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향자, 대안연대, 문화계… 외연 넓히는 김기현
총선을 7개월 앞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외부 인사들과 접촉을 확대하고 나섰다. 대선 승리 후에도 분열돼 있는 보수 진영을 통합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사람들을 모아 ‘빅 텐트’를 친다는 구상이다. 여전히 당정(黨政) 일체가 강조되는 분위기이지만 대표 취임 6개월을 넘긴 김 대표가 인재 영입, 인사, 정책 등에서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 대표는 12일 오전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만들고, 대표를 맡은 한국의희망 대표단을 만났다. 김 대표는 양 대표에 대해 “성공 스토리로 많이 알려진 분이고 많은 국민이 긍정적으로 보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양 대표는 삼성전자 상무 출신으로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국민의힘 반도체 특위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비공개 대화 때 김 대표는 양 대표가 이야기할 때마다 “생각이 같은 부분이 많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연구개발 예산이 대폭 삭감된 데 대해 양 대표가 비판하자 김 대표는 “변화를 일으키려면 여당과 함께해 주셔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 대표 측은 오는 19일 창당 발기인 대회를 하는 금태섭 전 의원의 ‘새로운 선택’과도 기회가 되면 만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날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낸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 서민 단국대 교수 등 10명과 비공개 오찬을 했다. 양측은 그간 활동 등을 서로 묻고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들은 운동권 출신이거나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했지만 최근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권의 비과학적 주장을 비판해 왔다. 민 대표를 비롯해 주대환 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 1985년 미국 문화원 농성을 주도했던 함운경씨는 지난 8월 민주화운동동지회를 출범시켰고, 일부는 12일 ‘대한민국 재건축 조합 설립 추진위’를 결성, 친북 운동권 청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중 일부 인사들은 내년 총선 때 민주당 ‘586 정치인’에 대한 대항마로, 정치권에 영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엔 ‘문화자유행동’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이용남 영화감독, 이재경 전 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최범 문화평론가 등이 공동대표를 맡은 단체로, 문화계 내에서 자유민주주의 발전과 이권 카르텔 혁파를 내세워 창립됐다. 좌파가 주류인 문화계에서 보수의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이다. 최범 평론가는 좌파 예술 단체인 민예총 간부 출신이다.
김 대표는 축사에서 밴드 ‘자우림’ 출신 김윤아씨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지옥에 대해 생각한다”고 쓴 것을 언급하며 “개념 연예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 너무 많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계 이권을 독점한 소수 특권 세력이 (문화를) 선동의 전위대로 사용하는 일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민의힘 소속인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참석했다.
당내에선 용산과 한목소리를 강조하는 가운데, 김기현표 빅 텐트 구상 역시 ‘깜짝 영입’보다는 내부 통합과 점진적 확장이 될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김 대표가 대선 후에도 통합되지 못한 보수를 규합한 후 다양한 경력,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당의 외연을 확대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젊은 보수’ 를 내세우며 자신과 각을 세웠던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과 조찬을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비롯해 누구를 인위적으로 배제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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