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단지’ 대장동[편집실에서]
대장동 비리의 몸통은 진짜 누구일까. 지난 대선 과정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더니 지금까지 ‘단군 이래 최대 공익환수 사업’과 ‘지자체가 브로커들과 결탁해 벌인 초대형 배임·횡령 사건’ 사이를 롤러코스터처럼 오가며 공방만 뜨거울 뿐, 좀처럼 진실의 문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수가 또 등장했습니다. 언론노조 위원장을 지낸 신학림 뉴스타파 자문위원의 ‘가짜뉴스 거래’ 의혹입니다. 그는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로부터 거액(1억6500만원)을 받고 대선 사흘 전 특정 진영(이재명 후보 측)에 유리한 내용의 인터뷰를 뉴스타파를 통해 내보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죠. 해명도 “(김씨의) 인터뷰가 거짓인지 아닌지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신학림)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대부분 ‘검찰’이라는 필터를 통해 걸러진 진술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상황에선 사건 관련자들의 발언이 김씨가 특정한 목적을 갖고 의도적으로 거짓 진술을 했다는 쪽으로 수렴하는 양상입니다. 신씨와 뉴스타파는 결과적으로 이에 놀아난 셈이 돼버렸고요.
한쪽에선 ‘가짜뉴스 카르텔’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환호작약하고 있고, 내친김에 이 모든 배경에 이재명 대표가 있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입니다. 다른 쪽에선 여론의 물꼬를 돌려놓으려는 프레임 공작의 일단이 드러났을 뿐이라며 검찰의 불순한 의도를 겨냥합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방은 여전하고 대장동 사건의 실체 또한 오리무중입니다.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을 만나 커피를 타주며 부산저축은행 부실대출 사건 수사를 뭉갠 장본인이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2과장이 아니었다고 해서 박영수 특검을 비롯한 ‘50억 클럽’이 상징하는 법조 카르텔의 그림자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이재명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인터뷰했다는 김씨의 행위가 대장동 사건의 몸통은 이재명임을 드러낸다고 볼 만한 확실한 근거도 아직은 없습니다.
마치 대장동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저기서 호들갑만 떨 뿐 정작 제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려 하지 않습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진상 파악 따윈 관심이 없습니다. 여권의 움직임을 보면 언론노조 망신주기나 비판 매체 때려잡기가 본연의 목적인 듯합니다. 1억6500만원 수수, 터무니없지요. 그래도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에 대한 정보는 있어야지요. 신씨가 오랜 세월에 걸쳐 집대성한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혼맥지도>라는 이 책은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상류층이 얼마나 끈끈하게 혼맥으로 얽혀 있는지를 낱낱이 해부하고 있다지요. 힘깨나 쓴다는 지도층치고 이 같은 폐쇄성에서 자유로운 이 별로 없어서일까요. 누가 등장하는지를 비롯해 정치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가타부타 말이 없습니다. 다들 몸통 대신 꼬리만 흔들어대는 형국입니다. 본질은 제쳐두고 변죽만 울리느라 어지럽기만 합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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