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질론' 불거졌던 클린스만, 조규성 덕분에 '생존'…한국 사우디 1-0 제압 '6개월 만에 첫 승'

박대성 기자 2023. 9.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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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규성 ⓒ연합뉴스/로이터
▲ 조규성 ⓒ연합뉴스/로이터
▲ 조규성 ⓒ연합뉴스/로이터

[스포티비뉴스=박대성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벼랑 끝이었다. 경기력과 대표팀을 대하는 태도 논란까지 휩싸이며 경질론이 불거졌다. 하지만 조규성이 골망을 흔들며 포효했고,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6개월 만에 첫 승을 기록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3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평가전에서 1-0으로 이겼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이후 6경기 만에(6개월 만) 승리를 맛 봤다.

한국 대표팀은 웨일즈전과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홍현석 대신에 황희찬을 선발로 꺼냈다. 전방에는 조규성과 손흥민이 맡았고, 허리에는 황희찬, 황인범, 박용우, 이재성이었다. 포백은 이기제, 김민재, 정승현, 설영우였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한국은 두 줄 대형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했다. 황희찬과 이재성이 측면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손흥민은 프리롤로 뛰며 원톱 조규성을 지원했다. 한국은 초반부터 사우디아라비아를 몰아쳤다. 전반 3분 황인범이 볼을 잡고 돌아서면서 돌파했고 조규성에게 패스했다. 슈팅은 막혀 코너킥이 됐다. 이후 손흥민, 이재성이 공격의 키를 잡고 사우디아라비아 진영에 볼을 보냈고 황희찬이 슈팅을 했다. 황인범은 허리에서 공격적인 전방 패스를 시도했지만 오프사이드 등에 걸려 아쉬움을 삼켰다.

▲ bestof topix

하지만 한국의 조직력은 다듬어지지 않았다. 후방에서 실수가 나왔다. 골키퍼 김승규와 중앙 수비 정승현의 사인이 맞지 않아 실책이 나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기회를 포착해 슈팅했지만, 김승규의 슈퍼세이브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측면 공격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했고 손흥민, 이기제가 열을 올리며 사우디아라비아를 공략했다. 전반 11분 손흥민의 슈팅은 골키퍼 정면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점점 분위기를 올렸다. 한국을 압박하며 빠르게 볼을 탈취했고 역습으로 이어갔다. 전반 17분 위협적인 기회를 잡았다. 알 샤라니가 크로스를 올린 걸 알 함단이 슈팅으로 연결했는데 한국 수비에 맞았다. 전반 19분엔 프리킥으로 한국을 위협했는데 골키퍼 김승규를 뚫지 못했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공세를 막아낸 뒤 주도권을 잡아갔다. 박용우, 이재성이 허리에서 볼을 점유했고 전방에 손흥민에게 전달했다. 손흥민은 전반 25분 슈팅 기회를 잡았는데 이번에도 골키퍼를 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곧바로 역습했지만 김승규의 선방쇼에 막혀 울분을 삼켰다. 사우디아바리아는 후방 롱 패스로 한국 진영에 볼을 투입했다.

밀고 당기는 공방전 속에 한국의 선제골이 터졌다. 주인공은 조규성이었다. 전반 31분, 이재성이 우측에서 중앙으로 볼을 보냈고, 손흥민이 다리 사리로 흘려 리듬을 이어갔다. 황인범이 움직임을 포착해 스루패스를 시도했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 벽에 걸렸다. 하지만 높게 튄 볼이 조규성에게 전달됐고, 강한 피지컬과 집중력 높은 헤더로 사우디아라비아 골망을 뒤흔들었다.

한국은 선제골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를 더 몰아쳤다. 조규성이 볼을 잡아 손흥민에게 패스해 골키퍼와 1대1 상황에 가까운 장면이 만들어졌다. 다급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과격한 태클로 막았다. 페널티 킥에 가까운 순간이었지만, 판정은 코너킥이었다. 손흥민은 페널티 킥을 주장했고 땅을 치며 주심에게 억울함을 토로했다.

