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상대 배드보이즈, 악역과의 궁합은 최고였다

김종수 2023. 9. 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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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지않는 서사, 완벽했던 조던의 스토리③

 

장애물을 만났다고 반드시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벽에 부딪힌다면 돌아서서 포기하지 말라. 어떻게 벽에 오를지, 벽을 뚫고 나갈 수 있을지, 또는 돌아갈 방법은 없는지 생각하라. -마이클 조던-

절친이자 보디가드였던 찰스 오클리와의 이별

히어로 영화가 제대로 발동이 걸리기 위한 조건이 있다. 다름아닌 주인공의 고난이다. 이런저런 고난을 주면서 괴로운 상황이 반복되고 거기서 어떻게 맞서느냐에 따라 히어로 재목인지 아닌지가 어느 정도 판별난다. 물론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그 자리에서 바로 승부를 걸며 투쟁심을 뽐낼 수도, 본래는 그렇게 강하지 못했지만 고난을 계기로 각성할 수도 있다.


커리어 초창기의 마이클 조던(60‧198cm)은 ‘블랙캣’으로 불렸다. 엄청난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한 마리의 고양이과 맹수처럼 코트를 헤집고다녔다. 잘뛰고 잘달리는데다 순간 스피드가 워낙 발군인지라 빈틈이 눈에 들어왔다 싶은순간 여지없이 상대 수비를 찢고 뚫었다.


어디 그뿐인가. 힘이 워낙 좋아 같은 가드는 물론 어지간한 포워드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때문에 틈이 보이지않으면 몸싸움이나 포스트업을 통해 강제로 만들어버리는 플레이까지 가능했다. 당시는 매우 거칠었던 시대다. 어지간한 충돌로는 파울조차 불리지 않았으며 공격자를 보호하는 규정도 지금보다 훨씬 적었다. 그같은 부분은 막 리그에서 슬래셔로 존재감을 뽐내고있던 조던에게도 적지않은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시카고 불스라는 팀을 상대하고 있는데 공격시 특정 에이스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 더욱이 해당 선수는 리그에 들어온지 몇 년 안된 영건이다. 각팀의 터프가이들이 어떻게 나왔겠는가. 당시 유달리 마초 문화가 성행했다는 점까지 감안했을 때 답은 정해져 있다. 적극적인 것을 넘어 거칠고 위험한 반칙이나 신경전을 통해 에이스를 흔들어 놓는 것이다.


경기내내 폭력에 가까운 수비와 견제를 당하다보면 어지간히 멘탈강한 선수도 견디기 쉽지 않아진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일부 수비수들같은 경우 상대가 다치든말든 위험한 반칙도 서슴치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다보면 실제로 경기중 심각한 부상을 입게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집중견제를 받는 에이스급 선수들 중에 유달리 하드파울에 민감한 유형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농구는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찰스 바클리 등이 “지금 선수들이 그때 뛰었다면 거친 몸싸움 등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은근히 왕년 자랑을 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간 반칙의 수위가 상당히 높았다. 인정받는 에이스가 되려면 득점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를 견디어낼 튼튼한 몸과 근성은 필수였다.


조던은 타고난 독종답게 아무리 심한 반칙을 당해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외려 어금니를 깨물고 더 강하게 달려가 부딪혔다. 그 시대에 맞는 멘탈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고 볼수 있다. 더불어 든든한 요소가 하나 있었으니 다름아닌 동갑내기 친구 찰스 오클리(60‧206cm)의 존재였다. 그는 강한 힘과 터프함을 바탕으로 골밑에서 전투적으로 플레이하던 파워포워드다.


하지만 시카고 올드팬들에게는 조던의 '보디가드'로 더 유명했다. 타고난 장사에 성격도 거칠었던 그는 거대한 체구의 샤킬 오닐조차도 시비를 피할 정도로 강력한 싸움꾼이었다. 어지간히 힘세고 사납다고 소문난 선수들도 오클리와 정면으로 부딪힐만한 상황이 오면 몸을 사렸다. 오클리는 자신의 그런 능력을 조던을 위해 썼다.


