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미술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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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발령되던 날 아침이다.
열한 시까지 시립미술관 입구 매표소 앞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확인했다.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우선 시원해서 좋았다.
시립미술관을 나오면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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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경보가 발령되던 날 아침이다. 열한 시까지 시립미술관 입구 매표소 앞에서 만나자는 문자를 확인했다. 집을 나서기 전부터 짜증이 난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무슨 모임을 거기서 하느냐고 토를 달고 싶었다. 하지만 어렵게 예약했다는 친구의 말을 되새기며 미술관에 도착했다.
전시 제목은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 된 화가들'이었다.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니 우선 시원해서 좋았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부족하고 미적 감각도 둔하지만, 감탄사가 저절로 나왔다. 신화가 된 화가의 이름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등이다. 미술 교과서에서 보던 근현대 한국화단 거목들의 진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박수근의 '아이 업은 소녀' 이중섭의 은지화 '오줌 싸는 아이'는 매우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건희 컬렉션에서 나온 50점의 작품도 경이롭다. 특히 김기창의 '밤새'는 부리부리한 눈과 발톱, 금방 하늘로 비상할 듯 날갯짓하는 부엉이 두 마리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천경자의 '사이공' 김은호의 '화기'도 좋고 변관식의 '어락' 여덟 폭 병풍 앞에서 힘찬 기운을 받는다. 대전 출신 최종태 조각가의 '서 있는 여인'이 아름답고 반갑다.
특히 장욱진의 그림은 한 편의 동화가 그림 속에 담겨 있는 것 같아 발길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모임을 이곳으로 주선한 친구가 다가와서 작가를 소개했다. 저분이 내 고향(세종시 연동면 송용리) 바로 이웃집에서 태어난 화가였다고 자랑스러워한다. 세종시에서는 장욱진 생가에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 정말 잘됐으면 좋겠다.
시립미술관을 나오면서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유익한 문화 행사가 많이 보인다. 앞으로 만남 장소를 각종 문화행사장으로 바꾸면 어떨까. 내 지역 문화 행사에 동참하고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 모임을 이곳으로 주선한 친구가 고맙다.
박진용 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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