아쉬웠지만 한국의 공격은 매서웠다. 전반 37분 조규성이 박용우 크로스를 발에 댔는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에 막혔다. 이어 손흥민이 이재성의 패스를 잡아 방향 전환을 했다. 황희찬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지만 좁은 수비망에 걸려 득점하지 못했다. 전반 42분엔 황인범의 슈팅이 사우디아라비아 수비에 맞고 굴절돼 자책골이 될 뻔 했지만 밖으로 나갔다. 코너킥 등 세트피스에서도 위협적인 장면을 연달아 만들었다.

한국은 후반전에도 공격에 열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가리브를 빼고 알 부라이칸을 투입했다. 한국은 김민재의 환상적이고 안정적인 후방 빌드업에 이재성, 손흥민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수비를 흔들었다. 이재성이 볼을 잡고 마무리하려고 했지만 골키퍼까지 뚫지 못했다. 한국은 기세를 몰아 더 사우디아바리아를 밀어 붙였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이 최적의 포지션에 위치했고 간결한 패스 워크로 사우디아라비아 골망을 조준했다. 황희찬도 특유의 저돌적인 개인 기량으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흔들었지만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진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의 맹렬한 공격에 흔들렸다. 분위기를 가져오려고 한국을 강하게 압박하며 애를 썼다. 몇몇 역습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있었지만 마무리가 부족했다. 후반 16분 알 함단이 일대일 기회를 맞았고 슈팅까지 했는데 오프사이드가 됐다.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반격을 코너킥 등 세트피스로 대응하며 흐름을 이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밤하스우드, 알 하자지를 투입해 고삐를 당겼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저돌적인 황희찬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한국은 황희찬 등을 중심으로 낮고 빠른 크로스를 박스 안에 투입했는데 수비에 맞고 굴절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황의조, 문선민을 투입해 전방에 에너지 레벨을 올렸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내리기보다 맞불을 놓으며 한국 골문으로 다가섰다.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사우디아라비아는 알 가남, 알 비시를 투입했고, 한국은 강상우 카드를 꺼냈다. 후반 초중반까지 몰아쳤던 한국은 점점 체력이 떨어졌다. 킥오프부터 벌어졌던 공격과 수비 간격은 더 넓어져 사우디아라비아에 볼 점유유를 내주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종료 직전까지 엄청난 공세를 퍼부었다. 집중력이 떨어진 한국에 동점골을 넣으려고 총력을 다했다. 한국은 김민재 등이 몸을 던져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막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몇몇 기회를 결정짓지 못하면서, 경기는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3월부터 파울루 벤투 감독 후임으로 한국 대표팀을 지휘했다. 부임 당시 공격수 출신이라 한국에 공격적인 축구를 입히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다. 뚜렷한 색깔 없이 팀을 이끌어 비판을 받고 있다.

6월까지 이기지 못한 클린스만 감독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디어 앞에 섰다. 짧게는 오는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길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의 로드맵을 듣는가 싶었지만 코칭 스태프 소개와 그동안 한국 대표팀에서 받은 인상만 나열했다. 어떤 색채를 한국 대표팀에 입힐 거냐는 질문에는 "기다리면 알게될 것"이라며 확답을 회피했다.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 한국 대표팀 ⓒ연합뉴스/로이터

일리는 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향후 구상과 플랜을 모두 공개한다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다. 아직 월드컵 예선 단계에 접어들지도 않았고, '허니문' 효과도 남아있기에 기다려 봄직한 일이긴 했다.

그런데 최근에 행보를 보면, 과연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 부호가 붙는다. 그간 외국인 지도자들처럼 한국에 상주해 팀을 꾸리고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걸핏하면 미국으로 날아가 시간을 보냈다.

최근에는 글로벌 스포츠 매체 'ESPN' 패널로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손흥민, 김민재 등을 언급하기도 했지만,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 해외축구 이슈를 열거했다. 더 나아가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토트넘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 승·무·패를 예측하는 모습까지 있었다.

