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중견그룹 오텍에 느닷없이 출현한 SH글로발의 정체
오택케리어가 먹여 살리자 에프디시스 반전
오텍 2017년 매각뒤 SH글로발 1대주주 부상
강성희 창업주 두 아들 신욱·신형 독자경영
오텍캐리어 5690억원 vs ㈜오텍 1160억원(2022년 별도 매출).
‘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오텍캐리어는 오텍그룹의 중추다. 가정용 및 상업용 냉난방기기, 산업용 에어컨, 공조기기 업체로서 삼성전자·LG전자·위니아와 더불어 국내 에어컨 제조사 ‘빅4’다.
이쯤 되면 오텍캐리어에 동네 대소사(大小事)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미는 오지랖 넓은 영화 속 주인공 ‘홍반장’이라는 별칭도 불일 만 하다. 창업주 강성희(68) 회장의 2세들을 위한 ‘뒷배’ 노릇까지 하고 있어서다.
그룹의 모태기업이자 계열 지주사격인 ㈜오텍을 모회사로 뒀다가 4년여 전(前) 강 회장의 장남이 대표 명함을 판 회사로 느닷없이 주인이 바뀐 ‘에프디시스(FDSYS)’에 비밀이 감춰져 있다.
에프디시스, 한때 완전자본잠식 ‘허우적’
에프디시스는 2000년 4월 설립된 터치패널 전문업체 한국터치스크린이 전신(前身)이다. 오텍 계열로 편입된 때는 2007년 7월이다. 2021년 5월 현 사명(社名)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원래는 모태사 ㈜오텍의 계열사로 묶였다. 2003년 11월 증시 상장 이래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던 시기의 사실상 첫 인수합병(M&A)이다. 제법 품도 많이 들였다. 2012년까지 지분 인수 및 유상증자를 통해 출자한 자금만 103억원이다. 1대주주로서 한 때 지분 45.59%(보통주 기준)를 소유했다.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2013년까지 매출이 많아봐야 한 해 217억원(2010년)밖에 안됐다. 수익은 더 형편없었다. 2009~2013년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34억원 매년 예외 없이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부채가 자산보다 81억원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허우적댔다.
심상찮았다. 한창 죽쑤는 와중이던 2012년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소재 공장 건물을 95억원을 받고 오텍캐리어에 매각한 뒤 본사 및 공장을 현 경기도 화성시 마도공단으로 옮겼다. 오텍그룹이 2011년 1월 오텍캐리어를 인수한 이듬해다.
오텍캐리어 매출 85% 노난 사업구조
에프디시스가 2014년을 기점으로 갑자기 ‘귀하신 몸’이 됐다. 2013년 171억원에 머물던 매출이 2018년에 가서는 1310억원을 찍었다. 영업이익 또한 흑자로 전환하며 2020년까지 7년간 적게는 20억원, 많게는 40억원을 벌어들였다. 결손금도 전액 해소했다. 엄청난 반전이다.
비결? 사실 뭐, 비결이라고 할 것 까지는 없다. 이유는 이랬다. 2014년 사업구조를 싹 갈아엎었다. 냉난방기기, 냉동냉장설비, 공기정화 부품과 제습기 등을 만들어 팔았다. 곧바로 화물보관 등 물류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쯤 되면, 감이 딱 온다. 맞다. 오텍그룹의 간판 오텍캐리어가 ‘믿는 구석’이었다. 즉, 오텍캐리어가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노난 사업구조를 가졌던 게 에프디시스다. 여기, 확실한 증거물이 있다.
2019년 매출 1270억원 중 85.1%(1080억원)가 오텍캐리어에서 나왔으니 말 다했다. 결국 변변찮던 에프디시스가 오텍캐리어 덕에 어디 내놔도 꿀릴 게 없는 계열사로 변신했음을 보여준다.
2세 신욱·신형→SH글로발→에프디시스
한데, 에프디시스가 한창 잘 나가던 2017년 ㈜오텍이 느닷없이 소유지분을 상당량 정리했다. ㈜오텍의 현 지분이 13.48%(보통주 기준) 밖에 안되는 이유다. ‘뜻밖’의 매각에 붙은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8년 에스에이치글로발(SH GLOBAL)이 지분 50.3%를 확보, 1대주주로 부상했다.
SH글로발의 정체 묘하다. 경영 컨설팅 업체다. 설립 시기가 그 해 12월이다. 본점이 자리한 곳 역시 처음부터 에프디시스의 본사 및 공장이 위치한 경기도 화성시 마도공단이다.
뿐만 아니다. 설립 이래 줄곧 대표 자리에 앉아 있는 이가 강 회장의 장남 강신욱(38)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다. 지금은 그룹사 중 유일하게 대표다. 2020년 6월에는 차남 강신형(36) 상무까지 이사회 합류했다. 이사진이 딱 2명이다.
이례적이다. 오너인 강 회장은 현재 ㈜오텍, 오텍캐리어, 오텍캐리어냉장,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 등 4개 사업 계열사들의 대표를 겸임하면서도 SH글로발에는 일절 발을 들이지 않았다. 현재 ㈜오텍을 정점으로 10개사로 이뤄진 오텍그룹과 출자 관계로 엮이지도 않는다.
즉, 2017년 11월 강 회장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통해 두 아들을 계열 지주사격인 ㈜오텍의 주주로 데뷔시킨 이듬해에 ‘돈이 될 만하다 싶은’ 계열사가 SH글로발로 넘어가고, 이후 SH글로발은 오롯이 2세들이 독자경영하는 회사로 탈바꿈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렇다보니 SH글로발→에프디시스 계열 라인을 후계 승계와 결부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방식이야 뭐가 됐든, 2대 승계의 지렛대로서 SH글로발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H글로발을 쉼 없이 물주며 키우는 것과 무관치 않다. (▶ [거버넌스워치] 오텍 ④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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