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농업예산안] 증가율에 미소지었지만…기대 못 미친 ‘증액’ 뼈아픈 ‘감액’
‘5조원’ 목표 달성 갈길 멀어
FTA 피해보전직불 70% ↓
발동요건 완화 등 우선돼야
연금보험료 지원 202억 삭감
사료 직거래 활성화는 550억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농업 예산안은 올해보다 5.6% 많은 18조3000억원이다. 그동안 뒷걸음질 치거나 찔끔 오르는 데 그쳤던 농업 예산안이 국가 전체 예산안 증가율(2.8%)보다 큰 폭으로 오르면서 농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사업별로 들여다보면 증액 규모가 기대에 못 미치거나 감액된 사업도 많아 국회가 심의 과정에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직불제 3조원 편성에도 갈 길 멀어=정부는 최근 ‘2024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농업 예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농업직불금 예산이 올해 2조8400억원보다 3000억원가량 늘어난 3조1042억원으로 편성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윤석열정부가 임기 내 ‘농업직불금 5조원으로 확대’를 약속한 점에 비춰보면 증액 규모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내년이면 현 정부가 집권 반환점을 맞는 데다 총선 결과에 따라 국정 동력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이번이 농업직불금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적기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증액 규모가 3000억원에 그치면서 앞으로 3년간 매해 6000억원씩 증액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증액된 직불 예산의 초점이 공익직불제 가운데 선택직불제 확대와 농지이양 은퇴직불제 등 새 직불제 신설에 맞춰진 점도 농가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선택직불제는 말 그대로 농가의 선택적 활동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농가라면 모두 대상이 되는 직불제가 기본형직불제인데, 이번 예산안에서는 기본형직불제 중 소농직불제 단가만 농가당 1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대통령이 직불금 5조원을 공약했을 때 직불금 수령액이 커진다는 농가의 기대감이 컸다”면서 “대대적인 직불금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농가 피부에 와닿는 사업도 칼질=직불제 가운데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직불제 예산은 올해 180억원에서 70% 줄어든 54억원만 편성됐다. 연례적 집행 부진에 따른 감액으로 풀이된다. 이 사업의 집행 부진은 발동 요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탓으로, 농업계에선 발동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하지만 제도 개선 없이 예산을 삭감하면서 농업계에선 유일한 FTA 피해 보전 사업이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다 일몰을 맞는 2025년 이후 사라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예산 감액이 뼈아픈 사업은 더 있다. 중소농의 판로 확보에 기여해온 직매장 지원과 지역단위 푸드플랜 구축지원 예산이 각각 48억6000만원·43억8100만원 삭감되는 등 농산물 소비기반 조성 예산이 131억7100만원 줄었다.
농업인 국민연금보험료 지원 예산도 202억9600만원 삭감됐다. 농식품부는 지원 대상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정과제에 고령농 연금보험료 지원 확대가 담긴 마당에 예산이 삭감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귀농·귀촌 열기가 식어가는 시점에 귀농·귀촌 활성화 지원 예산(135억2000만원 감액)과 도시농업 활성화사업 예산(12억7800만원〃)이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전농은 최근 성명을 통해 “FTA피해보전직불제와 연금보험료 지원 외에도 무기질비료 가격 지원을 농민과 상의 없이 중단하며 1000억원 삭감했고, 농산물 유통 개선 예산 895억원과 친환경농산물 유통 활성화 예산도 280억원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 축산, 예산 삭감 직격타=품목별로는 축산 관련 사업에서 칼질이 많았다. 농가사료 직거래 활성화 지원 대상을 줄여 예산을 550억원 깎았고, 가축사체 처리지원사업(68억3900만원〃), 가축분뇨 처리지원사업(79억200만원〃), 축사시설 현대화사업(88억8200만원〃) 예산도 집행률 부진 등을 이유로 삭감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관계자는 “축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생산비는 올라 농가가 어려운 시기에 사료자금 지원을 줄인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가축사체 처리지원사업도 농가에 필요한 포클레인 등을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 집행률 제고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수 있는데도, 이런 노력 없이 예산을 삭감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쌀농가 사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임병희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양곡 매입량을 45만t으로 확대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향후 60만∼65만㏊의 벼 재배면적 유지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구획 경지정리, 쌀농가 종자·자재 지원 등의 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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