터(도관)를 사용하여 뇌동맥에 접근한다. 이후 뇌동맥류 내부로 코일을 채워 혈류를 차단해 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는 방법이다. 경우에 따라서 스텐트를 추가로 적용하여 코일이 뇌동맥류 안쪽에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한다. 비교적 최근에 적용되기 시작한 치료 방법이지만, 치료 결과 및 신경학적인 경과도 좋아 대표적인 치료법으로 자리 잡았다. 클립결찰술은 두피를 절개하고 두개골을 열어서 뇌동맥류를 노출 시킨 후 뇌동맥류가 터지지 않도록 클립으로 결찰하는 방법이다. 재발률이 낮고, 주변 미세혈관 관리가 용이하다. 두 방법중 어떤 것이 더 우위에 있다기 보다는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혈관질환이 특별히 무서운 이유는 갑작스럽게 발병하는 경우가 많고, 생존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뇌동맥류는 파열 전에는 증상이 없지만, 뇌동맥류가 터져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하면 사망률이 50%에 이른다. 뇌동맥류는 뇌동맥 일부분이 꽈리처럼 부풀어 오르는 뇌혈관질환이다. ‘머릿속의 시한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지만 터지기 전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어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 두통·마비· 언언장애시 뇌혈관 질환 의심

뇌경색 역시, 일과성 허혈 발작이 전조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갑자기 반신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나서 응급실을 찾게 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나 마비, 언어장애, 복시, 한쪽으로 넘어지는 등의 증상이 생겼다면 뇌혈관질환을 의심하고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혈관 협착 혹은 비파열성 뇌동맥류도 대부분 증상이 없기 때문에 건강검진 등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비파열성 뇌동맥류는 크기가 커지면서 주변 뇌조직이나 뇌신경들을 압박해 복시나 안검하수, 시야장애와 같은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비파열성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고, 모두 수술이나 시술을 받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나이나 건강상태, 모양이나 크기, 위치에 따라 치료하지 않아도 위험하지 않은 뇌동맥류도 있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자는 뇌혈관에도 이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 만성질환 자체를 잘 관리하는 게 예방에 도움이 된다.

유전되는 병은 아니지만, 함께 생활하는 가족은 식습관이 비슷하고, 비슷한 만성질환이 갖기도 해서 가족 중 뇌혈관질환자가 있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충분한 수면과 금주, 금연, 스트레스 해소, 유산소 운동, 적절한 체중관리도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뇌혈관센터는 건강증진센터와 연계해 뇌혈관질환을 조기 발견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뇌혈관질환에 대해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춘 신경외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재활의학과 등 관련 전문의들의 협진시스템을 갖추고,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작은 이상에서부터 만성질환 관리까지 뇌혈관질환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석규 순천향대서울병원 뇌혈관센터장(신경외과 교수)은 “뇌혈관질환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리 병원은 개두술과 혈관내수술이 모두 가능해서 응급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순천향대서울병원 박석규 뇌혈관센터장이 뇌동맥류로 인해 응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에게 코일 색전술을 시행하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제공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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