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봤어요] 4년 만에 열린 ‘서울장터’ 북적북적... “마트보다 싸다”
추석 앞두고 고물가에 시중보다 10~30% 저렴한 상품 찾으러 와
서울시청 “서울장터 이후에도 온라인 직거래 계속되도록 노력”
“오늘 회사 연차 내고 친구랑 구경 왔어요. 추석을 앞두고 물가가 비싼데 시골에서 직접 농사지은 싱싱한 걸 마트보다 싸게 파니까 안 올 수가 없죠.”
12일 오전 11시 서울광장.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양손 가득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보여주며 반찬거리 겸 명절 준비를 위해 이곳을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도라지, 양파, 땅콩 등을 샀는데 마트보다 20%는 싸게 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개최한 전국 최대 규모의 직거래 장터인 ‘서울장터’엔 서로 어깨가 부딪힐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추석을 앞두고 고물가에 근심이 커진 사람들이 산지에서 올라온 싱싱한 농수산물을 시중 가격 대비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모여든 것이다.
이번 서울장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태풍 등의 영향으로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했다.
이번 장터에선 전국 10개 광역단체와 80개 시·군의 130여개 농가가 농·수·특산물 500여개 품목과 축산물을 직거래로 판매한다. 지난 11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사흘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광장에서 운영된다.
◇”고물가에 그나마 한 숨 돌렸다”… 명절 제사·선물 준비와 반찬거리 구매하는 소비자
고물가가 계속되면서 장보기에 부담을 느꼈던 소비자들은 이번 장터에서 저렴한 상품을 찾거나 평소와 같은 가격이지만 더 품질이 좋은 상품들을 찾아다니는 분위기였다.
친척들에게 돌릴 추석 선물을 구매한 한덕진(49)씨는 “친척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내려고 배 5박스를 구매했다”며 “지난주에 마트에 한 번 갔다가 과일이 너무 비싸서 못 샀는데 여기는 유명한 나주 배인데도 더 저렴해서 구매했다”고 말했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올라와 직접 수확한 배를 판매하는 상인은 “어제만 100명 넘게 구매했다”며 “명절 선물용으로 택배주문이 가장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에서는 나주 배(8입) 선물세트가 5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대형마트에서 나주 배는 이보다 1~2만원 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제일 먼저 한우를 둘러봤다는 김성구(76)씨는 “직거래니까 신용, 신선, 저렴 세 가지 장점이 있다”며 “비싸서 한우를 못 사 먹는데 저렴해서 이번 기회에 먹어보려고 샀다”고 말했다. 이날 강원도 횡성에서 온 한우등심(1+등급) 가격은 100g당 1만원이었다. 대형마트에서는 이보다 4000원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 중이다.
크게 저렴하지 않더라도 품질이 좋은 제품을 골라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충청남도 태안군에서 수확한 고추를 산 김진숙(55)씨는 “여기 고추가 1근(600g)에 2만5000원이니까 일반적인 고추 가격과 비교하면 아주 싼 건 아니다”라면서 “그런데 기계건조가 아니라 햇빛에 직접 말린 태양초라 제품의 질이 좋기 때문에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첫날 1700만원 매출 나기도… 농수축산인들 ‘방긋’
전라도·경상도·충청도 등 멀리서 서울까지 올라온 농수축산가 상인들은 피곤함도 뒤로한 채 몰려드는 사람들을 일일이 응대하며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전라남도 영광군에서 올라와 굴비를 파는 상인 김모씨는 오전 11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오늘 거의 다 팔려서 끝날 것 같다”며 “어제만 200명 정도가 다녀가 매출이 1700만원 났다”고 웃었다. 그는 “제사음식으로 쓰려고 사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충청도 보령시에서 꿀을 판매하러 온 상인 60대 이모씨는 “오늘 150~200만원 매출을 예상한다”며 “우체국이나 지역 시장에 판매하는 가격보다 5000원 정도 저렴하게 판매하지만 3일 동안 집중적으로 직거래로 직접 판매할 수 있어서 우리한테도 더 좋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작년에는 서울에 숙소를 다 잡아놨는데 태풍 때문에 취소돼 적자였는데 올해 만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영규 서울시 대외협력과 지역상생팀 주무관은 “어제 첫날이었는데 구매고객이 대략 7000명, 방문고객은 1만5000명 정도였다”며 “고물가 시대에 명절을 앞두고 시민분들께 저렴한 가격으로 농수특산물을 제공하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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