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충북 아파트 공급 폭탄… "미분양 리스크"

정영희 기자 2023. 9. 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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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은행은 '충북 주택시장에 대한 평가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를 발표, 올해 기준금리 동결로 주택 관련 신규 대출에 대한 부담이 완화되는 가운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과 상대적으로 적은 신규 입주물량 등이 주택시장 부진 완화요인으로 작용했으나 미분양 주택이 늘어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많아지면 추가적인 부진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연이은 기준금리 상승으로 전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운데 충북 지역 또한 그 타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 정부의 각종 규제완화책과 특례보금자리론을 대표로 하는 정책모기지 시행으로 낙폭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집값 하락기 이전 착공한 공공주택이 향후 2년 이상 연달아 준공될 것으로 보이며 미분양 리스크와 이에 따른 역전세난 가능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충북 주택시장에 대한 평가 및 리스크 요인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서 오는 2025년까지 충북 지역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큰 폭으로 증가해 미분양 물량 확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 분석 결과 충북 주택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하락 전환 후 같은 해 12월(-1.0%, 전월대비) 저점을 찍었다. 올해 초부터는 급매물이 소진되며 2월 이후 소폭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래량은 2021년 3월(4441건) 이후 약 2년 간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다 올해1월(1184건)을 기점으로 반등, 지난 5월 2517건으로 증가했다.

주택 임대차 시장은 계약 형태에 따라 다른 양상을 드러냈다. 전세가격은 매매가격과 마찬가지로 2022년 8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지난 6월까지 하락세가 지속됐으나 낙폭은 줄어들고 있다. 하락률의 경우 지난해 12월 -1.24%에서 지난 6월 -0.06%로 조정됐다. 월세가격은 전세 보증금 대출의 이자비용 상승과 보증금 미반환 우려 증가 등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나며 지난 6월 기준 지난해 7월 대비 0.6% 상승했다.

충북에선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분양 주택수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20∼2021년 1000가구 미만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 올해 2월 4388가구를 기록했으며 최근까지도 4000가구를 상회한다. 미분양 주택의 60% 정도가 집중충북혁신도시와 산업단지 조성 등의 영향을 받은 음성군(2325가구)에 몰렸는데, 주택 공급은 크게 증가했으나 수요가 이에 미치지 못한 탓이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는 같은 기간 31가구로 집계되며 2017년부터 2022년 사이 월평균(577가구)보다 낮았다.

분양시장에선 실제 계약률이 부진한 문제를 겪고 있다. 지난 2월 1순위 최고 경쟁률 기준 31.03대 1, 5월 264.98대 1 등을 기록한 일부 단지가 있었으나 지난 1분기 초기 분양기간에 실제 계약이 체결된 가구 수 비율(초기분양률)은 22.8%에 그치며 지난해(84.5%)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하락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7월 이전 착공된 주택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시차를 두고 준공해 충북 내 입주물량이 크게 증가함으로써 주택시장 개선흐름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고 봤다. 입주물량이 늘어 전세가격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역전세 현상이 당초 예상 기간인 2024년 하반기를 넘기는 등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진 한국은행 충북본부 기획조사팀 조사역은 "신규 주택 입주물량 증가는 전·월세 주택 공급을 단기적으로 크게 증가시킴으로써 전세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에 따른 전세가격 하락은 주택 투자금액을 증가시켜 투자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매매가격에 간접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미분양 주택 수가 증대되면 일정 기간 이후 준공 후 미분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의 미수금과 대출비용 증가로 연결되어 재무상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존재하며 할인 분양 우려로 기존 주택 매매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 조사역은 "다만 준공 후 미분양 주택수 추이는 시·군별로 상황에 따라 상이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청주시의 경우 낮은 미분양 주택수와 최근의 청약 결과 호조 등을 고려하면 준공 후 미분양 우려는 제한적인 반면 음성군의 경우 미분양 주택수는 과거 평균을 크게 상회하는 가운데 입주물량이 상당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주택 건설경기와 관련된 동행·선행지표들이 모두 부진한 흐름을 보임에 따라 충북 소재 건설사의 재무지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주거용 건물 착공면적은 줄어들고 있으며 미분양을 걱정한 건설업체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하는 실정이다. 착공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와 건설수주액(민간 기준)이 감소하고 있고 시행사업의 초기 단계인 한국주택토지공사(LH) 토지 또한 연이어 유찰되는 등 향후 건설경기 침체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건설기성액 기준 상위 5개에 해당하는 충북지역 소재 건설업체들의 주요 재무지표는 지난해 악화일로에 진입했다. 영업이익률은 5.0%로 전년(6.1%)에 비해 내렸으며 부채비율은 77.8%로 전년(75.7%)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공사·분양 미수금은 직전 해(962억)보다 늘어난 157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분양미수금이 큰 폭(81억 → 467억)으로 확대됐다.

보고서는 충북 지역 내 주택시장에 대한 상시적이고 종합적인 리스크 점검을 통해 주택시장 관련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실물경기로의 확산 방지를 위한 긴요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조사역은 "미분양 누증이 준공 후 미분양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택 공급 물량이나 시기를 수급 여건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준공 후 미분양 증가로 인한 건설업체의 경영환경 악화가 금융 리스크로 이어지는 것을 예방하는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역 건설업체의 경영환경 개선 지원책을 마련함으로써 지역민들의 안정적인 주거환경 조성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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