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사냥 없앤 엔씨 TL…탈리니지 실험 성공할까

최은수 기자 2023. 9. 1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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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등 부정적 의견 반영해 과감한 변화 시도
PC-콘솔 대작 지향해 P2W·자동사냥·PVP 요소 탈피
엔씨소프트 TL 프로듀서의 편지1 캡쳐(사진=엔씨소프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엔씨소프트가 신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쓰론 앤 리버티(TL)’ 자동 사냥과 자동 이동을 전면 삭제하는 '화끈한' 변화를 예고하면서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TL 개발을 총괄하고 있는 안종옥 PD 12일 공개된 '프로듀서의 편지'에서 ‘자동 사냥’ 시스템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자동 사냥은 자동전투 버튼을 누르면 손을 대지 않아도 자동으로 전투가 되는 시스템이다. 리니지 등 국산 MMORPG의 필수 시스템으로 꼽힌다.

안종욱 PD는 “MMORPG라는 장르는 필연적으로 긴 호흡의 플레이를 동반해 왔다. 장르의 역사가 오랜 기간 쌓이면서 자동사냥 시스템의 존재가 MMORPG에서는 점점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했고, 저희 역시 그 흐름과 동일하게 자동사냥을 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베타 테스트를 통해 많은 유저 분들로부터 자동사냥에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를 들었다.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패드로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이 기대한 것은 알아서 캐릭터가 움직이는 자동 게임이 아니고, 조작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몰입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을 되새겼다”고 말했다.

엔씨는 TL 자동이동도 삭제한다. 안 PD는 “자동이동이 편의성 측면이 크기에 남기는 것도 고려했지만, 월드를 직접 이동하며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지역을 탐험하는 경험의 가치도 크기에 과감히 제거를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것은 엔씨소프트가 자동사냥 삭제를 TL 한국 출시 버전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예정이라는 점이다. 엔씨소프트는 TL을 오는 12월 국내에 먼저 출시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자동 시스템 제거는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TL이 타겟으로 하는 서구권 이용자의 경우 자동사냥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월 TL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혹평이 내려졌다. 자동 사냥 기능과 하루 최대 8시간의 비접속 플레이 기능 등에 대해 일부 해외 이용자들은 부정적 의견을 제기했다. TL이 PC·콘솔 MMORPG임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게임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P2W(Pay to Win)을 벗어나 시즌패스 도입 등 비즈니스모델(BM) 변화를 줬지만 리니지 색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구권 이용자들이 불만을 제기했던 TL의 비접속 플레이 기능이 제거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독일의 게임매체 MeinMMO에 보도된 메르브 리 콰이 아마존게임즈 TL 총괄 인터뷰에 따르면 '프리미엄 시즌 패스' 구매 시 이용할 수 있었던 '비접속 플레이 기능'도 삭제될 예정이다. 이용자간 경쟁의 핵심인 PvP 콘텐츠도 강제적인 형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엔씨소프트는 조작 경험을 저하시킨다는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이동과 전투가 동시에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변경했다. 무기 시스템을 개편해 TL 고유의 ‘무기 스왑(Swap, 교체)’ 특성도 강화한다. 안종옥 PD는 “두 종류의 무기를 착용하고 사용하는 무기 시스템은 TL 전투의 매우 중요한 피처”라고 말했다.

신규 콘텐츠도 추가했다. 보다 작은 단위로 캐주얼하게 협동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파티 단위의 인스턴스 던전을 선보인다. 베타 테스트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콘텐츠로, 정식 런칭 후 탑재될 예정이다.

안 PD는 “최우선 적용 사항들 이외에도 많은 개선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며 “곧 있을 아마존 게임즈의 ‘테크니컬 테스트 클로즈드 알파(Technical Test Closed Alpha)’에도 개선 사항 일부를 반영해 테스트 예정이고, 이용자 분들에게 다시 선보일 날까지 계속해서 다듬고 고쳐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엔씨소프트가 이용자들의 부정적 의견을 개선하는 행보는 'TL'을 글로벌에서 성공시키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풀이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지식재산권) 의존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최근 모바일 MMORPG 신작 경쟁작 출시가 늘어나고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피로도가 높아지면서 엔씨소프트 주력인 리지니 게임 매출은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엔씨소프트는 MMORPG가 아닌 다양한 장르로 게임을 출시하고,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기 위해 PC-콘솔 기대작 'TL'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는 오는 26일에는 모바일 퍼즐 게임 '퍼즈업 아미토이'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다. 내년 상반기 난투형 대전액션 '배틀 크러쉬'와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 '블레이드 & 소울 S'를, 내년 하반기에는 실시간 전략게임(RTS) '프로젝트G'를 출시할 계획이다.

확 달라진 TL의 모습은 조만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9일부터 10월 3일까지 아마존게임즈를 통해 TL 크로스플랫폼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테스트는 PC와 플레이스테이션 5, 엑스박스 시리즈 X·S 플랫폼에서 진행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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