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진 불가' 프레임에 갇힌 비대면진료… "환자-의사 신뢰 바탕 해외사례 참고할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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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넉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허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재진뿐 아니라 초진에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초법적 요구"라고 반박하며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현재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평일 업무시간에 재진일 때만 가능하고, 초진 허용 대상은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고령층 등으로 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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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프랑스, 의사·환자 신뢰로 원만히 운영
정부 14일 공청회 열어 초진 범위 확대 논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넉 달째로 접어들었지만 허용 범위를 둘러싼 이견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플랫폼 업계는 재진뿐 아니라 초진에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정부는 "초법적 요구"라고 반박하며 점진적 확대를 추진하는 모양새다. 한편에서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논의가 '초진·재진' 공방에 갇혀 환자 편의, 안전장치 마련 등 건설적 논의는 실종됐다는 비판과 함께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정책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건복지부는 14일 서울 마포구 가든호텔에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비대면진료 초진을 야간·휴일에도 허용하고 초진 가능 지역을 의료 취약지로 확대하는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다. 현재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평일 업무시간에 재진일 때만 가능하고, 초진 허용 대상은 섬·벽지 거주자, 장애인, 고령층 등으로 한정돼 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둘러싸고 오진, 의료사고 등 우려가 있는 만큼 허용 문턱을 서서히 낮추면서 제도 안착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로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인정됐지만, 아직 이해당사자 간 이견이 크고 안전성을 확립할 시간이 필요한 만큼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가려는 정부, 반발하는 업계… 의료계·시민단체는 반대
플랫폼 업계는 정부의 이런 점진적 방침을 "업계에 대한 사형 선고"라고 규정하며 초진 전면 허용을 주장하고 있다. 업체들로 구성된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일평균 진료 요청 건수는 시범사업이 시행된 6월부터 매달 전월 대비 1,000건씩 떨어지고 있다. 8월 기준 전체 업체의 절반 정도인 14곳이 사업을 접거나 서비스를 전환했다.
정부는 "위법 사항"이라고 맞선다. 의료법 34조는 '33조 1항(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에도 불구하고 의료인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인에게 의료지식을 지원하는 원격의료를 할 수 있다'며 비대면진료의 제한적 허용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때는 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한시적이란 조건을 걸고 시행했고, 시범사업은 종료에 따른 국민 피해를 막고자 보건의료기본법에 근거해 시행 중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의료계는 보다 강경하게 비대면진료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는 비대면진료가 경제·산업적 논리로만 다뤄지고 있다면서 "안전·유효성이 검증될 때까지 초진은 절대 불가"라고 주장한다. 환자단체도 "대면진료가 불가능한 환자를 위해 필요하나 보조수단으로 가야 한다"며 신중론을 편다.
"초진 프레임에 커지는 불확실성… 건설적 논의 방해"
이렇다 보니 시행 초기부터 초진·재진 갈등만 부각돼 '안전성 검증에 따른 제도 안착'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형국이다.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 비대면진료 태스크포스(TF)장을 맡고 있는 김성현 올라케어 대표는 "초진·재진 갈등에 가려져 비대면 진료의 불확실성 자체가 해소되지 않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정신질환자 진료 등 필요한 분야가 있지만 이를 다루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합리적인 논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초진·재진 구분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보다 먼저 비대면진료를 시행한 나라들은 주치의 성격의 의사가 환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비대면진료 여부를 판단한다. 일본은 환자를 오래 본 단골의사의 판단을 원칙으로 하되, 초진은 진료 전 의사·환자 간 소통을 통한 의학적 정보 확인을 조건으로 건다. 프랑스 역시 의사·환자 간 신뢰 관계가 형성된 걸 전제로 허용하고 의사·환자 모두 동의해야 이뤄진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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