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가루쌀 휘낭시에·식빵, 추석쯤이면 동나요”... 남장현 SPC삼립 연구원

이민아 기자 2023. 9. 1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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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삼립, 6개월 걸려 가루쌀빵 개발... 정부 쌀 소비 촉진 정책 동참
미각제빵소 휘낭시에·식빵, 출시 한달여 만에 1만5000개 판매
“가루쌀빵, 밀가루빵보다 촉촉하고 찰진 식감”
“가루쌀로 만든 빵은 더 촉촉하고 부드럽습니다. 정부로부터 할당받은 가루쌀 물량이 한정돼 있어 추석 전후로 올해는 생산이 중단되고 내년부터 다시 만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가루쌀을 원재료로 쓴 ‘미각제빵소 식빵·휘낭시에’는 지난달 17일부터 판매돼 12일 현재까지 약 1만5000개가 팔렸다.

남장현 SPC삼립 책임연구원(차장)이 가루쌀이 함유된 식빵을 손에 들고 미소짓고 있다./ 이민아 기자

가루쌀은 정부가 쌀 과잉 공급 문제가 심화되자 국내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개발한 품종으로, 일반 쌀과 달리 쉽게 가루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이다.

쌀은 매년 20만t 안팎이 초과 생산되며, 매년 평균 7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남아도는 쌀 구매에 쓰인다. 일반 쌀 재배 면적을 줄이고 가루쌀 재배 면적을 늘리면, 쌀의 과잉 공급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으리란 취지다.

가루쌀은 재배 방법이 일반 쌀과 같지만 밀가루를 대체하는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일반 쌀처럼 재배하면 되니 생경하지 않은 작물이다. 또한 해외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밀가루 수요도 일부 대체할 수 있으리란 기대감도 있다.

이런 취지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루쌀 재배 면적을 올해 2000㏊에서 2026년 4만2100㏊로, 생산량을 올해 9만5000톤에서 2026년 20만톤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가루쌀은 일반쌀 대비 부드럽고 촉촉하다. 빨리 굳지 않고 발효 속도가 빠르다. 밀가루에 함유돼 있는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서도 더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 글루텐은 보리나 밀과 같은 곡류에 들어 있는 단백질 성분으로 쫄깃한 식감을 내거나 빵이 부풀어 오르게 한다.

글루텐 성분은 과하게 섭취하면 장에서 서로 엉겨 붙고 변비나 소화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소화되지 않은 글루텐은 장내 염증이나 아토피같은 알레르기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미각제빵소 식빵·휘낭시에는 SPC삼립이 국내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정부 사업에 협조하는 차원에서 개발한 제품이다. 휘낭시에에는 가루쌀 100%가 들어가고, 식빵에는 원료의 7.35%가 들어간다.

조선비즈는 SPC삼립의 남장현 책임연구원을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SPC1945 빌딩에서 만나 제품 개발과정을 들어봤다.

가루쌀빵 개발에는 6개월이 걸렸다. 기존의 밀가루 빵의 평균 개발 기간인 3~4개월에 비해 1.5배는 걸린 것이다. 가루쌀로 빵을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배합 비율부터 고민해야 할 지점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남 연구원은 “기존 밀가루 빵과 비교해 맛의 이질감이 덜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며 “이와 더불어 ‘쌀’을 연상했을 때 생각나는 단맛과 찰진 식감으로 차별화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20년차 베이커리 개발 한 길을 걸어온 그에게도 가루쌀빵 개발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SPC삼립에서 잉글리쉬머핀, 베이글, 와플, 크림빵 등 다양한 빵의 개발에 참여했다.

미국 쉐이크쉑의 한국 매장에서 나오는 번(bun·햄버거빵)의 개발도 이끌었다. 이 번은 쉐이크쉑 본사에서 고소한 풍미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싱가포르로 역수출되고 있다. 다음은 남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미각제빵소 가루쌀 식빵./SPC삼립 제공

―가루쌀빵으로 식빵과 휘낭시에를 가장 먼저 만든 이유가 있나.

“정부의 쌀 소비 촉진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식사 대용 빵인 식빵을 선택했고, 디저트류 가운데 가장 인기 많은 품목인 휘낭시에를 선택했다. 쌀은 한국 사람의 주식이지 않나. 쌀로 ‘식사’를 할 수 있는 빵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개발하면서 가장 중시했던 부분은.

“밀가루빵과 비교해 맛의 이질감이 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루쌀도 기본적으로 쌀가루이기 때문에, 원료 특성이 밀가루와 다르다. 밀가루에 비해 쌀가루는 좀 더 푸석하다. 쌀의 단맛, 차진 식감을 빵으로 구현하는 데에 중점을 줬다.

―가루쌀에는 글루텐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다. 글루텐이 없어서 반죽을 치다보면 축축 늘어지고, 탄력이 없어서 기존의 밀가루빵과는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긴 했다. 그래서 식빵과 같은 식사빵은 100% 가루쌀만 사용해서 만들기는 어렵고, 7.35%만 가루쌀을 넣었다.

글루텐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100% 가루쌀만 사용해서 식사 빵을 만들기는 어렵다. 수없이 테스트를 반복해 빵으로 만들었을 때의 최적 비율을 찾아냈다. 다만 케이크류(휘낭시에 등)는 빵과 달리 글루텐이 품질을 크게 좌우하지 않아서 가루쌀로 100% 대체가 가능했다.”

―제조 방법을 연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겠다.

“그렇다. 다른 제품들은 개발에 3~4개월을 투자했다면, 가루쌀은 6개월 정도 준비했다.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정부 정책에도 공감했기 때문에 단순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식빵에 들어가는 가루쌀 비율을 5%, 10%, 15%로 조금씩 조절해가면서 배합하고 분석했다.

밀가루빵과 제조 방법은 동일한데 반죽의 물성 차이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쌀이 들어가면 빵의 ‘노화도’가 빨라지는 점도 넘어서야 할 과제였다. 더 빨리 마르고 푸석해진다는 의미다.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도 연구했다.”

―소비자 반응은 어떤가.

“많이들 좋아해주셔서, 추석을 전후해서 가루쌀빵의 물량은 전부 소진될 걸로 예상된다. 아직 가루쌀 자체의 생산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려야할 걸로 보인다.”(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는 신청 업체들을 대상으로 가루쌀을 조금씩 나눠줘 제품 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식빵을 먹어보니 밀가루 빵에서 나지 않는 어떤 향이 난다.

“익숙한 향일거다. 쌀 특유의 냄새가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해 현미 향을 첨가했다.”

―다른 빵 제조사들도 가루쌀빵을 제작하는데, SPC삼립만의 경쟁력은.

“유명 베이커리 같은 경우는 그들만의 특징, 또는 레시피같은 게 있다고 하면 우리는 좀 더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제품 출시 전까지 수없는 배합 테스트를 반복하고, 소비자 관능 평가를 거쳐 다시 피드백을 받고 또 수정해서 제품을 출시했다.”

―다른 종류의 가루쌀빵도 개발 중인가.

“디저트류를 추가로 계획 중이다. 디저트는 밀가루를 쌀가루로 100% 대체 가능하기 때문에 가루쌀을 더 많이 활용할 수 있어서다. 디저트가 좀 더 ‘프리미엄’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 가루쌀 빵은 ‘예쁜 것’ ‘맛있고 고급스러운 것’이라고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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