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추문’ 고은 시집 판매 재개…출간 뒤 130여권 팔려
“‘출판 자유’ 투쟁”…최근 시집 재공급
고은 구순 문집 헌정 행사도 열려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출간 당시 논란이 일며 공급이 중단됐던 고은 시인의 시집 ‘무의 노래’를 실천문학사가 최근 판매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판매량은 저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실천문학사는 올 1월 하순 출간 논란에 사과하며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도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서점 교보문고와 예스24는 12일 한겨레에 “실천문학이 해당 책 공급 중단 의사를 1월에 전해왔고, 7월 말 공급을 재개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계간지 ‘실천문학’ 봄여름호(147호)에 게재한 글 ‘출판과 언론의 자유 충돌과 공존의 길’을 통해 “‘출판의 자유’와 본 출판사에 ‘악의적인 세력’에 대한 투쟁의 길”을 표명하며 “본사는 늘 소외된 분들의 편일 수밖에 없고, 세상사에 소외인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테니 우리의 길도 끝이 없으리라 본다. …만일 고은 선생님께서 하루아침에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비 소외인이 돼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는 날이 온다면 본사는 그곳이 아니라 다시 소수인의 곁으로 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썼다. 실천문학사는 신작 시집을 펴낸 고은 시인을 ‘소외된 시인’이 아닌 “전 지구적 시인”으로 소개하고 있다. 윤 대표는 아울러 처음 출간 사실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등을 “기레기”라 비난하고,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으로 사퇴 의사와 함께 고은 시인 및 출판사의 사과를 촉구했던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을 두고 “의인인가? 기회주의적 가해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책 출간 사실이 알려진 올초 대중들의 반발은 거셌다. 고은 시인의 해명도 사과도 없는 복귀와 이를 가능하게 한 출판사를 비판하며 도서 불매 의사까지 제기됐다. 이러한 “세간의 여론에 부응하여” 도서 공급을 중단한다던 실천문학사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병든 사회”라는 게재글의 소제목과 함께 지난 입장을 거둬들였다. 윤 대표는 논란 직후인 올 1월18일 직접 만났던 고은 시인이 “본사와 (추천사를 쓴) 김우창 선생님(고려대 명예교수)께 제일 미안하다고 하셨다”고도 글에 썼다. 독자나 성추행 논란의 당사자 등은 거론되지 않았다. 실천문학은 봄호를 예정했으나 봄·여름호로 최근 간행됐다. 철학·공연 쪽 2명의 필자가 청탁을 거부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윤한룡 대표는 도서 공급 재개 여부 및 배경, 독자들에 대한 입장 등과 관련해 한겨레에 “시종일관 본사의 주장은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는 것”이라며 “누구든 죄인에게는 그 죄에 준하는 엄벌을 하되 그밖의 연좌제나 전과자 차별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을 자행하는 것은 선진사회의 길이거나 정의가 아닐 뿐더러 불법”이라고 밝혔다.
교보문고와 예스24를 통해 판매된 고은 시인의 ‘무의 노래’는 출간 이후 지난주까지 각 100권, 30권 미만으로 파악된다.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는 10권 미만(예스24 경우)이다. ‘무의 노래’가 공급 재개된 이후 판매 부수는 두 곳에서 모두 “10권이 되지 않았다.” 전국 1490개 도서관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 정보나루’를 확인한 결과, ‘무의 노래’는 출간 이후 9월12일 오전 현재까지 대출 건수 1건, ‘고은과의 대화’는 7건으로 집계됐다.
한편 지난 7월26일 경기 양평 두물머리생태학교에서 고은 시인이 참석한 가운데 시인의 구순을 기리는 문집 헌정 행사가 열렸다고 인터넷 매체 더스쿠프가 최근 보도했다. 행사 영상은 유튜브에도 올라있다. 헌정문집 ‘그리움 너머 그가 있네’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200명이 넘는 문인·예술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무의 노래’의 시중 공급이 재개된 즈음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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