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나만 밤이 두려운 게 아니었다

김미경 2023. 9. 1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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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사이좋은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

어느 날 새벽,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내뱉는다.

그날 이후 현수는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가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수진은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매일 밤 불안에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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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고장 난 사람들
가이 레시자이너|448쪽|시공사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는 사이좋은 신혼부부 ‘현수’와 ‘수진’. 어느 날 새벽, 옆에 잠든 남편 ‘현수’가 이상한 말을 내뱉는다. “누가 들어왔어”. 그날 이후 현수는 잠들면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했다가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수진은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으로 매일 밤 불안에 떤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잠’의 줄거리다. 인간이라면 하루에 한 번은 거쳐야 할 ‘잠’이라는 일상 소재를 통해 삶이 무너지는 불안을 그려낸 작품이다.

책은 온갖 종류의 ‘고장 난 잠’을 다룬다. 영화 속 현수처럼 잠결의 이상행동으로 법정까지 선 사람부터 운전하다 잠드는 사람, 아침엔 졸린데 밤만 되면 쌩쌩해지는 사람 등. 잠에 관한 각종 증상들을 분석해 고장난 잠을 자는 원인과 개선 방안을 알려준다.

수면 전문의이자 신경의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성인 열명당 한명은 만성 불면증에 시달린다. 수면무호흡(코골이)은 열다섯명당 한명꼴이고, 하지불안증후군은 스무명당 한명이 겪는 수면 장애다. 많은 사람은 이를 카페인이나 과로 탓으로 돌리지만, 책은 수면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많은 환자를 진찰하고 검사하며 저자가 내린 결론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심각한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다.

너무 많이 자도 문제고 너무 적게 자도 문제인 잠. 그렇다면 잘 자는 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잠이 ‘고장’ 났다고 말하는 이유는 고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한 삶은 ‘생각보다 수면장애가 나와 가까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잠을 고칠 수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고 말한다.

잠이 보약이라는 옛말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오묘하고도 복잡한 잠의 세계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오늘밤도 잠 못 이룬다면, 잠 못 드는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 깨어 있는 외로움을 조금은 상쇄할 수 있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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