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하늘과 땅과 사람이 어우러진 한옥

관리자 2023. 9.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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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부터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갖고 살았다.

즉 모든 사물은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인간(人)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통 의상인 한복에도 천지인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저고리는 하늘을,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지는 치마는 땅을 의미하고 사람이 그 옷을 입음으로써 하나를 이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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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부터 천지인(天地人) 사상을 갖고 살았다. 즉 모든 사물은 하늘(天)과 땅(地), 그리고 인간(人)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이 한글 창제 원리다. 한글의 기본 모음인 ‘<A1A4>’는 양(陽)인 하늘, ‘ㅡ’는 음(陰)인 땅, ‘ㅣ’는 사람의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 우리가 쓰는 모음은 이 기본 문양을 적절히 조합한 결과이다. 스마트폰에서 모음 버튼 3개면 모든 모음을 만들 수 있기에 세계에서 가장 단순한 스마트폰 자판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전통 의상인 한복에도 천지인의 의미가 담겨 있는데 저고리는 하늘을, 아래로 내려갈수록 넓게 퍼지는 치마는 땅을 의미하고 사람이 그 옷을 입음으로써 하나를 이루는 것이다. 사물놀이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다. 사물놀이의 금속악기(징·꽹과리) 소리는 하늘의 소리이고 가죽악기(북·장구) 소리는 땅의 소리를 의미하며 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어우러져서 하나를 이루는 것이다. 이처럼 천지인 사상은 우리의 실생활 속에 많이 작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옥은 하늘·땅·사람을 어떻게 담아 표현했을까?

경북 경주시 강동면 양동리엔 설창산이 둘러싸고 있는 유서 깊은 양반 집성촌인 양동민속마을(국가민속문화재 제189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다. 집성촌 중에 가장 역사가 오래되고 규모가 크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조선시대 양반 씨족마을(여강 이씨, 월성 손씨)이다. 마을에 있는 수졸당(사진)은 회재 이언적 선생(1491∼1553년)의 넷째 손자인 이의잠 선생이 1616년에 지은 고택이다. 건물의 외관을 봤을 때 사랑채에 비해 안채로 들어가는 대문채의 기단과 지붕을 낮게 지어 두 건물의 위계를 준 것이 특징이다. 건물 배치는 ‘ㅁ’ 자 형으로 건물 지붕에 의해 자연스럽게 하늘에 대하여 열린 공간과 땅에서는 네모의 안마당이 생긴다. 여기에 천지인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붕에 의하여 열린 하늘은 천, 건물에 의하여 조성된 안마당은 지, 사람이 생활하는 집은 인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을 구성하는 지붕·기둥·기단을 통하여도 의미를 부여했는데 하늘을 향해 펼쳐진 날개와 같은 지붕의 처마선이 천, 건물의 기초가 되는 기단은 지, 지붕을 받치고 있는 기둥은 인을 의미한다.

한옥은 마당을 열어 하늘의 빛을 받아 천기(天氣)가 막히지 않고 하늘과 사람이 맺어진 뜻을 따라 순리로 살아가게 하는 공간 구조이다. 즉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주어진 조건을 지혜롭게 수용하여 하늘과 땅과 그 사이에 살아가는 인간의 집을 지은 것이다. 한옥의 미학은 인간이 자연 앞에 겸손하고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인간의 솜씨를 최대한 절제하여 자연감의 미를 존중한 데 있다. 과학적 합리가 아니라 자연의 이치를 근간으로 한 건축문화이며 자연 안에서 살아갈 생활 구조와 조형성으로 완성한 건축이다.

이규혁 건축가·한옥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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