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전' 조규성이 클린스만을 살렸다…한국, 사우디에 1-0 승리→클린스만호 6경기 만에 첫 승 달성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조규성이 위태롭던 클린스만호를 구해냈다. 조규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클린스만호가 마침내 첫 승에 성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대표팀은 1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A매치 친선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경기 전부터 클린스만 감독의 미래를 점칠 한판으로 정의됐다. 지난 3월,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환희를 4년 후 북중미 대회로 이어가고자 장기 계획에 따라 클린스만 감독이 태극호의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시절 발롱도르 2위를 자랑하는 화려한 경력과 감독으로서도 화려한 전적을 자랑해 기대가 상당했다.
이제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부임 후 5경기 동안 3무 2패로 단 한 차례도 이기지 못했다. 1992년 대표팀 감독 전임제가 시작하고 취임 후 5경기 동안 승리가 없는 건 클린스만 감독이 유일하다. 국내 감독과 외국인 지도자 구분 없이 클린스만호의 출발이 가장 좋지 않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제 증명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내에 상주하지 않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성실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성적까지 받쳐주지 않으면서 경질설이 벌써 대두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전까지 무승이 이어지면 지휘봉을 내려놓으라는 압박이 본격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결과는 물론 내용까지 기대감을 안길 필요가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후 한국 축구가 나아졌다고 한 만큼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다.
경기를 앞두고 첫 승에 도전할 선발 라인업이 공개됐다. 한국은 조규성과 손흥민을 최전방에 두고 황희찬,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을 허리에 배치했다. 포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로 구성했고,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초반이 힘들었다. 킥오프 직후에는 조규성의 첫 슈팅과 이어진 코너킥에서 황희찬의 슈팅까지 공세를 펴기도 했지만 이내 사우디아라비아에 흐름을 내줬다. 분위기를 넘겨준 빌미는 중원에서의 패스미스였다.
전반 6분 큰 위기를 맞았다. 김승규 골키퍼와 정승현이 볼 처리 과정에서 엇박자를 내 사우디아라비아에 실점할 비상 상황을 겪었다. 김승규 골키퍼가 잘 처리해 안도했지만 순간 흐름을 상대에 준 발단이 됐다.
한국은 손흥민이 욕심을 내면서 분위기를 가져오려 했다. 전반 8분 이기제와 약속된 프리킥으로 슈팅을 유도한 손흥민은 11분 직접 중거리 슈팅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위협했다.
그러나 후방이 불안해지면서 다시 실점 상황을 내줬다. 전반 17분 오른쪽 측면이 허물어지면서 크로스에 이은 발리 슈팅을 헌납했고, 19분에는 박용우가 박스 밖 위험 지역에서 파울을 범해 프리킥 위기에도 몰렸다.
가장 아찔했던 상황은 전반 25분. 박용우가 우리 진영에서 상대 압박에 볼을 뺏긴 게 컸다. 단번에 살렘 알 도사리에게 단독 찬스를 내준 대표팀은 재차 김승규 골키퍼 선방으로 안도할 수 있었다.
위기를 넘긴 한국이 서서히 공격진 호흡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이재성과 손흥민이 수비를 뚫어내기 시작하면서 무게 중심이 올라가던 전반 32분 조규성이 골망을 흔들었다. 황인범의 패스가 상대 발 맞고 굴절되긴 했지만 조규성이 좋은 위치에서 머리를 갖다대는 결정력을 발휘했다.
추가 득점은 석연찮은 판정에 무산됐다. 선제골 직후 조규성이 상대 볼을 가로채 문전 침투하는 손흥민에게 패스했다. 손흥민이 잘 받아 박스 안으로 파고들다 하산 알 탐바크티에게 걸려넘어졌다. 명백한 페널티킥이었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비디오 판독(VAR)도 없어 항의밖에 할 수 없었다.
조규성의 골로 앞선 채 후반을 맞은 한국은 계속 리드를 지켜나갔다. 후반 초반 손흥민의 침투패스를 받은 이재성이 절호의 기회를 잡기도 했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슈팅이 가로막혔다. 이후에도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진영에 주로 머물며 추가골을 노렸다.
유리한 전개에도 골이 나오지 않자 문선민, 황의조, 강상우 등을 투입하며 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발을 맞춰보지 않았던 조합이라 후반 종반에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무게 중심이 내려갔다. 이를 극복하려 오현규와 이순민까지 넣어봤지만 남은 시간 버티는데 만족해야 했다. 마지막까지 몸을 날린 김민재의 수비 덕에 1-0 무실점에 성공하면서 어렵사리 첫 승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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