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촉진 배제한 주택 공급 대책? 효과 제한적"
인허가와 착공 급감으로 2~3년 후 주택 공급 급감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추석 전 대책 발표를 예고하면서 시장과 건설업계 안팎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건설업계 금융 지원책과 분양 시장 촉진 대책이 함께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지만, 최근 정부가 수요 촉진 대책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장과 업계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지주, 정책금융기관과 함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상화 추진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최근 부동산 PF 시장 상황 점검과 부동산 PF 사업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대주단과 시행사, 시공사 등 시장 참여주체의 역할 등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부동산 PF 시장의 어려움이 금융 전반에 대한 위험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고금리 상황 지속과 공사원가 및 안전비용 상승 등으로 부동산 PF 불안요인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주단 등 PF 사업장 이해관계인들이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단순한 만기 연장 조치보다는 사업성 평가에 따른 채무조정을 통해 PF 사업장의 사업성을 개선하고, 시공사 등은 자금조달계획을 엄밀히 점검해달라는 것이 금융당국의 주문이다.
이런 조치의 연장 선상으로 추석 전 발표될 예정인 주택 공급 대책은 자금 조달 여건 개선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부동산 PF 만기를 연장하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원 확대로 건설사의 현금 흐름을 개선해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지난 6일 국토부 원희룡 장관은 "현재 대규모 사업장을 가진 일부 건설사의 경우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당장은 막을 수 있는데 그 다음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금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없도록 하는 등의 자구책을 금융당국과 채권단과 조율중"이라고 전했다. 11일에는 "규제나 금융 쪽에서 이 같은(비아파트) 유형을 배제하니 (사업이) 돌아가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금융당국과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부처간 협의를 통해 막힌 혈을 풀어 전체적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 대책 발표 예고를 단행한 뒤 시장 일각에서는 오피스텔과 단독주택, 다가구, 생활형숙박시설 등 비주택 규제를 완화하거나 미분양 아파트 등 침체된 지방 분양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한 세제 혜택 등이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원 장관은 11일 "특정 주거 유형에 대해 세금을 면제해줘 투자 수요가 들어올 수 있게 하거나 미분양을 개인들이 살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수요를 늘려 공급을 당기는 식은 배제하는 게 맞지 않다"며 "수요를 키울 수 있는 대책은 공식적으로 배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제 혜택을 통한 시장 활성화와 이에 따른 공급 촉진 방안에 대해서도 "세금을 건드리는 건 법을 고쳐야 하는 문제도 있고 부작용이 너무 크다"고 했고,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숙박시설을 주택 수에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회 입법 필요한 부분은 당장 하기 어렵고 최소한 몇 달 이상 시간 걸린다고 수요 쪽을 건들면 투자 내지 투기 수요가 몰려 주택 시장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시장과 업계에서는 금융 지원만으로는 공급을 활성화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PF는 금리가 중요한데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환 속 수요가 달라지지 않는 상황에선 시행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나서기 어렵고, 시작하더라도 공사비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책정할 것"이라며 "반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안전 비용 급등으로 시공사는 공사비를 더 달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수요 진작 없는 금융 지원만으로 신규 사업 증가와 이에 따른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처럼 분양 위축 지역에 취득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해주거나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정도의 파격적인 대책이 아니라면 분양시장 침체가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중소형건설사 관계자는 "PF 총 지원 규모를 봐야겠지만 수도권, 대규모 사업장 등 알짜 사업장에 지원이 이뤄져야 공급 개선 효과가 있을텐데 자금 흐름은 지방, 중소건설사들이 훨씬 어렵기 때문에 이런 곳들에 선별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럴 경우 문을 닫기 직전의 건설사나 사업장에 '산소호흡기'를 대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공급 확대 등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도 "지방은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막론하고 사실상 '고사 수준'이고 진작에 관련 대책이 나왔어야 했지만 나오지 않아서 이제라도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도 모자란 상황"이라며 "수요 촉진 정책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주택사업자들이 집을 더 지을 이유도 없고 정부 정책을 보면 '지방은 알아서 죽으라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자산관리연구원 고종완 원장은 "부동산 PF 지원 등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오랜 기간이 지난 후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으나 단기적인 공급 확대와 그에 따른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다"며 "문재인 정부때 규제가 강화된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 완화 등 비아파트에 대한 규제 완화를 하면 공급 물량이 많지는 않더라도 단기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텐데 이런 부분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전문가인 투미부동산컨설팅 김제경 소장도 "정부 정책으로 당장 공급이 더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며 "신규 프로젝트는 고사하고 사업장들이 다 죽게 생겼기 때문에 (일부 지원을 통해서 정부가 업계를) 일부 살려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분양권 관련 세금과 다주택자 관련 세금을 완화해줘야 수요가 움직이고 투자 수요가 붙을 것"이라며 "정부는 아직 시장 상황이 괜찮다고 판단하는 것 같은데 지금 시장, 특히 지방 시장은 파격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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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syki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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