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정산제' 도입 효과 '톡톡'…건보료 감액조정 80% 급감

2023. 9. 13.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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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모습. [뉴시스]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해 9월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도입한 '소득 정산제도' 시행 이후 실제 건보료를 감액 조정받은 사례가 큰 폭 감소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건보공단에서 받은 '소득 정산제도 시행 전후 조정 현황'에 따르면, 작년 9월 소득 정산제 시행 후 소득 활동 중단이나 소득감소를 이유로 한 보험료 감액 조정 건수는 4개월(2022년 9~12월)간 32만8303건(중복신청 포함)이었다.

감액조정 건수 157만2589건→32만8303건

건보 당국은 작년 9월 소득 중심의 건보료 부과 체계 2단계 개편 과정에서 직장가입자에게만 적용하던 건보료 연말정산을 지역가입자와 이자, 배당, 임대료 등 월급 외 별도의 소득을 올리는 일부 고소득 직장가입자에도 적용키로 했다. 지역가입자도 전년 소득 증감에 따라 건보료를 더 내거나 돌려받게 된 것이다.

이 덕분에 보험료 감액 조정 건수가 크게 줄었다. 구체적 2021년 9~12월 조정 건수는 157만2589건에 달했지만 2022년 같은 기간 조정 건수는 80%가량 급감했다. 조정 소득금액도 14조1394억원에서 5조8090억원으로 59% 감소했다. 조정 건수엔 개인별로 중복해서 조정한 건수가 들어있고, 조정 소득금액은 부과된 보험료가 아니라, 국세청 연계 소득자료의 연간 소득금액을 말한다.

감액 조정된 건보료 규모를 추정하고자 직장 건강보험료율(2022년 6.99%)을 적용해 추산해보면 3294억원에서 1354억원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건보공단은 이렇게 건보료를 감액 조정받은 지역가입자 등을 상대로 올해 11월 확보하는 국세청 연계 소득자료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재산정해서 정산한 차액을 올해 11월분 보험료에 부과하거나 돌려줄 예정이다.

실제 소득이 감소하지 않았는데도 줄어든 것처럼 거짓으로 보험료 조정신청을 해서 건보료를 감액받은 경우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말이다.

당국이 지역가입자 등에도 소득 정산제를 들이대는 것은 가입자 간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평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소득 중심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했지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매기는 보험료가 다른, 이원화된 현실은 여전하다. 직장가입자에게는 당해연도 소득에만 건보료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에게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 자동차에도 건보료를 매긴다.

꼼수 감면 '꼼짝마'...전체 지역가입자로 확대 할까

문제는 지역가입자에 보험료를 거두는 소득은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등이 당해연도에 벌어들인 소득이 아니라 전년도 소득이라는 점이다. 건보공단은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가 국세청에 매년 5월 전년도 종합소득금액을 신고하면 이 소득 자료를 10월에 넘겨받고 이를 토대로 매년 11월에 새로 산정한 건보료 고지서를 발송한다.

이 탓에 지역가입자 소득 발생 시점과 보험료 부과 시점 사이에 짧게는 10개월, 길게는 3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경기 상황에 따라 프리랜서나 자영업자 등은 수입이 일정치 않아 전년보다 올해 소득이 적은 경우가 발생한다. 건보공단은 이 과정에서 전년도 소득 기준으로 매긴 건보료는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부터 지역가입자가 폐업(휴업) 사실 증명원, 소득금액 감소증명원, 퇴직(해촉)증명원 등 자료 제출시 보험료를 조정해주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그러나 조정신청제도를 악용해 건보료를 회피하는 일도 적지 않다. 예컨대 스포츠 감독 A씨는 2021년에 15억3934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조정신청을 거쳐 한 푼도 벌지 않은 것으로 인정받아 이듬해인 2022년 소득 건보료를 아예 면제 받았다. 연예인 B씨도 2021년에 15억3934만원을 벌었지만, 소득 조정을 거쳐 고작 연간 1320만원만 번 것으로 인정받아 건보료를 거의 내지 않았다.

연간 억대 소득을 올리는 연예인과 가수, 스포츠선수, 웹툰 작가 등 고소득 프리랜서들이 소득 조정제도를 편법으로 활용해 보험료를 피해 가는 일이 생기면서 건보공단은 적잖이 골머리를 앓았다.

건보 당국이 지역가입자 등에도 보험료 연말정산 제도를 시행해 폐업 등으로 소득이 끊기거나 줄었다고 신고해 보험료를 감액 받더라도 이후 국세청 소득자료를 연계해 사후에 소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면 소급해서 보험료를 거두기로 한 이유다. 당국은 올해는 보험료를 감면해달라고 신청해서 감면 조정받은 일부 지역가입자 등을 상대로 소득 정산제도를 첫 적용하되 앞으로 모든 지역가입자로 확대할 지 여부에 대해선 신중하게 저울질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소득 정산제도 시행으로 5년간 1조3567억원의 재정 누수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직장가입자는 건강보험법에 따라 해마다 4월이면 건보료 연말정산을 해야 한다. 직장인 건보료 연말정산은 전년도 보수총액 기준 우선 부과한 당해 보험료와 당해 실제 직장인이 받은 보수총액을 바탕으로 산정한 확정 보험료의 차액을 이듬해 4월분 보험료에 추가로 부과·반환하는 절차다.

정산과정에서 당해 월급 등이 오르거나 호봉승급, 승진으로 소득이 증가한 직장인은 건보료를 더 내야 하고, 임금이 깎인 직장인은 건보료를 돌려받는다. 정산보험료는 당해 내야 했던 건보료를 다음 연도 4월까지 유예했다가 나중에 내는 것으로 보험료가 일률적으로 오르는 건보료 인상과는 다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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