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베트남 협력, 탈냉전 종언의 산물… 한국 수혜자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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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베트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10, 11일) 기간 외교 관계를 가장 낮은 수준의 '포괄적 동반자'에서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미국 싱크탱크 하와이 아시아·태평양 안보센터의 동남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부빙 교수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베트남 관계 격상은 '중국 억제'라는 공통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두 국가의 협력 강화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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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억제' 공통 의도 맞아떨어진 결과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에 새 기회 열릴 듯"
미국과 베트남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방문(10, 11일) 기간 외교 관계를 가장 낮은 수준의 ‘포괄적 동반자’에서 최고 단계인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미국은 대규모 투자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지원 방안이 대거 담긴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의 금수 조치에 묶여 있던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에 구글, 인텔 등 미국 대표 기업들이 앞다퉈 달려가면서 격세지감을 실감케 했다.
베트남이 그간 중국의 반발을 고려해 미국과 거리를 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밀착'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베트남은 왜 하필 지금, 미국의 손을 덥석 잡았을까. 미국 싱크탱크 하와이 아시아·태평양 안보센터의 동남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부빙 교수는 12일 한국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베트남 관계 격상은 ‘중국 억제’라는 공통의 의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두 국가의 협력 강화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팽창주의에 미-베트남 밀착은 ‘필연’
부빙 교수는 양국의 밀착을 ‘탈냉전 시대 종언'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중 패권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지금은 강대국 간 경쟁이 거세지는 시기”라며 “국가 간 충돌이 잦아지는 상황에서 힘의 균형을 고려할 수밖에 없던 베트남이 내린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도 중국을 꼽았다. 베트남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우방으로서 정치적 연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영토확장 야욕을 밀어붙이고 국경을 맞댄 캄보디아·라오스에서 영향력을 키운 결과, 베트남으로선 균형추 역할을 할 미국과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게 부빙 교수의 설명이다. 2013년 1단계 외교 관계(포괄적 동반자)를 맺은 뒤, 10년간 추가 격상을 요구해 오던 미국의 구애를 외면하던 베트남이, 돌연 ‘최고 파트너로 상승’이란 파격을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부빙 교수는 이어 “미국 역시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지배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50년 전 총구를 겨눴던 양국의 관계 격상은 ‘중국 세력 확장 저지’라는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도발과 팽창주의 전략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두 나라가 손잡은 건 필연적 결과라는 얘기다.
”대나무 외교 전략 유지 어려워질 듯”
미국과 베트남의 연대가 아·태 지역 안보 지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부빙 교수는 “양국 관계 개선으로 지역 내 세력 균형이 재배치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한국, 일본, 대만처럼 해양법과 국제법을 준수하고 옹호하는 국가들이 이전보다 베트남을 지지하고 더 많은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이 강대국들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대나무 외교’ 전략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경제적 측면에선 미국과 베트남의 우호 증진이 한국에도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부빙 교수는 짚었다. 그는 “한국은 세계 하이테크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데다 이미 (경제·산업 분야와 관련해) 베트남에서 큰 영향력을 미치는 만큼, 미국의 ‘프렌드쇼어링(동맹 및 우방국과의 공급망 구축)’ 전략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트남이 미국의 공급망 재편 구상 한 축이 되면서 베트남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타진 중인 한국 기업들에도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은 미국보다 10개월 앞선 지난해 11월 베트남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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