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 수출길 꽉 막히자 한국에 떠넘기려는 일본
일본이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로 수출길이 막힌 자국 수산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일본산 수산물의 한국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염수 방류 이후 일본 정부 요청으로 수산물 판로 개척에 나선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는 지난 11일 새로운 수출처에 한국도 포함되는지에 대한 경향신문의 질의에 “한국 시장도 포함되며, (일본산 수산물을) 한국으로 추가 수출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찾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은 2013년 9월부터 후쿠시마 등 원전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은 금지했으나, 그 이외 지역의 수산물은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들여오고 있다.
앞서 일본 경제산업성은 오염수의 해양 방류 이후 중국이 일본 수산물을 사실상 전면 수입 금지하자, 지난 5일 JETRO 등과 협력해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을 분산하는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한 바 있다.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을 대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국가로 판로를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JETRO는 그 뒤 수산품 수출 지원에 관한 긴급대책본부를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판로 확대에 나섰다.
일본 정부가 당초 긴급지원사업을 발표했을 때에는 수산물 수출을 확대할 대상으로 미국과 유럽, 동남아시아 등이 거론됐다. 일본과 동맹 관계에 있거나 오염수 방류에 대한 거부감이 덜한 나라들이다.
반면 오염수 방류로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한국까지 수출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의외로 평가된다. JETRO 측은 이와 관련해 “지난해 일본을 찾은 관광객들 중 한국인이 가장 많았고, 이들의 방일 목적 중 하나는 ‘일식’이었다”며 “이에 추가적인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JETRO 측은 수산물 판로 확대와 관련해 한국 정부와는 아직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산 농·수산물의 추가적인 수입을 원하는 한국 내 업자들을 발굴해 일본 기업과 연결하는 중간 사업자들을 모집하는 작업은 이미 진행하고 있다.
JETRO는 “이번 계획은 단순히 수출량만 증가시키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관련 사업자의 필요에 맞추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ETRO는 “지난해 일본이 한국으로 판매한 수산물은 244억엔(약 2204억원)으로 전체 수출국 중 5위”라며 “일본에 있어 한국 시장은 중요한 수출처라 (판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일본산 수산물의 한국 수출이 확대되면, 오염수 방류에 따른 한국인들의 먹거리 불안감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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