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BMW 뮌헨 공장…친환경·전동화시대 여전한 경쟁력[르포]
로봇 2000개 포진…차세대 차량 생산 준비해 'i팩토리'로 재탄생
(뮌헨=뉴스1) 이동희 기자 = 독일 뮌헨 공항에서 시내를 향해 약 30㎞를 가다 보면 한쪽에 4기통 엔진을 형상화한 BMW그룹 본사 건물을 볼 수 있다. 이 건물 옆으로 BMW 박물관과 BMW 벨트(Welt)도 있어 BMW의 본고장, 뮌헨에 온 것을 실감나게 한다. BMW그룹 본사 뒤로 50만㎡ 규모의 크고 넓은 건물이 있다. BMW 뮌헨 공장이다. 1922년 설립된 BMW의 첫 번째 공장으로, 역사와도 같은 곳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오후 방문한 뮌헨 공장은 근무조 교대가 한창이었다. 이날 안내를 담당한 BMW 직원 율리아 프롬은 본인 역시 오스트리아 출신이라면서 뮌헨 공장에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고 전했다. BMW에 따르면 뮌헨 공장은 50개국에서 온 약 78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니 100년 넘은 공장인 게 느껴지지 않았다. 두 시간 가까이 이뤄진 관람 내내 가지런히 정리된 구석구석을 볼 수 있었다. 100년이 아니라 이제 막 완공한 공장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뮌헨 공장은 BMW의 성공을 이끈 스포츠 세단 3 시리즈와 순수 전기차 i4, 고성능 M3 등을 혼류 생산한다. 내연기관부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순수 전기차까지 다양한 모델의 차를 하루 최대 1000대 쏟아낸다. 차 한 대를 만들어내는 데는 40시간이 걸린다.
자동화 시대를 맞아 뮌헨 공장도 로봇으로 가득했다. 프레스부터 바디, 도장, 조립 등 전 공정에 다양한 로봇이 춤추듯 움직이고 있었다.
프레스 공정에서는 15톤에 달하는 거대한 몰드를 로봇이 위아래로 움직이며 차의 뼈대를 찍어내고 있었다. 이렇게 찍어내는 부품이 하루에 13만개다. 몰드 교체 주기는 7년 정도다.
프레스 과정을 거친 부품은 바디와 조립 공정으로 옮겨진다. 400개의 각각 다른 부품이 단계적으로 이동해 차체 조립 공정이 완성된다. 이 과정은 로봇의 향연이다. 뮌헨 공장의 2000개 로봇 중 1500개가 바디 공정에 투입된다. 사람의 손길이 닿는 부분은 작은 부품의 조립 정도다. 97%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뮌헨 공장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면서 인력은 줄었을까. BMW의 대답은 'No(노)'다.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서포트'(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전동화 전환 시대에 다른 완성차 브랜드가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과 달리 BMW는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엔진 등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불필요한 분야의 직원을 다른 공장으로 전환 배치하거나 교육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BMW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효율성 극대화' 때문이다. BMW그룹은 최근 뮌헨을 비롯해 전 세계 공장의 건물과 시스템에 대해 3차원 디지털 스캔 작업을 완료했다. 무선 주파수(RFID)를 이용해 전 세계 어디서나 특정 차량의 부품을 식별하고 할당하는 작업을 앱으로 간단히 할 수 있다. 공정 디지털화로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지속가능성도 뮌헨 공장이 내세울 수 있는 하나의 장점이다. 공장 담벼락 바로 옆 주택 단지는 BMW가 지역 사회와 공존하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BMW는 뮌헨 공장 용수 소비를 줄이기 위해 2021년부터 생산에 역삼투압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BMW는 새로운 시스템을 활용해 연간 용수 소비량을 600만 L(리터)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BMW는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자원 소비량을 절반 이상 감축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78% 줄였다.
뮌헨 공장은 또 다른 변화를 시도 중이다. BMW는 2020년 전동화를 위해 새로운 차량 조립 및 차체 공장 시설을 건설하고, 엔진 생산은 다른 공장으로 이전하는 뮌헨 공장 확충 계획을 발표했다. 생산 중인 i4가 확충 계획의 결과물이다. 현재 일부 엔진 공장은 향후 생산할 '노이어 클라쎄' 모델 생산을 위한 시설로 전환 중이다. 뮌헨 공장은 BMW그룹의 첫 'i팩토리'로 역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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