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시장 주도권 '재사용' 아닌 '재활용'이 쥔 까닭은?

이세연 기자 2023. 9. 13.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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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이 아닌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서 광물을 회수해 새 배터리로 가공하는 폐배터리 사업이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을 위한 국가 정책적 노력이 필수"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재활용·재사용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두 방향 모두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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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전쟁4 폐배터리 시장 뛰어든 한국] ③재사용 보다 재활용 사업에 몰리는 기업들
[편집자주] 광산이 아닌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서 광물을 회수해 새 배터리로 가공하는 폐배터리 사업이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광산'으로도 불리는 폐배터리 사업은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유럽연합(EU) 등의 새 규제 대응 뿐아니라 '핵심 광물 확보'라는 경제적 이유에서도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들에게 중요하다.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 배경과 한국 폐배터리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살펴 본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인기자

폐배터리 시장에서 '재활용(Recycle)'과 '재사용(Reuse)'이란 말은 다르게 사용된다. 재활용은 재사용이 어려운 폐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원재료를 습식 및 건식제련 과정을 거쳐 추출해 새 배터리에 탑재하는 걸 의미한다. 재사용은 폐배터리를 수거한 후 진단·선별 등을 거쳐 다른 용도로 쓰는 것을 말한다. 재사용의 경우 주로 전기차 배터리보다 낮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 충전소, 전기자전거 배터리 등에 쓰인다.

현재 폐배터리 시장에서 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분야는 재활용 사업이다. 재사용과 비교해 재활용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재사용 배터리의 한계 때문이다. 특히 재사용 배터리의 낮은 안전성이 기업들 입장에서 진출에 걸림돌이다. 배터리를 재사용하면 발화나 폭발 등을 막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가 필수다. 하지만 현재는 폐배터리 분리와 수거, 안전성 평가 등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나 유럽 등에 비해 폐배터리 재사용에 대한 법과 제도 정립이 늦은 만큼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기적으로 안전성과 관련한 책임소재 이슈가 표준화와 보험 등으로 해결될 걸로 전망된다. 현재는 오는 10월부터 안전성 검사제도가 시행되는 등 국가 차원의 표준화가 점차 이뤄지는 단계다.

수익성도 재활용 시장에 기업들이 더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특히 배터리 셀 제조사가 주도하는 재활용 사업의 경우, 자사 배터리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폐배터리를 재활용해 새로운 배터리를 만들면 신품 대비 30~50%의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수 금속의 가치가 높을수록 경제성은 높아진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회수 금속 가치는 2020년 이후 3년간 이미 약 3배 올랐다.

핵심광물의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재활용 사업의 장점이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광물의 경우 수요가 늘며 코발트, 흑연 등 일부 광물은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특히 리튬은 리튬이온 배터리에 꼭 필요하나 생산량을 단시간에 급격히 늘리기도 어렵고, 리튬 정제 시설이 칠레와 중국에 몰려 있어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을 활용하면 핵심광물의 해외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천연광물을 정제하는 비용 절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연합(EU)이 공개한 핵심원자재법(CRMA) 중 최근 전기차용 배터리에 적용되는 양극재 소재인 코발트, 니켈, 리튬 등을 재활용 원료로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안을 마련한 것도 주목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폐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할 경우 환경오염 등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리사이클링을 위한 국가 정책적 노력이 필수"라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는 만큼 재활용·재사용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두 방향 모두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세연 기자 2count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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