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이 대표의 ‘몸통 바꿔치기’ 무한도전
이 대표 의혹 상대방 것으로 둔갑… 이런 ‘기술’ 아직도 통하는 게 문제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2014년 6·4 지방선거 하루 전날, YTN은 ‘성남시장 후보자 불법 음성 파일 유포 적발’이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새누리당 성남시장 후보의 동생이 이 대표 형수 욕설 파일을 유포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런 적이 없었고 허위 보도였다. 대장동 업자 김만배씨 후배로 천화동인 7호 소유주인 배모씨가 YTN 동료 기자에게 허위 사실을 제보했다. 보도가 나가자마자 이 대표는 트위터에 공유하고 “이분의 도덕성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라고 했다. 보도한 기자는 배씨에게 100만원을 받았지만 기사 작성 대가가 아니라 그냥 빌린 돈이라고 했다.
최근 드러난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와 생산 및 유통 구조가 거의 같다. ‘윤석열 커피’도 대선 3일 전 보도됐다. 여기도 녹음 파일이 등장하고 보도되자마자 이 후보가 전광석화처럼 페이스북에 올렸다. 제보자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도 인터뷰 후 김만배씨에게 1억6500만원을 받았지만, 책값이라고 주장한다.
2014년 보도는 형수 욕설로 궁지에 몰린 이 대표가 거꾸로 상대 후보의 도덕성을 비난하는 계기가 됐다. 작년 ‘윤석열 커피’는 대장동 비리 ‘몸통’을 이 대표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 바꾸려 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부정·비리 의혹을 비틀어 상대방 잘못으로 뒤집어씌우는 데 이 대표처럼 능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이 대표는 성남에서 변호사를 하며 정계 진출을 노리던 2002년에도 ‘몸통 바꿔치기’를 했다. 출마 시 공천 경쟁을 벌여야 할 같은 당 김병량 성남시장이 타깃이었다. 이 대표는 김 시장의 분당 파크뷰 비리 관련설을 퍼뜨리기 위해 KBS 피디에게 수원지검 검사 이름을 알려주고 그 검사를 사칭해 김 시장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옆에서 질문 내용도 알려줬다. 통화 후 피디가 검사 사칭 녹음을 그대로 보도할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표는 “제3자가 방송사에 제보하는 식으로 하자”며 자신이 제보자인 양 연출하고 얼굴을 가린 채 테이프를 건네는 장면을 찍었다. 공범이 제3자로 둔갑한 것이다. 조작된 방송이 나가고 김 시장이 이 대표를 고소하자 이 대표는 무고라며 김 시장을 맞고소했다. 가짜 뉴스를 만든 장본인이 피해자를 무고죄인으로 만들려 했다.
이 대표는 대선에 진 후 ‘대선 패배 책임자’인 자신을 ‘대선 패배 수습 책임자’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국회의원, 당대표에 거푸 출마했다. 자신이 책임질 일이 생길 때마다 정반대로 간다. 기자들이 민주당 돈 봉투 의혹을 물으면 “국민의힘 공천 헌금 수사는 어떻게 돼가느냐”고 묻고,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할 것이냐는 질문엔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하느냐”고 답했다. 쌍방울 방북 비용 대납 의혹은 “이화영 부지사가 나 몰래 독단적으로 한 일”이라고 한다. 부지사가 도지사 몰래 그런 일을 꾸밀 수 있나. 아무리 측근이라도 서슴없이 몸통 바꿔치기에 이용한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공산 전체주의’를 언급하자 “용산 전체주의를 막겠다”고 한다. 이 정도면 습관이다.
이 대표는 소년공 출신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가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를 거쳐 대통령 후보, 다수당 대표까지 됐다. 불우한 시절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존의 기술’을 익혔을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기술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 기술이 통하는 나라는 후진국이다. 우리 정치권에서 아직 통한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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