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요새라는 김정은 전용 열차… 그가 타는 칸만 방탄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번 방러에 이용한 전용열차는 ‘요새’나 다름없는 각종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 있다. 북한 매체는 지난해 10월 방영한 기록영화를 통해 김정은 특별열차 내부 영상을 공개했는데, 당시 영상을 보면 김정은은 회의용 탁자와 노트북, 컴퓨터 모니터와 전화기 등이 구비된 ‘움직이는 집무실’에서 간부들 보고를 받았다. 2018년 김정은 방중 당시 공개된 특별열차 내부 영상엔 응접실로 보이는 공간이 노출됐는데 고급스러운 바닥재와 핑크빛 가죽 소파, 중국 지도가 나와 있는 대형 스크린 등이 눈에 띄었다.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01년 방러 당시 3주간 전용열차에 탑승했던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전 러시아 극동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2002년 ‘동방특급열차’라는 책에서 열차 내부에서 숙소 전용 칸, 회담장, 식당, 김정일 전용 벤츠 두 대를 봤다고 묘사했다. 그는 “푸틴 전용열차보다 훨씬 안락했다”고 했다.
열차는 위성통신 설비도 갖추고 있었고 전자지도 화면 스크린을 통해 이동 경로가 지도에 표시됐고, 통과하는 각 지역 특색과 경제현황, 뿔 달린 가축 수까지도 화면에 떴다고 한다. 객차 2칸에는 경호를 위해 러시아 측이 보낸 저격수 50여 명이 나눠 탔다. 무기도 함께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용열차는 흔히 ‘방탄열차’로 불리지만 열차 전량이 방탄은 아니라고 한다. ‘최고 존엄’ 전용 칸만 방탄용 철판이 깔린 것일 뿐 다른 객차들은 평범한 디젤 열차라는 사실도 이 책에 담겨 있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이번에 이용한 열차도 전용 칸만 방탄 기능이 구비됐을 것”이라며 “열차 전량이 방탄이면 중량이 너무 무거워 이동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전용열차는 속도가 매우 느리다. 열차 무게가 상당하고 러시아와 북한 양국의 철로 상태가 낙후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오후 평양을 출발한 김정은이 러시아 하산까지 가는 데 이틀이나 걸린 이유다. 러·북 철도 현지조사 경험이 많은 안병민 북한경제포럼대표는 “북한 철로는 말할 것도 없고 러시아 하산~블라디보스토크 320㎞ 구간 가운데 하산과 바라노프스키 구간은 러시아 내에서 노후화가 가장 심각한 철로 구간으로 최고 속도가 시속 50㎞를 넘지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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