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는 중국, 자르는 미국, 축제 망친 애플

서영민 2023. 9.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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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일단 한 번 찌르는 척

중국이 일단 찔렀다. 애플의 아이폰 쓰지 마라. 중앙정부 공무원이 대상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조치가 국영기업 직원, 정부 지원 기관 등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국가 통계국 통계에 따르면 5,630만 명이 국영 단위에 고용되어 있다고 했다. (2021년 기준) 이들은 국가 도시 평균 소득보다 평균적으로 8% 더 많이 번다. 즉, 아이폰 같은 프리미엄 기기 소비층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사람에게 아이폰 쓰지 말라고 한 것이다. 더 광범위한 인민에게 애국 소비 붐이 일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은 미국이니까.

하지만 중국이 더 나아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중국은 단지 아이폰을 사서 쓰기만 하는 나라가 아니다. 그들은 아이폰을 만들기도 한다.

JP 모건은 지난해 기준으로 애플이 만드는 기계의 95%가 중국에서 제조된다고 했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아이맥, 그 외 주변 기기들과 악세서리... 거의 대부분 제품을 중국에서 만든다. 물론 애플도 공급망을 인도와 베트남 등지로 다변화는 하지만, 2030년이 되어도 75%는 여전히 중국에서 만들 것이다.

상하이 애플스토어, 2023년


그러니까 아이폰은 미국이기도 하지만, 일자리기도 하다. 아이폰을 조립하는 정저우 폭스콘 공장은 30만 명을 고용한다. (구글을 검색해보면 삼성전자 고용인원이 총 26만 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인민일보를 인용해 애플에 연관된 직간접 고용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썼다. 이 숫자가 500만 명이라고 쓰는 곳도 있다. 폭스콘 그룹에 따르면 2021년 중국 총 수출의 3.9%를 폭스콘이 담당했다.

그래서 중국의 찌르기는 '척'일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률이 너무 높아져서 걱정하는 나라가 거대한 일자리를 제 손으로 없앨 수는 없다. 테슬라 전기차가 그랬듯이, 일부 제한을 가하면 단기적인 충격이 있을 수는 있어도, 중국 내 점유율 자체가 크게 곤두박질치거나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지진 않을 것이다. 세게 찌르는 척하는 정도일 것이다.

■ 미국, 잘랐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래도 미국은 놀란다. 미국의 기업들이 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이런 사태 막으려고 애플 CEO 팀 쿡이 중국에 갔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도 중국에 갔고, JP모건의 다이먼도 중국에 갔다. 다들 중국에 가서 우리는 중국 소비자들과 함께할 것이고, 중국의 번영과 함께할 것이라고 손 흔들었다. 그랬는데도 소용이 없으니까 '정말 애플마저도?' 하고 귀도 쫑긋 세운다.

미국 정부도 걱정한다. 이럴까봐 비교적 중국이 반가워하는 '재닛 옐런'이 중국에 갔었다. 그는 "대부분의 교역에서 중국과 미국이 여전히 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영역이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좁은 뒷마당에 높은 담장을 칠 뿐 (Small Yard, High Fence)"이라고도 했다. AI나 양자컴퓨팅, 고성능반도체에서 미국의 최첨단 기술을 이용하는 것만 막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건 '경쟁'하고 나머지는 '협력'하자고 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야말로 바로 그 협력 대상의 대표주자다. 그래서 중국이 싫어하는 디커플링, 디리스킹 이런 말도 안 썼는데... 그래도 소용없는 걸까? 미국도 놀란다.

화웨이 메이트 60


화웨이 메이트60 때문에 더 놀란다. 미국이 기술을 통제했는데도 7나노 수준으로 만들어냈단 데서 충격을 받는다. 분명 어디선가 유출이 됐다고 난리를 피운다. 블룸버그는 '한국 하이닉스 메모리가 들어갔다'고 보도한다. SK하이닉스는 억울하다며 '아니에요, 어기지 않았어요, 미국 수출 통제 조치 뒤로는 수출 안 했어요, 들어갔단 것 보고 블룸버그 기사 나오기 전에 미국 정부에 신고했어요.' 하지만 주가는 속절없이 내려간다.

하이닉스만 피해 입는 건 아니다. 미국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이 다 비슷한 홍역을 치르며 반도체 지수 자체가 출렁댄다. 공급망을 잘라낸 게 맞는가, 잘라냈는데 어떻게 그들이 7나노 5G 스마트폰을 만드나, 아니 그런데 이런 식이면 잘라낼 수는 있는 거야? 우리는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서까지 기술 단절을 시도하는데 통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혹시 중국을 자른다고 잘랐는데, 황금알을 낳는 애플의 한쪽 귀퉁이를 잘라내 버린 게 되는 건 아닐까?

