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포위망’ 구축한 미국…중국은 역대 최다 군함 타이완으로
■ 中, 타이완 주변에 '역대 최다' 군함 보내 무력시위
어제(12일) 타이완 주변에서 역대 가장 많은 중국 군함이 포착됐다. 12일 타이완 국방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중국 인민해방군 소속 군함 20척과 군용기 22대를 탐지했다"고 밝혔다. 타이완은 24시간을 기준으로 주변 해역에 나타난 중국군을 발표하는데, 군함 20척은 역대 최다 규모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 당시, 중국은 군함 14척을 투입해 '포위 훈련'을 벌였다.
타이완과 필리핀 사이 '바시 해협'에선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이 포착됐다. 타이완 국방부는 산둥함이 타이완 최남단에서 동남쪽으로 60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서태평양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같은 해상 무력시위는 미국과 캐나다 군함의 타이완해협 통과에 대한 항의성으로 보인다. 지난 9일 미 구축함과 캐나다 호위함이 타이완해협을 통과하자 중국군 동부전구는 성명을 내고 "해군과 공군 병력을 조직해 모든 과정을 감시하고, 법률과 규정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G20 정상회의와 이후 열린 미국·베트남 정상회담을 통해 대중국 압박이 가시화된 상황이어서, 타이완을 둘러싼 긴장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 美, 인도-유럽 경제회랑 발표…中 '일대일로' 견제 본격화
지난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정상회의에서 가장 눈에 띈 건 미국의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 발표였다. 말 그대로 인도와 중동, 유럽을 잇는 철도와 해운 수송로 를 구축, 석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상품을 운반한다는 것이다. 또 데이터 전송을 위한 해저 광케이블, 수소 운송을 위한 파이프라인 설치 계획도 포함됐다.
IMEC 양해각서 체결에 미국과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정상이 참여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요르단도 조만간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도망 구상은 당초 2021년 이스라엘이 제안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비동맹 맹주격인 인도는 물론, 서로 관계가 껄끄러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까지 하나로 묶이는 셈이다. 외신들은 " 미국이 이들 국가를 묶어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는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추진해온 육상과 해상 신(新) 실크로드(비단길) 사업이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함로써 경제 영토는 물론 국제적 영향력까지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인도-유럽 경제회랑이라는 대체재가 등장한다면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벌써 균열이 생겼는데, 2019년 일대일로 참여를 선언했던 이탈리아가 최근 탈퇴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뉴델리 G20 정상회의에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리창 중국 총리에게 프로젝트 중단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로선 중국의 일대일로 대신 미국의 IMEC을 선택한 셈이다.
■美, '희토류 2위' 베트남과 '최고 외교관계'
미국의 '中 포위망'은 베트남에서 정점을 찍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G20회의가 끝나자마자 베트남으로 향했다. 권력 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공산당 서기장과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1975년 베트남 공산화 이후 외교관계를 단절했던 미국과 베트남은 20년 만인 1995년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어 2013년 오바마 행정부 때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는데, 그로부터 10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건너띄고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나아간 것이다.
외교 관계 중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면, 많은 규제가 사라져 경제와 문화 교류가 더 활발해진다. 최근 5년 새 중국에서 탈출한 미국 기업들의 베트남 유입으로 무역 규모가 2배 이상 늘었는데, 이같은 실리를 더 얻겠다는 게 베트남의 계산이다. 미국으로선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면서 동시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을 우군으로 확보하게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들도 "동남아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특히 베트남과 전기차에 필요한 핵심 광물 희토류 공급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베트남은 중국 다음으로 희토류 매장량이 많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도 희토류 공동 개발을 위한 방안을 논의 중인데, 사우디가 아프리카의 광산 지분을 인수하면 미국 기업이 희토류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모두, 희토류 세계1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中 관영지 "일대일로 탈퇴 배후에 미국"…다음달 '반격' 나설까
이처럼 좁혀오는 미국의 '中 포위망'에 중국은 일단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미·베트남 관계 격상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지역 국가들의 입장을 존중하고 냉전적 사고를 버려야한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밝혔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을 향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대일로 사업과 관련해선 이탈리아의 탈퇴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이탈리아는 고대 문명국가로, 실크로드의 시작점이자 종착점"이라며 참여를 촉구했다. 관영매체에선 불만도 터져나왔다. 중국 인민대 왕이웨이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탈리아 정부가 일대일로 협상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자율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주요 7개국(G7)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가하는 이탈리아는 다른 회원국, 특히 미국으로부터 내년 G7 의장국을 맡기 전에 일대일로를 재평가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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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도 기자 (bd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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