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인하 경쟁, 이 배터리니까 가능하다
중저가형·고급형 전기차 시장 양분될 듯
가성비를 앞세운 전기차들이 출격 대기 중이다. 중저가형 배터리로 바꿔달고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국내 전기차 판매둔화 분위기를 반전 시킬지도 관심이다.
배터리 바꾸니 전기차 가격 '뚝'
KG모빌리티는 오는 20일 토레스 EVX를 출시한다. 토레스 EVX는 중형급 SUV로 지난해 출시된 토레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기차다. KG모빌리티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내놓는 전기차여서 관심이 모이고 있다. KG모빌리티에 따르면 토레스EVX는 보조금 적용시 3000만원대에 구매 가능하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아이오닉5의 가격(보조금 적용)이 4300만~5500만원대다.
기아는 경차 레이를 기반으로 한 레이EV 사전 계약에 돌입했다. 레이EV의 공식 가격은 2700만~2950만원대이지만 국비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액(지역별 상이)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초반(서울시 기준)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레이의 2023년형 최상위 트림 가격(1800만원대)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비교적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는 것은 배터리와 연관 있다.
토레스 EVX와 레이EV에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되는데, 다른 배터리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그간 대부분 전기차에 장착된 배터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류 였다.
LFP는 그동안 효율성이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꾸준한 성능 개선으로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LFP는 NCM과 NCA보다 안정성 면에서 앞서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다른 배터리 대비 주행거리가 짧을 순 있지만 LFP의 성능 자체는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며 "중국에 출시되는 테슬라 모델Y 역시 LFP 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에 차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격인하 계속될까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6만3136대로 전년동기대비 15.5%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판매 증가율(109%)과 비교하면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도 사실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도 2021년(115.5%)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판매량 추이를 보면 전기차에 관심이 많았던 얼리어답터(빠른 수용자)가 어느 정도 전기차를 구매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는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해야 하는데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보다 가격 면에서 매력도가 떨어지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전기차 구매가 성장 둔화 요인인듯 하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가성비 전기차를 내놓고 있는 것도 둔화된 전기차 시장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현재 테슬라가 시장 장악력 유지를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서면서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동참하는 추세다. 기아는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일정 부분 필요하다면 가격 인하를 양보해야 될 것으로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아는 지난달 중국 현지 모델인 준중형 SUV EV5를 공개했다. EV5의 현지 가격은 15만9800위안(2900만원)으로 책정됐다. 스웨덴 볼보는 소형 전기 SUV EX30를 공개했는데, 이 차량의 경우 구매자가 배터리 종류를 선택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폭스바겐은 2025년 2만5000달러(3300만원)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국내 역시 중·저가형 전기차 모델 출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는 중국 전략형 모델 EV5의 국내 출시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호성 기아 사장도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EV5를 출시할 계획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는 가격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앞세워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테슬라가 트리거를 당긴 전기차 가격인하 추세는 전세계적이다"며 "국내 역시 조만간 중저가 모델의 가성비 있는 전기차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 가격을 낮추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가격이 저렴한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라며 "NCM, NCA 배터리 등을 장착한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과 LFP를 탑재한 중저가 모델로 양분화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은수 (curymero031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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