■ 축제 앞두고 뺨 맞은 애플

물론 가장 곤혹스러운 건 애플이다. 오늘 새 아이폰을 내놨지만, 축제 분위기가 아니다. 애초엔 '새 아이폰은 100달러 더 비싸다. 과연 더 비싼 만큼 애플은 더 벌어들일까?' 하며 애플의 이윤에 관심을 보이던 언론은 이제 '축제 분위기 망쳤다'는 기사를 쓴다.

애플의 축제는 사실 새 아이폰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이 드디어 올해 삼성을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대수 1위에 등극할 수도 있었다고 예측했다. 스마트폰 시장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오해 없길, 판매량 이야기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이윤'의 차원에선 처음부터 지금까지 애플은 언제나 압도적 1위였다)


근거는 데이터다. 해마다 1, 2, 3분기에는 삼성이 앞서고 4분기 (크리스마스 선물수요 때문이다) 애플이 삼성을 앞섰는데, 올해 1, 2, 3분기 삼성과 애플의 격차는 예년보다 좁았다. 4분기 결과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단 얘기였다.


실제로 FT가 그린 판매량 그래프를 살피면 알겠지만, 애플이 잘해서기도 하지만 그냥 삼성전자의 판매 대수가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에서 저가 폰을 아무리 팔아도, 중국 시장을 잃고 하이엔드 시장을 잃은 삼성 스마트폰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여튼 중국 시장에서 꺾이면 이건 다 없던 이야기가 된다. 중국 시장의 비중은 애플에 정말 크다.

애플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6년 이후 연간 지역별 매출 공시를 보면 범 중국권 매출 비중은 15~20% 수준이다. 특히 올해는 9달 동안 19.6%에 달해 지난 2년보다 더 높았다. 일본과 아시아를 합한 것보다 중국권에서 더 많이 판다. 뉴욕타임스는 시장조사기관 테크인사이츠를 인용해 2분기에는 애플이 미국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아이폰을 팔았다고 보도했다. (애플의 회계연도는 직전연도 10월부터 그해 9월까지다. 2023년은 6월까지 9달간의 데이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애플이 중국에서 아이폰을 연간 5천만 대 파는데, 이번 조치로 판매 감소량이 1천만 대에 그칠 수 있다고 했다. 애플 주가 급락이 이해가 간다. 이대로라면 정말 제대로 세게 뺨을 맞은 격이다.

■ 갈라지는 세계, 중국도 미국도 애플도, 모두 스텝이 꼬인다

중국은 애플을 찌르고 싶지만 찌를 수 없다. 고용 악화를 감당할 자신이 있을 만큼 중국 경제가 지금 건강한 상황이 아니다. 온갖 자신감을 다 잃어가고 있고, 이상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감추고 싶지만 감출 수 없고, 감출수록 더 도드라질 뿐이다. 그래서 '척'하는 찌르기밖에 못한다.

[연관 기사] 중국 경제 ‘치명적 뇌관’, 감출수록 도드라진다
https://news.kbs.co.kr/news/view2.do?ncd=7757956

미국은 중국을 잘라내고 싶지만 잘라낼 수 없다. 중국이 호락호락하게 당하고만 있지 않는다. 미국이 'Small Yard, High Fence'라고 말하면 고개 끄덕이며 '그래 너희 입장 이해해'라며 받아줄 중국이 아니다. 꿈틀할 카드가 중국에는 많다. 어쩌면 다음 카드는 '척' 수준이 아닐지도 모른다.

동시에 잘라내려는 과정이 미국도 아프다. 산업 보조금으로 쓰는 돈이 미국을 위태롭게 하리라는 걱정도 있다. 동시에 중간 성적표를 보면 잘라내려고 하는데 세계는 오히려 중국과 더 긴밀히 협력하는 것 같다는 보도도 적지 않다.

[연관 기사] 세계화를 팔지 않은 미국의 4년과 그 실패
https://news.kbs.co.kr/news/view2.do?ncd=7761853

갈라지는 세계에서 승자는 없다. 이런 가운데 우리가 이 파고를 무사히 헤쳐나가길 바라는 것도 어리석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보고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분쟁 과정에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때 가장 큰 피해는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기업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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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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