조던을 지나치게 괴롭히거나 거친 파울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재빨리 앞을 막아서며 대신 싸워주거나 살벌한 협박을 날리며 기를 꺾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던을 향한 거칠고 위험한 반칙은 계속됐지만 오클리마저 없었다면 한층 더 심했을 것이 분명하다. 조던에게 하드파울을 범하기위해서는 오클리라는 상남자와 충돌할 각오를 감수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런 오클리에 대한 조던의 신뢰와 고마움은 매우 컸다. 문제는 오클리는 지나치게 강직했다는 사실이다. 선수단내에서 터프한 것은 좋지만 윗선의 눈치도 안볼 정도로 언행에 거침이 없었는데 그로인해 크라우스 단장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량적으로 대체불가 수준도 아니었던지라 결국 1988년, 뉴욕 닉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빌 카트라이트를 받고 오클리를 보내버린다.


개인감정 반 비지니스 반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것은 역시 조던이었다. 팀내에서 가장 가까웠던 절친을 잃게되자 무섭게 분노했고 크라우스 단장과는 물론 트레이드 당사자 카트라이트에 대해서도 한동안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조던은 프로였다. 이후 코트 안팎에서 카트라이트가 적지않은 공헌도를 보이자 이를 인정하고 동료로 받아주게 된다.
 


조던 스토리 최고 빌런, 디트로이트의 나쁜 녀석들

흔히 시카고 왕조가 탄생하기 전까지 NBA를 양분한 것은 래리 버드, 케빈 맥헤일, 로버트 패리쉬의 보스턴 셀틱스와 매직 존슨, 제임스 워시, 카림 압둘 자바의 LA 레이커스만 생각하기 십상이다. 실제로 1980년부터 1988년까지 9시즌동안 LA는 5번(준우승 2번), 보스턴(준우승 2번)은 3번 우승을 가져갔다.


모제스 말론을 앞세운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가 그 사이에서 한번 우승을 가져갔을 뿐이다. 휴스턴 로키츠는 두번이나 파이널에서 고개를 숙였다. 영웅 스토리로 보면 조던이 버드와 매직의 시대를 종식시키고 정상에 서는 것도 나름 그림이 괜찮았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 숙적은 따로있었으니 다름아닌 배드보이즈로 불리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였다.


탄탄한 조직력과 더불어 거칠다못해 비난이 쏟아질 정도의 육탄수비를 앞세워 동부 최강팀으로 군림했는데 특유의 진흙탕 스타일로 인해 NBA 대표 악당들로 불렸다. 버드와 매직이 조던과 같은 영웅 컨셉이었다면 그들은 빌런으로 악명이 높았다. 지금의 시선으로보면 조던의 영웅신화에 제대로 감초 역할을 했던 명품 조연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조던 스토리에서의 시선이다. 범법행위를 저지른 범죄자가 아닌 이상 처한 상황과 시각에 따라 악당과 영웅은 얼마든지 뒤바뀔수 있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1991년 시카고의 첫 우승이 시작되기 전까지 2년 연속으로 패권을 차지한 디트로이트는 LA, 보스턴의 시대를 끝난 선봉장이었다. 때문에 조던 서사시에서는 최고 악당이 될 수도 있겠으나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영웅으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수장 '동안의 암살자' 아이제이아 토마스(62‧185cm)를 필두로 조 듀마스, 빌 레임비어, 릭 마혼, 존 셀리, 데니스 로드맨 등이 중심에서 활약했는데 1988년 레이커스와 맞붙은 파이널에서 부상악재 등이 겹치며 시리즈전적 4-3으로 아쉽게 준우승에 그치지않았다면 조던보다 먼저 3연패 위업을 달성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러 왕조 사이에서 가려졌을 뿐 역대급으로 위대한 팀중 하나다. 매직과 버드, 조던이 활약하던 시대에 파이널 2연패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나이키 제공, 아이제이아 토마스 트위터 이미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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