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김정은-푸틴 회담 의제에 '안보리 결의' 포함 시사… 제재 무력화?

노민호 기자 2023. 9. 1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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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 "필요시 北과 안보리 관련 절차적 문제도 논의"
그동안에도 "제재 회피 묵인" 지적… 노골적 위반 가능성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19.04.25/ ⓒ 로이터=뉴스1 ⓒ News1 홍유진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 정부가 이르면 13일 열릴 북러정상회담의 의제 가운데 하나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관련 사항을 꼽았다.

이와 관련 이번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측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의 대북제재 완화·해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약속하거나 앞으로 북러 양자 차원에선 안보리 제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등의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이번 북러 회담 의제에 대해 "필요하다면 안보리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도 북한 측과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주러시아대사를 지낸 장호진 외교부 제1차관은 러시아 측이 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동시에 미국·영국·프랑스·중국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P5) 지위를 갖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 2006년 북한의 제1차 핵실험 이후 2017년까지 북한의 '중대 도발'(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과 관련해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가 채택될 때마다 관련 논의를 적극 주도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명시적으로 반대하진 않았다.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안보리가 결의안을 채택하려면 △15개 이사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는 동시에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1곳도 '거부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

그러나 러시아와 중국 당국은 북한이 2017년 11월 이후 중단했던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엔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 때마다 번번이 제동을 걸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 책임론'과 '제재 무용론'까지 펴면서 북한의 '뒷배'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이른바 '비핵화'를 화두로 우리나라·미국 등과 정상외교에 나섰던 2018~19년에도 '대북제재 장기화에 따른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제재를 완화 또는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 내용이 담긴 결의안 초안을 안보리에 제출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를 한미연합 군사훈련과 함께 미국 주도의 대표적인 '대북 적대정책'으로 꼽으며 그 철회를 요구해왔다. 특히 북한은 유엔 회원국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안보리 차원의 제재 결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 AFP=뉴스1

아울러 북한은 국제사회를 상대로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 등과 관련한 '2중 기준 철회'를 주장해왔으며, 이 같은 경향은 미국과의 비핵화 관련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 2019년 10월 이후 한층 더 두드러졌다.

이번 북러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북한과의 무기거래 및 군사 관련 기술 이전 또한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긴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안보리 관련 사항도 북러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수 있다'는 크렘린궁의 설명은 "사실상 안보리 결의 위반 및 제재 무력화 시도를 예고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페스코프 대변인의 관련 발언에 대해 "안보리 차원의 추가 제재 결의 채택이 추진되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해 북한을 돕겠단 의미"라며 "북한과의 무기거래를 금지한 기존 결의와 상관없이 '우리가 갈 길을 가겠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러시아 측이 그동안에도 중국 당국과 함께 북한의 석탄·석유 등 수출입 제한 물자 밀거래 등 안보리 제재 회피 시도를 '묵인'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총비서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북러정상회담을 계기로 무기거래 및 군사기술 이전 등에 합의할 경우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그리고 유럽 주요국 등 독자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대러시아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이후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경제·금융제재를 받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이에 동참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러관계 등을 이유로 "우리나라가 먼저 러시아에 대한 독자제재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미국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행보에 일정 수준 동참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교수는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중요한 건 북러 간 무기거래에 대한 확실한 증거"라며 "그러한 전제가 갖춰져야 추가적인 대러·대북제재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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