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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00개 약가 인하…중소제약사들 "신약개발 중단 위기"

최대 27.75% 인하…약가 인하 포함 기업 180개
"대형 제약사와 격차 계속 벌어져"…집행정지 소송 제기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2023-09-13 07:00 송고 | 2023-09-13 10:39 최종수정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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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네릭(복제약) 약가를 재평가함에 따라 지난 5일부터 7675개 의약품의 약가가 최대 27.75% 인하됐다. 대형 제약사들은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이 비교적 적었지만, 중소형 제약사들은 매출 감소로 신약 개발을 접는 등 고심에 빠졌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에 따라 1차로 가격이 인하된 의약품은 총 7675개 품목이다. 앞서 2018년 복지부는 고혈압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이 검출되고 국내 복제약 난립 문제가 불거지면서, 복제약 품질 향상을 위해 복제약 약가 제도를 개편했다.
이후 2020년 복지부는 '약제 상한금액 재평가' 공고를 냈다. 위탁생산이 아닌 자체 생산으로 전환하도록 한 후 복제약의 안전성과 효능을 입증하는 ▲생동성 시험을 자체적으로 수행하고, ▲등록된 원료의약품을 사용했다는 자료를 제출하면 종전 약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중 한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15% 약의 상한 금액이 인하되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면 27.75% 인하되도록 했다.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의약품은 가장 높은 가격(오리지널 의약품의 최대 53.55%)을 인정받는다.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 포함된 기업은 약 180개 기업으로 나타났다. 그중 중소제약사인 휴텍스가 153개로 가장 많고, 하나제약이 12개, 대웅바이오 115개, 일화제약 101개 등으로 집계됐다.
처방액 규모가 큰 대형제약사들은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 종근당, 대웅제약, 유한양행 등 지난해 처방 규모 상위 제약사 5곳은 약가 인하로 인한 연간 손실이 처방액 대비 평균 0.3%에 그쳤다.

반면 중소제약사인 메딕스제약, 경방제약, 에스피씨, 원광제약, 알피바이오 등 중소제약사는 처방액 대비 약가 인하 손실 비중이 1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에 난색을 표했다. 중소제약사는 복제약을 판매해 투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데 이번 약가 인하로 인해 매출이 줄어들고 연구개발(R&D)에 사용할 비용도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 중소제약업체 관계자는 "이번 발표가 1차 발표임에도 연구개발(R&D) 비용을 대폭 줄여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2차·3차 발표 이후에는 신약개발을 아예 중단해야 할지도 모를 일"이라며 "자본력이 있는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 간의 (신약 개발) 격차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격이 인하된 의약품 생산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도 "주력 제품군들이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되어 있어 매출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원료 가격과 인건비는 매년 오르는데 약가는 매년 떨어진다. (정부와)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생산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제약사는 약가 재평가 검토에 반발하며 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을 제기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메디카코리아, 한국애보트, 에스에스팜, 영일제약사 등 5개 제약사는 22개 의약품에 대한 약가 인하 처분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고, 지난 4일 법원이 이를 잠정 인용하기로 하면서 이들에 대한 약가 인하 집행은 한 달간 정지됐다.

다만 정부에서는 약가 인하로 인해 환자가 부담해야할 약값이 줄어들고, 건보재정이 절감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번 재평가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제고하고, 절감된 재정은 필수 약제 적정 보상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연간 2978억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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