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뚝배기 휘휘 저어 ‘깻묵된장’ 한입…고소함 가득해 밥이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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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여느 전통시장 골목에 있는 백반집에 가면 어떤 메뉴를 시키든 똑같은 찌개가 나온다.
수청동에서 백반집 '해나루밥상'을 운영하는 류승연 사장(59)은 깻묵된장이 당진 솔푸드가 된 연유를 설명했다.
집에 찬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맹물에 깻묵만 풀어도 온 가족 입맛에 맞는 든든한 한끼가 됐다.
깻묵된장은 워낙 오래된 집밥 메뉴라 전문 식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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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깨농사 짓던 그 시절
기름 짜고 남은 찌꺼기 ‘깻묵’
맹물에 풀어 신김치 넣고 끓여
밥상에 올리면 고기반찬 뒷전
지금도 노포식당 기본 메뉴로
바지락 넣고 특식으로도 즐겨
충남 당진 여느 전통시장 골목에 있는 백반집에 가면 어떤 메뉴를 시키든 똑같은 찌개가 나온다. 바로 깻묵된장이다. 고기·생선 반찬보다도 먼저 손이 가는 음식이다.
깻묵이란 기름을 짜고 남은 깨 찌꺼기를 말한다. 주로 논밭 거름이나 낚시 밑밥으로 쓰고 그도 아니면 버리고 만다. 지금은 별 볼 일 없는 취급을 받지만, 과거엔 그런대로 괜찮은 먹거리였다.
“옛날엔 먹을 게 귀했잖아유. 말이 찌꺼기지, 돈 주고 사는 것만치 맛있었쥬. 당시엔 기름 짜는 기술이 변변찮았잖아 깻묵에 고소한 기름기가 잔뜩 남아서 얼마나 고소했는데유. 이 동네 어르신들이 아직도 그 맛을 못 잊는 거유.”
수청동에서 백반집 ‘해나루밥상’을 운영하는 류승연 사장(59)은 깻묵된장이 당진 솔푸드가 된 연유를 설명했다.
집집이 깨농사를 지어 참기름·들기름을 짜 먹던 시절엔 깻묵 없는 집이 없었다. 집에 찬거리가 마땅치 않을 때 맹물에 깻묵만 풀어도 온 가족 입맛에 맞는 든든한 한끼가 됐다. 류 사장은 배고픈 시절 짠한 추억이 담긴 향토 음식이 아니라, 맛 좋은 건강식이라며 엄지를 치켜 보였다.
요즘은 착유 기술이 좋아져 깻묵이 예전 같지 않다. 기름기가 바싹 빠져 맛은 옛날만 못하다. 무엇보다 집 근처에 기름집이 별로 없어 깻묵 구하기가 꽤 어렵다. 그 탓에 찌개를 끓일 때 깻묵 대신 들깻가루를 쓴다.
깻묵된장 조리법은 간단하다. 재료는 깻묵과 신 김치면 끝이다. 먼저 맹물에 김치 국물을 넉넉히 붓는다. 배추잎은 물에 헹궈 맵고 짠 양념을 뺀 다음 쫑쫑 썬다. 국물에 김치와 들깻가루를 풀고 끓인다. 간은 된장으로 하는데, 김치 국물이 들어가니 된장은 향만 입히는 정도로 조금 넣는다. 칼질이 익숙하다면 조리 시간이 1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집밥 메뉴의 장점은 냉장고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조리법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당진은 바닷가 동네라 겨울이면 굴이나 바지락을 넣어 특식으로 즐겼다. 배추김치가 떨어졌을 땐 총각김치를 넣기도 했다. 좀더 근사한 맛을 내고 싶다면 멸치·다시마로 육수를 만들어도 좋다.
류 사장은 “젊은 사람들은 신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 김치 국물을 아예 넣지 않기도 한다”면서 “어르신들이 오시면 옛날식으로 끓여드리는데 반갑다고 하실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깻묵된장을 처음 먹는다면 기억해야 할 팁이 있다. 먹는 중간중간 숟가락으로 뚝배기 바닥을 긁듯 휘휘 저어줘야 한다. 들깻가루가 금방 가라앉아서다. 깜빡하면 처음엔 묽은 국물만, 나중엔 뻑뻑한 들깻가루만 먹게 될지도 모른다.
깻묵된장은 워낙 오래된 집밥 메뉴라 전문 식당이 없다. 대신 웬만한 노포식당에 빠지지 않는 기본 메뉴라 먹을 곳이 없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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