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성공률 1.6% ‘주민소환’…정족수·투표율·비용 ‘산 넘어 산’
충청북도와 경기 고양시 등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자체장들에 대한 주민소환은 2007년 제도 도입 이래 여러 차례 추진됐지만, 실제 소환까지 간 사례는 거의 없다. 법적 소환 요건을 채우기 쉽지 않을뿐더러, 예산 부담과 정치적 악용 가능성 등을 들어 제도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충북지사, 상주·파주시장 주민소환 중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주민소환 운동이 진행 중인 지방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지사, 김경일 파주시장, 강영석 상주시장 3명이다. 김영환 지사는 14명이 숨진 지난 7월 오송 참사를 계기로 소환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지난달 14일부터 청주 등 충북 전역에서 주민소환 서명을 받고 있다. 이들은 김 지사 주민소환 청구 이유로 △오송 참사 △제천 산불 때 술자리 파문 △친일파 파문 등을 들었다. 이현웅 김 지사 주민소환 본부 대표는 “주민소환 서명·독려 수임인 600여명이 등록하는 등 충북 전역으로 주민소환 열기가 확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행복 상주 만들기 범시민연합’도 지난달 17일 강영석 경북 상주시장 소환운동을 시작했다. 강 시장의 통합 신청사 건립 정책이 계기가 됐다. 김경일 파주시장 주민소환운동본부는 지난 7월31일부터 김 시장 소환을 위한 서명 작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김 시장의 ‘황제 수영 강습’ 등을 소환운동 사유로 들었다. 앞서 경기 고양 비리척결운동본부 등이 지난 7월7일부터 추진했던 이동환 경기 고양시장 주민소환은 46일만인 지난달 24일 중단됐다.
■ 주민소환 반대도 봇물
김영환 충북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운동 못지않게 ‘김영환 지키기’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7일 국민의힘 충북도당이 “혼란만을 부추기는 주민소환 중단하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이후, 충북도의회 등 충북지역 광역·기초 지방의회 12곳 가운데 청주·영동을 뺀 지방의회 10곳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민소환 중단 촉구 성명을 냈다. 지난 6일 충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태훈 국민의힘 의원은 “주민소환은 도민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다. 도민 안전을 담보로 정쟁하지 말라”고 밝혔다.
보수성향 단체들의 주민소환 반대 운동도 거세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 등은 지난달 30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 지사 관련 주민소환 청구 사유는 의혹·선동 정도”라며 “주민소환이 내년 총선 사전운동 의혹이 짙은 만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경북 상주시 공무직노동조합은 지난 7일 상주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신청사 건립 관련 왜곡 주장과 주민소환으로 인한 지역 분열을 바라지 않는다. 주민소환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상주발전시민단체연대도 주민소환 철회를 요구했다.
■ 주민소환 성공률 1.6%…예산은 지자체 몫
주민소환 제도는 2007년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이 만들어지면서 도입돼 지난해 말까지 125건이 추진됐다. 하지만 실제 소환 투표까지 간 것은 11건이며, 나머지 114건은 서명미달·포기·철회 등으로 무산됐다. 주민소환이 성사된 것은 지난 2007년 화장장 건립 관련 갈등에 연루됐던 하남시의원 2명뿐이다. 성공률로 따지면 1.6%다.
주민소환 성사가 드문 것은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주민소환을 하려면 청구인 서명 정족수를 채워야 하는데, 광역단체장은 19살 이상 유권자의 10%, 기초단체장은 15%를 넘겨야 한다. 지방의원은 더 까다로워 유권자의 20%가 기준이다. 현재 소환운동이 진행 중인 충북은 12월12일까지 120일 동안 13만5438명, 파주·상주는 60일 동안 각각 6만1004명, 1만2546명이 넘는 유권자 서명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역대 주민소환 무산 사유를 보면, 서명 미달 63건, 중도 철회 41건이었다.
청구인 서명을 채워 주민투표가 발의돼도 투표율 33.3%를 넘겨야 개표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경기 과천시장, 2009년 제주지사 등 9차례 주민투표가 이뤄졌지만 모두 투표율 미달로 투표함조차 열지 못했다. 엄태석 서원대 교수(복지행정학과)는 “단체장을 뽑는 지방선거 투표율이 50% 안팎인데 주민소환 투표율 33.3%를 넘기기는 쉽지 않다”며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공직 박탈 수단보다는 선출직에 대한 정치적 경고나 압박 수단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했다.
비용을 오롯이 지방자치단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부담이다. 지난달 충청북도는 26억4400만원, 상주시는 3억1천여만원을 주민소환 서명 관리비용 명목으로 선관위에 납부했다. 만약 주민투표가 이뤄지면 투표 관리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최용환 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소환 청구가 부결됐을 때 청구인에게 필요 경비 일부를 부담하게 하거나, 공직선거법의 기탁금제를 준용해 투표율이 일정 선을 넘기면 되돌려주는 방식도 참조할 만하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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