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풍향계] “구내식당 매주 水는 수산물 데이”… 日 오염수 우려에 총동원된 관가

세종=박소정 기자 2023. 9. 13.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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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매주 수요일 구내식당에서 '수산물 특식'을 제공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각 정부 부처 수장들은 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나섰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노사후생과는 최근 내부망을 통해 "최근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에 빠진 국내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종·서울·과천·대전 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서 4주 동안 매주 수요일에 '우리 수산물 먹는 날' 특식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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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매주 수요일 구내식당에서 ‘수산물 특식’을 제공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해양수산부·기획재정부 그리고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각 정부 부처 수장들은 수산물을 먹는 모습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배포하고 나섰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시작으로 불안감이 커지자,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며 공무원들이 총동원되는 분위기다.

13일 관가에 따르면, 행정안전부 노사후생과는 최근 내부망을 통해 “최근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어려움에 빠진 국내 어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세종·서울·과천·대전 정부청사 구내식당에서 4주 동안 매주 수요일에 ‘우리 수산물 먹는 날’ 특식을 제공한다”고 공지했다.

12일 저녁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구내식당 앞에 놓여 있는 '수산물 제공의 날' 팻말. /박소정 기자

해당 게시글에는 “전문기관에서 방사능 수치 등 안전성 검사를 마친 안전한 국내 수산물을 활용한 특별 메뉴가 8000원에 제공된다”고 쓰여 있다. 실제로 수요일인 이날 구내식당 식단표에는 꽃게탕, 고등어구이, 전복죽, 오징어튀김, 봉골레파스타 등이 올랐다.

추석을 앞두고 몇몇 부처에서는 명절 선물로 수산물을 활용할 것을 권하고 있다. 한 부처는 내부망에 올린 공지글을 통해 해수부에서 개최하는 ‘수산물 특별 할인전’, ‘주요 수산시장 축제’ 그리고 ‘수협쇼핑’ 등을 안내하며 “추석 명절 맞이 선물 및 기념품에 수산물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했다. 이어 “산하·유관기관에서도 수산물 명절 선물, 단체급식 중 수산물 이용 확대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심과 협조를 부탁한다”고 했다.

12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구내식당 앞에 놓여 있는 주간 식단표. 매주 수요일 '수산물 제공의 날'을 운영하기로 한 이곳은 첫 수산물 특식 메뉴를 꽃게탕, 고등어구이, 봉골레파스타, 오징어튀김, 전복죽 등으로 구성했다. /박소정 기자

정부 부처 수장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수산물 인증샷’을 찍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4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조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오찬 메뉴로 회·물회·전복돌솥밥을 선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난 일주일 동안 수산물 판매가 늘었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며 “불안을 유발하는 정치권 행태도 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수산물 관리 주무 부처인 해수부의 조승환 장관이 그중에서도 가장 분주하다. 조 장관은 지난 6일에 이어 이날도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다. 조 장관은 이날 대형마트 4곳, 수협중앙회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기로 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도 이런 행보에 합세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6일 저녁 공정위 상임·비상임위원과 함께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아 만찬을 가졌다며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는 대통령실 측에서 ‘국무위원들이 수산물 소비 촉진에 활발하게 나서 달라’고 당부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왼쪽부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각 부처 제공

일각에선 인위적인 수산물 소비 촉진 동원 방식에 오히려 ‘거부감이 든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 공무원은 “사실 별생각이 없었는데 먹으라고 등 떠미니 더 이상해 보인다”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수산물은 쉽게 상하는 터라 평소 명절 선물로 고려해 본 적 없었는데, 막상 저리 공지가 내려오니 고민되기는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수부는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후 우려한 만큼의 소비 위축 신호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양 방류가 시작된 직후 6일간(8월 28일~9월 3일)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수산물 매출액은 직전 7일간 매출액의 103%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부 수산시장 상인들은 ‘사재기’ 현상이 아니냐며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염수 논란에 따른 소비 위축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관 등지에서 대대적인 수산물 할인 행사를 실시하는 가운데, 지난달 급등했던 ‘수산물 물가’가 진정될지도 주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8%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670억원을 풀어 추석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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