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1947 보스톤', 임시완의 벅찬 감동 질주…실화의 힘과 선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임시완, 하정우의 가슴 벅찬 감동 질주에 거대한 장애물이 들이닥쳤다.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42.195km의 여정을 완주한 서윤복의 감동 실화를 다룬 '1947 보스톤'이 추석 흥행 대작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진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그린 이야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세계 신기록을 세운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하정우)은 일장기를 달고 일본인 '손기테이'의 이름으로 기미가요가 울려 퍼지는 시상대에 선다. 손기정은 하루아침에 민족의 영웅이 됐지만, 시상대에서 월계수 화분으로 가슴에 단 일장기를 가렸다는 이유로 일제의 탄압을 받고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된다.

그러던 1947년, 제2의 손기정으로 촉망받는 서윤복은 상금을 위한 마라톤과 배달일을 병행하며 생계를 이어간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손기정, 남승룡과 함께 서윤복은 보스톤 마라톤에서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새기고 달릴 준비를 한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혼란한 정세 속 보스턴 마라톤 대회를 통해 우리의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도전에 나선 손기정 감독과 서윤복, 남승룡 선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가 주는 뜨거운 울림이 영화 내내 관객들의 가슴을 두드린다.

개봉 시기 역시 적격이다. 추석 가족 영화로 최적화된 주제 의식. 자칫 신파에 물든 '국뽕' 영화가 되기 십상이지만, 이를 많이 덜어내며 담백하고 깔끔한 감동 실화 영화의 선을 지켜냈다.

영화는 서윤복과 손기정이 가치 차이로 갈등을 빚는 전반부와 두 사람이 보스톤 마라톤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달리는 후반부로 나눌 수 있다. 영화의 길이는 길지만, 한 서사를 길게 가져가기보다 빠른 템포로 다양한 위기와 사건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집중도를 끌어 올린다.

온갖 역경을 이겨낸 이후 마라톤이 시작된 후부터가 '1947 보스톤'의 하이라이트. 마라톤이 시작된 이후 관객들은 손기정, 서윤복이 돼 42.195km를 온전히 함께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마라톤이 다른 스포츠에 비해 박진감과 긴장감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 결승선을 향해 다가갈수록 끓어오르는 긴장감과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특히 레이스 전반을 다 보여주지 않고 필요 장면 이외는 과감히 삭제함으로써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한 감동을 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하정우와 김상호는 우리가 아는 익숙한 모습으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눈에 띄는 것은 임시완의 묵직한 열연. 6%까지 체지방률을 감량하며 완벽한 마라토너로 변신한 외적 모습에 더해 손기정에 대한 동경, 마라톤을 향한 열정에도 굽히지 않는 소년의 자존심까지 한 치의 어색함 없이 표현해냈다. "국가대표의 자세로 임했다"는 임시완의 투지가 영화 내내 느껴진다.

작품의 성패 여부는 주연 배우 배성우를 관객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냐에 달렸다. '1947 보스톤'에는 2020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우 배성우가 남승룡 역으로 비중 있게 출연한다. 남승룡은 불같은 성격의 손기정을 대신해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참스승, 여기에 더해 남승룡은 보스톤 마라톤에 서윤복과 함께 출전하며 일장기를 달고 뛰었던 베를린 올림픽의 한을 푸는 감동 서사의 중심축으로 일조한다.

"2020년에 촬영이 끝나서 이듬해 설에는 개봉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연기가 됐다. 배성우 배우 관련해서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야 관객들이 편하게 보실 수 있다는 생각에 미룬 것도 있다"

강제규 감독은 대중들의 날 선 시선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리며 배성우와 함께 레이스 정면 돌파를 택했다. '1947 보스톤'은 관객의 선택만을 남겨놓고 있다.

문화

[Cine리뷰]'1947 보스톤', 임시완의 벅찬 감동 질주…실화의 힘과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