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이 사람] 소극적 대응으로 도마 오른 모로코 국왕
강진으로 사망자가 속출한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국왕 모하메드 6세(60)를 둘러싼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고 11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절대권력을 가진 국왕이 지진 수습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모로코는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왕국 중 하나다. 788년 최초의 통일 왕조 수립 후 수차례 왕조가 바뀌었고, 20세기 들어 프랑스와 스페인 보호령 시기도 거쳤으나 왕정체제 근간은 유지됐다. 현 왕실의 뿌리 알라우이트 왕조는 1665년에 개창됐다. 1962년 제정된 헌법에서는 국가 체제를 입헌군주국으로 규정했지만, 절대왕정의 요소가 곳곳에 남아있다.
국왕은 3권(입법·사법·행정)을 초월하는 존재이자 국가 최고 종교지도자이며, 군사·외교 등 국가 전반의 정책 결정에서 절대 권력을 갖는다. 입헌군주제를 표방했을 뿐 사실상의 전제왕정이라는 평가다.
이런 시스템에서 1999년 7월 만 35세의 나이에 왕위에 오른 모하메드 6세는 한때 젊은 개혁 군주로 주목받았다. 특히 2011년 아랍권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진 민주화 시위 ‘아랍의 봄’의 여파로 모로코 왕정마저 흔들릴 조짐을 보이자, 모하메드 6세는 총리 권한, 사법부의 독립성, 여성 지위 강화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끓어오르는 민심을 다독이고 선제적으로 위기를 타개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즉위 이래 지속되는 만성적 경제난에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은 채 호화 생활을 누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2010년 위키리크스는 모하메드 6세를 필두로 한 모로코 왕실 인사들의 부패가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또 중동 전문 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는 지난해 7월 “모하메드 6세는 높은 물가 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는커녕 (국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낼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 모로코인들이 경제난에 허덕이는 동안 아무렇지 않게 부를 축적하고 호화 생활을 누리는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모하메드 6세는 지진 발생 당시 머무르던 8000만유로(약 1142억원) 상당의 고급 저택 등 프랑스 곳곳에 고가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신병 치료차 프랑스에 머물던 그가 지진 발생 다음 날인 9일 바로 귀국한 뒤, 모로코 국영 매체들은 국왕이 지진 대책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내보내고 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보도했다. 민심 이반을 우려한 선제적 대응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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