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금속만 '쏙쏙'…제련기술 업고 '도시광산' 뛰어든 포스코·영풍
[편집자주] 광산이 아닌 폐기된 전기차 배터리(이차전지)에서 광물을 회수해 새 배터리로 가공하는 폐배터리 사업이 배터리 산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도시광산'으로도 불리는 폐배터리 사업은 순환경제 달성을 위한 유럽연합(EU) 등의 새 규제 대응 뿐아니라 '핵심 광물 확보'라는 경제적 이유에서도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들에게 중요하다. 폐배터리 시장의 부상 배경과 한국 폐배터리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을 살펴 본다.
폐배터리 밸류체인의 핵심 공정이자 마지막 단추는 제련이다. 파쇄된 폐배터리에서 핵심 금속을 종류별로 분리시키는 기술은 폐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제련에 특화된 철강·비철금속 기업이 폐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배경에도 이 기술력에서의 우위가 있다. 한국 기업 중엔 포스코와 영풍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의 폐배터리 사업 진출은 비교적 최근 주목 받기 시작했지만 오랜 준비과정을 거쳤다는 공통점도 있다.
폐배터리 제련은 크게 습식과 건식으로 나뉘는데 포스코HY클린메탈이 쓰는 방식은 업계에서 더 일반적인 습식이다. 습식이란 방전된 배터리를 파쇄해 블랙파우더를 만들어 이를 특수용액에 담가 여과·용매·침출 과정을 거쳐 금속을 회수하는 방법이다. 지 대표는 "습식은 효율 측면에서 우수해 폐배터리 물량이 많지 않은 현재 시점에 맞는 방식"이라 했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포스코필바라라리튬솔루션 등과 함께 포스코그룹이 축구경기장 75개 규모로 조성한 이차전지소재콤플렉스의 한 축을 담당한다. 사실 이곳은 실패의 성과물이다. 포스코그룹은 2010년 나인디지트, 2011년 리코금속 등을 인수하며 폐기물에서 유가금속을 회수·추출하는 '도시광산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배터리 광물·소재에 이어 폐배터리 영역에도 뛰어들 수 있었다.
지 대표는 "향후 5~6년 뒤까지가 폐배터리 시장의 태동기라 할 수 있고 이후부터는 성숙기"라며 "폐배터리는 배터리에 비해 10년 후행(後行)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아직 때가 오직 않았지만 가능성은 매우 높은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폐배터리는 버려지지 않는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을 가능하게 할 마지막 열쇠"라며 "폐배터리 시장이 외면받을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결국 회수된 폐배터리를 통해 조달하지 못한 나머지 광물을 자연에서 채취하는 게 일반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큰 경쟁자로는 중국을 꼽았다. 제련 분야에서 막강한 실력을 지녀서다. 다만 중국 폐배터리 시장은 자국 내 물량이 풍부해도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의 경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를 이루고 있어 유가금속 가운데 리튬 정도만을 추출할 수 있다. 동시에 중국 내 과잉투자가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리튬값이 저렴해지면 폐배터리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진다.
영풍은 비철강사업 강화를 위해 노력하다 장고 끝에 폐배터리를 신사업으로 낙점했다.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부하는 제련 기술이 원동력이 됐다. 영풍은 그린사업실을 신설해 폐배터리 사업부서를 별도 분리했다. 지난해 8월 이곳 캠퍼스를 구축한 데 이어 11월에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 세계최초 건실용융 방식의 폐배터리 재활용 파일럿 공장을 구축·가동했다.
지난달 30일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내에 위치한 영풍 그린메탈캠퍼스에서 만난 심태준 영풍 그린사업실장(전무)은 배터리 광물을 광산에서 채굴하는 것 보다 폐배터리를 통한 추출이 가장 경제성있는 방안이라 설명했다. 심 전무는 "광산은 탐사, 자금유치, 시추, 판매 등 프로젝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뿐 아니라, 채굴에 성공한다고 해도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배터리 광물 수요 급증에 따른 관련 광산 개발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데, 이보다 폐배터리 기술이 더욱 빠르게 축적되고 있기 때문에 광물 조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롭게 구축되는 폐배터리 산업에 적합한 정책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현재로서 가장 큰 걸림돌은 폐기물로 분류돼 운반·처리하는 과정에서 여러 법적 걸림돌을 마주친다는 점과, 제련 과정에서 고온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탄소배출이 아직 많다는 점"이라며 "에너지 효율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지만, 폐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당국이 법·제도적 정비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고 했다.
광양(전남)·안산(경기)=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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