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바른 자세 만들어주는 스마트 의자 최초 개발, '의자에 미친 사나이' 최병현 레니프 대표
'자왕TV'로 100개 이상 의자 분석 후 창업, 의자가 자동으로 몸에 밀착하는 차세대 의자 개발 예정
하는 일에 따라 다르지만 학생이나 직장인 등 대부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이 어디일까. 바로 의자다. 그래서 안토니 가우디나 발터 그로피우스, 프랭크 게리 등 거장 반열에 드는 세계적 건축가들은 의자를 최소한의 거주 공간으로 보고 다양한 의자를 디자인했다.
그만큼 의자는 단순히 앉는 도구를 넘어 일상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2020년 신생기업(스타트업) 레니프를 창업한 최병현(33) 대표는 의자를 건강을 지켜주는 디지털 치료제로 본다. 침대뿐 아니라 '의자도 과학'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한 그는 세계 최초로 자세를 교정해 주는 똑똑한 '스마트 의자'를 개발했다. 의자에 미친 최 대표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만나 고군분투 개발기를 들어 봤다.
나쁜 자세가 요통을 만든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2017년 발표한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이 하루에 앉아 있는 시간은 평균 8시간 18분이다. 성인의 70%가 매일 8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한다. 그 바람에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를 보면 국내 척추관협착증 관련 건강보험 진료비가 2017년 7,100억 원에서 2021년 9,820억 원으로 4년 새 30% 증가했다. 그만큼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들이 늘었다는 얘기다. 하루 8시간 앉아 있는 사람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다는 노르웨이, 호주, 캐나다 의학 논문도 얼마 전 발표됐다.
최 대표는 잘못된 자세가 요통을 만든다고 봤다. "건강보험 통계를 보면 국내 요통 환자가 900만 명입니다. 국민의 5분의 1 수준이죠. 눈여겨볼 것은 요통 환자의 75%가 엑스레이 등을 찍어봐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비특이적 요통이에요. 비특이적 요통은 디스크 등 다른 질병과 달리 원인을 모르니 치료가 쉽지 않죠. 이런 경우 대부분 앉는 자세가 잘못됐기 때문입니다."
자세가 잘못되면 비싼 의자도 소용없다. "나쁜 자세로 앉으면 수백만 원대 의자를 살 필요가 없어요. 돈 낭비죠."
좋은 자세 만들어 주는 스마트 의자 세계 최초 개발
결국 관건은 좋은 자세로 앉는 습관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누군가 알려주지 않는 이상 자신의 앉은 자세를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최 대표가 찾은 해법이 앉은 자세를 감지해 바르게 앉도록 교정해 주는 스마트 의자다. "자세를 파악해 경고하는 의자는 아직까지 세계에서 유일해요. 여러 유명 의자업체들이 시도했다가 포기했죠."
그가 개발한 '알람체어'와 '습관체어'는 의자에 장착된 감지기와 반도체가 신체의 32곳을 측정해 자세를 분석하고 잘못됐으면 의자와 스마트폰용 소프트웨어(앱)로 경고를 보낸다. "레이저를 이용한 라이더센서 2개를 의자에 장착했어요. 이 센서가 3초 간격으로 32곳의 신체와 의자 사이 거리를 재서 앉은 자세를 파악하고 분석하죠. 잘못된 자세로 15분 정도 앉아 있으면 의자의 머리받이 부분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포즈빗'이라는 앱으로도 알려줘요."
자세를 바로 잡지 않으면 5분 뒤 경고음이 다시 울린다. "자세를 고치면 경고음이 자동으로 꺼져요. 경고음을 듣고 자세를 바꾸게 만든 것이 핵심이죠."
바른 자세로 앉는 요령은 앱이 알려준다. "외부 전문가들과 협력해 바르게 앉는 방법을 영상으로 제작해 이달 중 앱에 올릴 예정입니다. 이를 보고 앉는 자세를 고치면 되죠. 또 개인별 맞춤 운동과 스트레칭 방법도 앱으로 알려줍니다."
바른 자세여도 오래 앉아 있으면 경고음이 울린다. "같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나쁜 자세만큼 좋지 않아요. 좋은 자세여도 2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무조건 일어나라고 경고음이 울려요. 일어날 때까지 계속 울리죠."
일어났다가 바로 앉아도 경고음이 울린다. "충분히 허리에 휴식을 주라는 신호입니다. 최소 5분 정도 서 있다가 앉아야 경고음이 다시 울리지 않아요."
이를 위해 최 대표는 6건의 특허 기술을 개발했다. "인공지능(AI)이 자세를 분석하는 기술, 라이다센서 적용 및 데이터 수집 방법, 앱 연동 알고리즘 등을 개발해 4건의 기술 특허 등록을 완료했고 2건은 특허 출원 중입니다."
