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시행,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보증금 각인, 간이 반환장치로 부담 줄이고
'라떼세'로 카페 간 형평성 맞출 필요
편집자주
그러잖아도 심각했던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 이후 더욱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는 생태계 파괴뿐 아니라 주민 간, 지역 간, 나라 간 싸움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쓰레기 박사'의 눈으로 쓰레기 문제의 핵심과 해법을 짚어보려 합니다.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지금 우리 곁의 쓰레기'의 저자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한국일보>에 2주 단위로 수요일 연재합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제주도와 세종시에서 우선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다. 언제쯤 전국으로 확대될 수 있을까? 전국 확대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고 환경부의 자신감도 여전히 높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그렇지만 얼마 전 서울시가 2025년부터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다. 제주와 세종의 일회용컵 반환율도 60% 이상으로 상승했고 카페들 참여율도 높아지는 등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막혔던 숨통이 조금은 트이고 있어 다행이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시간이 해결해 줄까? 당연히 아니다. 전국 확대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크고 작은 산들이 널려 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차근차근 문제를 해소해 가야 한다. 보증금제 시행에 가장 불만이 많은 카페 사업자 관점에서 보면 핵심 문제는 라벨 부착의 번거로움, 컵 반환 및 보관의 어려움, 보증금 미적용 카페들과의 형평성이다. 앞의 두 가지는 카페의 번거로움, 즉 비용 증가의 문제이고 마지막은 카페의 매출 감소 문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보증금 적용 일회용컵에 대한 표시는 매장 내에서 일일이 라벨을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일회용컵 제조 혹은 유통 시 각인 등의 방법으로 일괄표시 후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동안 기술적 어려움이 있어서 당장 적용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는 기술적 해결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상용화 방법을 조기에 마련하면 좋겠다.
컵 반환 문제는 무인 회수기를 설치하면 해소될 수 있겠지만 비용 문제로 단기간에 모든 카페에 적용되기는 어렵다. 저비용으로 매장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장비 개발이 필요하다. 지난 9일 서울 새활용플라자에서 개최된 제로웨이스트 대학생 해커톤 최우수상을 받은 팀은 수동식 발판을 활용해 일회용컵을 보관할 수 있는 장치를 선보였다. 보증금 표시를 읽을 수 있는 간이 반환장치와 세척장비, 반환된 컵을 보관할 수 있는 밀폐 장비를 매장 내에 설치할 수 있다면 매장 직원의 일회용컵 관리 부담을 대폭 줄이고 일회용컵 보관에 따른 악취, 위생 등의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두 문제가 기술적 문제라면 형평성은 규제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의 문제다. 무인 카페, 편의점, 개인 카페까지 일회용컵을 사용하는 모든 카페 대상으로 보증금제를 적용하면 해결될 문제지만 쉽지 않다. 만약 모든 카페 대상 확대가 일시에 어렵다면 보증금제와 '라떼세'로 불리는 일회용컵 세금 부과를 병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보증금제가 적용되지 않는 일회용컵에 대해서는 세금 부과를 통해 사용 비용을 높여 규제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보증금제가 적용되는 카페들은 친환경 매장으로 띄워 주는 광고를 계속하고 일회용컵을 반환하는 소비자에게는 탄소중립실천포인트를 지원해 보증금 적용 매장에서 소비자 이탈을 막을 수 있는 조치도 지속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프랜차이즈 본사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올해 안에는 국회에서 통과시켜 주기 바란다. 지금처럼 환경부가 개별 매장을 일일이 관리하는 방법으로는 과도한 관리비용 증가 때문에 전국 확대가 어렵다.
아무쪼록 올해 안에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로드맵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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