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거수기’ 은행 이사회의 변신… 이복현 금감원장 면담 덕?

김유진 기자 2023. 9.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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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은행 이사회가 금융감독원과의 정례 면담을 진행한 이후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에서는 경영진이 그동안 이사회에 제공하지 않았던 주요 정보를 금감원의 면담을 앞두고 급히 제공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부터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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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9개 지주·은행 이사회와 면담 진행
경영진, 면담 전 이사회에 감췄던 정보도 제공
연내 하나·우리금융 이사회와도 간담회 진행
금융권 “이사회 결정에 당국 입김 반영” 우려도
금융감독원 건물.
“이사회가 회사의 전반을 살펴볼 때 경영진으로부터 받은 정보에 의존하게 됩니다. 금융감독원의 이사회 면담이 시작된 이후 회사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A금융지주 이사회 사외이사

금융지주·은행 이사회가 금융감독원과의 정례 면담을 진행한 이후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와 은행에서는 경영진이 그동안 이사회에 제공하지 않았던 주요 정보를 금감원의 면담을 앞두고 급히 제공하는 사례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은행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가 ‘거수기’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경영진으로부터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야 한다. 지금껏 금융사 경영진이 감시와 견제 역할도 하는 이사회에 제대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금감원과 이사회의 회동이 경영진에 압박으로 작용하면서 과거에 비해 이사회로 가는 정보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 금융 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올해부터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9개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의 간담회가 실시됐다. 이사회 간담회를 한 지주사는 KB금융·신한금융·NH금융이다. 은행의 경우 KB국민·신한·NH농협·신한·SC제일은행·케이뱅크가 면담을 마쳤다. 지난 7월에는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 주관하에 은행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도 진행됐다.

금감원은 이사회와의 면담에서 금융지주·은행별로 각기 다른 지배구조상의 문제점과 내부통제 강화 방안 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감독 당국의 입장에서 본 지주·계열사의 특이 사항과 경영 위험 요인 등을 이사회와 공유하고 있다. 이사회가 경영상 결정을 내리거나 경영진에 대한 상시 감시를 할 때 필요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래픽=손민균

금융권 안팎에서는 금감원의 이사회 면담이 금융지주·은행에 대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감독 당국이 이사회와의 정기적인 면담을 통해 정부의 입맛에 맞도록 의사 결정을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금융사 이사회 구성원으로부터 금감원의 면담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감원 면담을 앞두고 경영진이 지금껏 제공하지 않았던 주요 경영상 정보를 제공해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하기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감독 당국 역시 금융지주·은행 내부에서 지금껏 이사회에 알리지 않던 정보가 제공되면서 사외이사들이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라며 “금감원과의 면담 자체가 경영진에 부담이 되는 만큼 만남을 앞두고 이사회에 충분한 정보를 먼저 제공하려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금융사는 여전히 금감원과 이사회의 면담이 가져올 역기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사회 면담이 아예 비공개로 진행돼 회사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면담 과정에서 지배구조나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당국의 부정적 의견이 전달될 여지가 있어, 오히려 이사회의 공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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