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정부·민간 부채 증가...금융불균형 심화” 우려
기준금리 3.5% 동결...고금리 정책 효과 점검 의견도 제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3.5%로 5연속 동결한 지난달 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적절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일부 의원들은 그간 지속해 온 고금리 정책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한국은행이 12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8월 24일 개최)을 보면 금통위원 6명 모두 정부·민간 부문에서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정부·민간 부채, 즉 매크로레버리지가 확대되고 있다. 정책금융 지원 효과에 이어 공급 부족, 집값 상승 기대감이 더해져 부동산 중심으로 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실제 최근 수도권 주택매매 가격이 오르면서 전국의 주택 거래량도 덩달아 증가했다.
가계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대출 수요도 이어지고 있다.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자보상비율도 떨어지는 상황이지만, 은행들이 대출 완화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회사채 대신 대출을 선택한 기업들이 많아졌다. 정부부문 부채 증가세도 확대됐다.
이는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등 긴축 기조를 유지한 주요국과는 다른 흐름이다. 주요국에서는 디레버리징이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오히려 정부·민간에서 동시에 부채가 늘어나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정부·민간 부문 부채가 몸집을 키우면서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으로 쌓였다고 진단했다.
정부·민간 부문에서 부채 축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한 금통위원은 “디레버리징은 고통스럽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만들며, 지속적 경제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며 “코로나 기간 중 누적된 일부 공기업 부채를 포함한다면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공식 통계보다 상당 폭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향후 늘어날 복지 지출 증가를 고려할 때 최대한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민간 부문의 부채 감소와 더불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건 통화정책 운용 측면에서도 중요하다”며 “그간 지속해 온 고금리 정책 효과를 점검해야 하며, 미래 불확실성을 대비해 경제 체질 개선에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민간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 실물과 금융 간 불균형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다른 금통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 전망경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금융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정책목표 간 상충관계가 심화한 것으로 판단해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에 따른 민간 부채 증가를 꼬집었다. 그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민간 부채 증가세 지속,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확대 등으로 실물과 금융간 불균형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 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요인이 중첩돼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요구했다.
향후 물가 오름세가 둔화하겠지만 국제유가, 기상 여건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상황이어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라고 여러 위원이 의견을 모았다.
한 위원은 “디레버리징 지연으로 가계부채 누증이 재개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은 주요 지표가 물가의 하향 안정, 금융불균형 해소를 시사하는 수준인지를 면밀히 점검해 필요 시 정책 긴축의 강도를 조정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다음 회의에서 근원물가 흐름, 원·달러 환율 등 금융시장 동향과 가계부채 증가 정도,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실물경제의 회복 속도,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결정 내용 등을 점검해 가면서 추가로 금리 인상을 할지 여부를 포함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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