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억대 예산 ‘세월호 지원단’, 올해 회의 한번 안 열었다

김태준 기자 2023. 9. 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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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활동 없이 혈세만 줄줄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 회원들이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가진 4.16세월호참사 10주기 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추모공간에 노란 꽃을 붙이고 있다./뉴스1

올해 회의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4·16 세월호 참사 피해자 지원 및 희생자 추모 사업 지원단’에 내년 예산 1억여 원이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파견된 공무원 8명의 인건비 수억 원은 각 부처에서 따로 나가고 있다. 이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9년이 지나 행정 조직의 필요성이 줄었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이 조직의 운영 시한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치권에선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법 개정에 소극적이라 누구도 “없애자”는 말을 못 하는 실정이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치권에서 특별법으로 지원 조직을 만들고 이후 방치한다면 국민 세금이 낭비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12일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직속 세월호 피해 지원단에는 내년 예산 1억8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지원단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2015년 설치된 조직인데, 2020년 이후로 지난해까지 회의 5번을 한 것 외에는 활동이 없었다. 이 5번도 모두 서면 회의였다. 지원단엔 2015년 이후 매년 1억~2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이는 세월호 특별법에 피해 지원단을 언제까지 운영한다는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특별법을 만들 때 지원단에 피해자 지원·추모 사업 관련 사안 등의 심의·의결을 맡기자는 것만 정한 것이다. 홍석준 의원은 “애초에 법을 만들 때 부칙으로 시한을 정하지 않은 게 문제”라며 “앞으로 특정 단체 지원 법률에 대해서는 시한을 정하고 다시 지원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내년 예산 사용처는 행정실무원 1명 인건비와 회의에 소요되는 경비 등이다. 지원단의 규모(당연직)는 현재 행정실무원 1명을 포함해 9명인데, 나머지 8명은 다른 부처에서 파견 온 공무원이다. 파견 공무원들의 인건비는 원소속 기관에서 부담한다. 지원단 예산으로 잡히지 않을 뿐이지 이들의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지원단에 5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지원단 관계자는 “세월호 지원·추모 사업들이 코로나로 인해 2년 정도 차질이 빚어진 게 많다. 이런 사업들이 목표한 일정을 맞출 수 있도록 점검하는 업무는 필요하다”며 “정리할 수 있는 부분은 정리하면서 조직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나 기한이 없어 앞으로 예산이 얼마나 투입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 이를 막으려면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기한을 둬야 하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지적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지원단 종료 시점을 두자는 건 어느 의원도 얘기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야당은 당연히 반대할 것이고, 여당 또한 괜히 세월호 문제를 들쑤시는 게 부담스럽다. 예산 몇 억원은 나라 예산에서 작은 비율이니 덮고 넘어가는 편이 편하다”고 했다.

문제는 세월호 피해 지원단 같은 선례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야당이 단독 처리를 시사한 ‘이태원 특별법’에는 세월호 특별법과 마찬가지로 피해자 구제·지원 업무를 위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 구제 심의 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법이 통과된다면 세월호 지원단처럼 계속해서 예산이 나가는 조직이 생기는 것이다. 앞으로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법으로 지원 조직을 설립한다면 조직·예산이 방만해진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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