두 가지 제품 중 앱 연동이 되지 않는 알람체어는 판매 중이며 앱과 연동되는 습관체어는 이달 말 출시된다. 습관체어는 고가 의자에 적용된 허리에 밀착하도록 굴곡도를 조절하는 기능, 팔걸이 및 높낮이 조절 기능이 들어가고 패브릭 소재를 사용한다. "바른 자세로 앉으면 보상을 주는 기능을 앱에 넣었어요. 일정 점수를 모으면 앱에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현금성 포인트를 주죠."
생산은 국내 전문업체 P사에서 외주 생산한다. "미국에 수출하는 의자를 전문으로 만드는 제조사에 위탁 생산을 맡겼어요. 국내 유명 의자업체보다 큰 곳인데 수출 위주여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죠. 의자에 들어가는 반도체 회로기판은 직접 설계하죠."
가격은 약 27만~39만 원이다. 기능에 비해 고가는 아니다. "이윤을 거의 포기했어요. 이유는 데이터 확보 때문입니다. 의자를 많이 팔아 사람들의 앉는 자세와 관련한 데이터를 많이 수집해 차세대 스마트 의자를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차세대 스마트 의자는 자세를 파악해 의자가 알아서 자동으로 몸에 밀착하죠."
"허먼 밀러 뛰어넘는다"
최 대표는 원래 창업에 관심이 없었다. 서울대에서 산업공학으로 석사학위까지 받은 그는 대학원에서 스마트 의자를 연구하다가 의자에 관심을 갖고 창업했다. "대학원 시절 국가연구개발 과제로 의자 등받이에 적외선 감지기를 내장해 앉는 자세를 분석하는 의자를 연구했어요. 그때 만난 허리 아픈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스마트 의자를 본격적으로 연구해 취직 대신 창업을 택했죠."
엉뚱하게도 그는 의자 개발을 위해 유튜브를 먼저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의자를 연구하면서 의자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2018년 의자 분석을 위한 유튜브 채널 '자왕TV'를 만들었어요."
2년 이상 자왕TV를 운영하며 그는 100개 이상의 의자를 분석했다. "수백만 원대 의자를 직접 구입해 앉아보고 뜯어보며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솔직하게 올렸죠. 월 1만 명 이상의 구독자들이 꾸준히 영상을 보며 의자 구입에 도움을 줘서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어요."
그렇게 의자에 대해 속속들이 파악한 뒤 그는 2020년 1인 창업을 했다. 지금은 직원이 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는 등 사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잘못된 외주 개발업체에 돈을 먼저 줬다가 돈만 떼인 적이 있어요. 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해요."
첫 제품 알람체어는 창업 1년 만인 2021년 5월 출시했다. "알람체어는 지금까지 500대 팔았어요.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팔았는데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0년 차 마케팅 전문가를 얼마 전 영입했죠. 올해 목표는 누적 판매 3,000대를 넘겨 매출 10억 원을 올리는 것입니다."
투자는 하나벤처스, 씨엔티테크 등에서 누적으로 12억 원을 받았다. "추가 투자 유치를 준비 중입니다. 투자를 받으면 내년 출시를 목표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그의 목표는 의자 분야에서 샤넬로 통하는 미국의 명품의자 허먼 밀러를 뛰어넘는 것이다. "이용자 건강을 지켜주는 유일한 의자라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면 가능하다고 봐요."
좋은 의자 고르는 요령
최 대표에게 좋은 의자를 고르는 요령과 바르게 앉는 법을 물었다. 우선 그는 가격을 20만 원대 이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좋은 의자는 소재 원가만 10만 원 이상 나와요. 따라서 최소한 20만 원 이상 제품을 골라야죠."
가격을 정했으면 반드시 앉아보고 구입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높이다. "책상 앞에 앉았을 때 손목이 위나 아래로 꺾이지 않도록 의자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해요. 이때 발뒤꿈치가 들리거나 뜨면 안 돼요.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야죠."
앉을 때는 최대한 깊숙이 앉아야 한다. "엉덩이가 등받이에 닿도록 최대한 깊이 앉고 무릎을 허벅지보다 낮게 조절하는 게 좋아요. 무릎이 높으면 오금이 떠서 허리와 엉덩이에 부담을 주죠."
사용 기기도 중요하다. "노트북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는 게 좋아요. 키보드 높이와 거리 조절이 안 돼 등받이에 등을 붙일 수 없어 몸에 무리를 주죠. 만약 노트북을 꼭 써야 한다면 대형 모니터와 무선 키보드를 연결해 사용하는 게 좋아요."
세계 3대 명품 의자로 꼽히는 허먼 밀러의 '에어론', 스틸케이스의 '립체어', 휴먼스케일의 '프리덤'에 대한 개인 평도 들어봤다. 모두 200만 원 이상의 비싼 의자들이다. "세계 3대 명품 의자는 모두 훌륭한 제품들인데 서양인 체형에 맞춰 제작된 것이 문제죠. 따라서 체구가 작은 한국인은 오히려 앉기 불편해요. 특히 여성들에게는 가장 작은 사이즈도 커서 앉으면 힘들죠. 그나마 휴먼스케일의 프리덤이 비교적 몸에 잘 밀착돼 인체공학적으로 잘 만들었어요."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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