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外[신간]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 김현아 지음·창비·1만8000원
“오래전부터 난 속에서 뭔가가 잘못되었어.” 하얀 팔 위의 수많은 칼자국을 보여주던 날. 아이는 양극성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는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 의사인 엄마는 끝없이 “왜?”를 묻지만, 답은 들을 수 없다. 아이의 투병을 지켜보며 아이와 병을 이해하기 위해 싸운 7년. 정신질환에 무지했고 남들과 다름없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내과의와 신경외과의 부부는 각종 연구와 통계자료를 뒤지고, 전기충격 치료를 시도하고, 부작용을 유발한 약을 직접 찾아낸다. 아이는 보호 병동에 16번 입원하지만, 부모와 소통의 끈을 놓지 않는다. 책은 정신질환과 연관된 유명인들의 삶을 통해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환자를 위한 대화법과 부모 서바이벌 가이드 등 노하우를 전한다. ‘미쳤다’ 대신 ‘아프다’, ‘정신질환’ 대신 ‘뇌 질환’이란 단어를 사용하자는 제안도 의미 있다.
▲우리 안의 인종주의
정혜실 지음·메멘토·1만3000원
똑같이 국제결혼을 해도 누구는 ‘다문화가족’이고 누구는 ‘글로벌 패밀리’다. 이주노동자 자녀로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이들에게 “어느 나라에서 왔냐?”라고 당당하게 묻는다. 저자는 파키스탄인과 연애하고 결혼하면서부터 성차별과 인종주의를 경험했고, 20여 년간 이주 인권 활동을 해왔다. 결혼 이주 남성용 비자조차 없던 시절은 지나갔고, 혼혈이란 말도 굳이 사용하지 않을 만큼은 변했다. 그런데도 피부색에 따라 계급을 나누는 한국사회의 시선은 그대로라고, 그는 힘주어 말한다.
▲벌거벗은 한미동맹
김성해 지음·개마고원·2만2000원
한미동맹이 북한을 막아주는 것일까, 동맹 때문에 전쟁 공포가 이어지는 것일까? 한미동맹 칭송이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같다는 저자가 용기를 내어 외친다. 한미동맹은 ‘약’이 아니라 ‘병’이라고, ‘헤어질 결심’을 하자고.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김재연 지음·세종·2만2000원
미국 ‘코드 포 아메리카’에서 시빅 데이터(시민을 위한 데이터) 과학자로 일하는 저자가 행정 전반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해야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을지 제안한다. 주간경향에 ‘김재연의 시민을 위한 데이터’를 연재했다.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박준영 지음·북루덴스·1만8500원
삼성전자 반도체를 경영자의 역사가 아닌 35년 차 부장 천기주(가명)라는 인물의 역사로 풀어냈다. 삼성 연구원과 인사 담당자를 거쳐 문화인류학자가 된 저자가 반도체 임직원의 ‘몸의 기록’을 인류학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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