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여행부터 소행성 자원 탐사까지… ‘1조달러’ 우주 선점 경쟁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우주 로켓이 180차례 발사됐다. 전년보다 44회나 증가해 우주 탐사가 시작된 이래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가장 많은 로켓을 발사한 스페이스X(61회)는 평균 6일에 한 번꼴로 발사체를 우주로 보냈다. 올해는 100회 달성이 목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62회), 러시아(21회), 뉴질랜드(9회), 유럽·인도(이상 5회)에서도 활발하게 우주 로켓을 발사했다. 소행성 연구, 달 탐사 등 심(深)우주 개발을 노린 로켓 발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달 착륙선을 발사한 인도는 1년여 만인 지난달 23일에 달 남극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이달 초에는 태양 관측선을 쏘아 올렸다. 일본도 올 초 한 차례 발사 실패 아픔을 딛고 지난 7일 새 달 탐사선을 로켓에 실어 발사했다.
글로벌 우주 개발 사업이 지구를 벗어나 달, 화성, 소행성을 무대로 무섭게 확장하고 있다. 지구 저궤도에 통신·관측 위성을 보내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광물 채취, 과학 연구, 우주기지 개발 사업 선점을 위한 ‘우주 전쟁’으로 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주 시장이 팽창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불과 30~40년 전까지 우주 산업은 미국·러시아(소련) 양강 체제였는데 이제는 전 세계 우주 개발 기업·기관이 70곳(지난해 기준)으로 늘어나면서 춘추전국시대가 됐다.
◇지구는 좁다… 달·화성으로 간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심우주 개척을 위해 필요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이다. 수백kg~수 톤 무게의 위성과 달리 수십 톤 나가는 달·화성 탐사선을 먼 우주로 보내려면 로켓 출력을 이전보다 10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발사체 ‘스타십’은 로켓 엔진이 내는 추력이 7590t이다. 120m가 넘는 거대 로켓의 등장에 경쟁국들도 벌크업하듯 로켓의 힘과 크기를 키우고 있다. 중국이 유인 달 탐사선을 발사하려고 개발 중인 ‘창정 10호’는 첨단 액체 산소 엔진을 적용해 추력을 130t까지 늘렸다. 로켓 길이는 90m가 넘는다.
달, 화성에서 인류가 장기 거주하는 사업도 궤도에 오르고 있다. 신도시처럼 인류가 달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지하자원을 활용해 건물을 세우는 ‘달 대장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구에서 건설용 자재를 가져가는 대신 달의 표토를 이용해 건설 자재를 제작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러시아는 중국과 공동 탐사선 개발 및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로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착륙에 성공한 중국은 2024년 창어 6호로 달 남극 착륙에 도전한다. 2030년 이전에 유인 우주선의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도 2032년 달착륙, 2045년 화성 탐사가 목표이다.
로켓 발사 비용이 크게 낮아지자 민간 우주여행 시장도 열렸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지난 6월 민간인 3명을 태우고 우주 경계선인 고도 85㎞까지 올라가는 상업 우주 관광 비행에 성공했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도 ‘뉴 셰퍼드’ 로켓을 이용해 지금까지 우주 관광에 6번 성공했다. 전문 우주 비행사가 아닌 일반인도 우주에 갈 수 있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미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앞으로는 매달 우주 관광 비행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우주 자원 선점 경쟁
전 세계 우주 기관, 기업들은 무궁무진한 우주 자원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천체물리학자 닐 더그래스 타이슨은 “소행성에서 천연자원을 가장 먼저 발굴하는 사람이 첫 번째 조(兆)만장자(trillionaire)가 될 것”이라고 했다. 노아 포포낙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는 “축구장 크기만 한 소행성 하나에도 많으면 500억달러(약 66조원) 가치의 백금이 매장돼 있다”고 했다.
NASA와 애리조나주립대는 다음 달 소행성 프시케에 탐사선을 발사한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프시케는 대부분 금·니켈·철 같은 금속으로 이뤄져 있다. 연구진은 “200㎞ 폭의 프시케에 묻힌 철의 가치만 1000경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인 미국의 아스트로포지도 다음 달 소행성으로 채굴 우주선을 띄울 계획이다. 이 회사는 백금, 팔라듐, 이리듐 같은 백금류 금속을 노리고 있다. 레이저로 소행성 표면의 물질을 증발시킨 다음 증기 속에서 필요한 물질을 채집하는 기술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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