수석코치도 마찬가지다. 헤어초크 코치는 2023-24시즌에 들어가면서 오스트리아 'ESPN' 해설진으로 합류했다. 유럽파를 현지에서 직접 관찰한다는 명분은 있지만, 매주 경기가 있는 해설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는 그림이었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최근에 논란에 말문을 열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은 아니었다.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냐는 지적에 "3월과 6월 결과가 아쉬웠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많았다. 능력 있는 코치들과 현대 축구 흐름을 파악하면서 아시안컵을 어떻게 치를지 논의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계획을 이미 세웠다. 9월에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경기하고 10월에는 베트남, 튀니지와 한다. 11월에는 2차 예선, 아시안컵으로 바쁜 일정을 보낼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쟁에서 지는 걸 싫어한다. 이기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다. 이기고 싶고 결과를 선물하고 싶다"라면서 "한국에서 경기를 많이 봤다. K리그2, U리그, FC서울 U18 오산고 경기도 직접 관전했다. 국내 경기는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가 보고 유럽에서는 안드레아스 쾨프케, 파울로 스트링가라 코치가 점검한다. 7, 8월은 축구협회와 계약하기 전 합의한 일정들이어서 한국에서 많이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9월이 지나면 10, 11월은 한국에 머물 것이고 아시안컵 전에 국내파 위주의 훈련도 계획 중이다. 지속적으로 좋은 결과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고정 관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일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에 왜 감독이 없냐는 물음표를 던지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난 더 큰 그림에서 생각한다. 차두리, 마이클 김 코치와 많은 통화를 하고 있다. 각 연령별 대표팀 정보도 듣고 있다. 유럽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현대 축구 흐름, 다른 스포츠의 트렌드까지 익히고 있다. 늘 대표팀에 어떻게 접목하고 발전을 꾀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일본은 유럽에서 많이 활동하고 있다. 독일에 일본축구협회 사무실을 두고 있을 정도다. 대한축구협회와도 이런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내가 보이지 않는다고 쉬는 게 아니다. 난 일을 하고 있다. 외부 스태프 운영도 고민하고 있다. 난 워커홀릭이다. 한국 사람들도 일에 미쳐 있지만 나도 일을 많이 한다. 국제적인 경향을 수용해 어떻게 운영할지 고민하고 있다. 상대팀 분석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최근에 한국에서 팀 K리그 경기를 관전하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2차 예선 조 추첨 논의를 하고 미국에 왔다. 일주일 동안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일정이 있었다. 한국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기 전에 잡혔던 일정이다. 더블린에 간 김에 토트넘 홋스퍼 개막전을 봤고, 김지수(브렌트포드)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 완벽하게 집중하지 않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금은 다시 LA로 돌아왔다. 유럽축구연맹(UEFA) 풋볼 보드라 유럽으로 일찍 가야 한다. 챔피언스리그 조 추첨식을 보고 유럽파 경기를 볼 예정이다. 프랑스 리옹에서 파리 생제르맹의 경기가 있어 이강인을 지켜볼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더 논의하고 웨일스 카디프에 합류하겠다"고 설명했다.

영국 원정길에서도 논란의 연속이었다. 대표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챔피언스리그 조추첨, AS모나코 훈련장 등을 방문했다. 웨일즈와 졸전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고 난 이후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 레전드 매치 참가 명단에 클린스만 감독 이름이 올라와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 클린스만 감독 ⓒ곽혜미 기자

최근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에 있는 시간보다 유럽과 미국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생산적이며 앞으로도 재택 근무를 유지할 의향을 내비쳤다. "만약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감독을 찾으면 된다"라는 충격적인 발언을 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부임 후 5경기 동안 이기지 못한 감독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리바아전까지 이기지 못한다면 경질론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일단 사우디아라비아에 승리를 따내며 한숨은 돌렸다. 하지만 1승에 그동안 모든 걸 털어낼 순 없다. 승리를 따냈지만 경기력이 좋다고 볼 순 없었다. 상대편 사우디아라비아도 불안한 경기력에 허술한 조직력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부터 현재까지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우승을 외쳤다.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로 분위기를 회복했기에 더 나은 경기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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