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용도 높고 부채비율 낮아” 깐깐한 日투자자 마음 열었다[딥다이브]
첫 사무라이본드 예상밖 흥행 대박
“日국채만큼 안전” 지방서도 몰려
기업들 저금리로 자금조달 길 열려
기획재정부가 700억 엔(약 6318억 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한 건 7일. 25년 전 외환위기 당시 국내 거주자를 대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한 적은 있지만, 해외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사실상 한국 정부의 사무라이 본드 시장 데뷔전이었다.
기재부와 주간사회사에 따르면 결과는 흥행 성공이었다. 글로벌 투자자와 일본 대형 투자기관은 물론이고 현지의 소규모 지방은행들까지 대거 주문을 냈다. 일본 지방 투자자들은 낯선 자산에 투자하길 꺼리는 보수적 성향이라 투자업계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다.
이번 거래 주간사회사 중 한 곳인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예전엔 상상도 못 했던 금액으로 지방 투자자들이 참여했다”고 놀라워했다. 이번 외평채 금리가 올해 일본에서 발행된 모든 사무라이 본드 중 최저 수준(3년물 0.475%)이란 점에서 더 의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의 건전 재정정책 기조도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요인이었다. A 씨는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이 일본보다 매우 낮은데도 한국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로 가고 있다는 점이 일본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고 전했다. 한국의 정부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8.7%, 일본은 263.9%다.
기재부 역시 좋은 타이밍에 성공적으로 엔화 외평채를 발행했다고 자평한다. 초저금리 발행으로 조달비용을 아낀 데다 마침 엔화 가치가 바닥권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외평채 발행으로 조달한 700억 엔은 모두 환전 없이 엔화로 계속 운용된다. 따라서 외화보유액 중 엔화 자산이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만약 엔화 가치가 앞으로 오른다면 달러로 환산한 외화보유액 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만기 시점에 엔화 가치가 급등한다 해도 손해 볼 일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빌려온 엔화를 원화로 환전해 운용한다면 나중에 엔화로 갚을 때 환차손이 생길 수 있지만, 엔화로 운용하기 때문에 환차손 걱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이번 외평채가 향후 국내 기업이 발행할 사무라이 본드의 ‘금리 기준점’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외평채가 매우 낮은 금리로 발행됐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국내 기업의 발행금리도 떨어뜨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국내 기업은 많지 않은 편이지만, 최근엔 대한항공(6월)과 한국투자증권(7월)이 있었다. 일본 투자회사 관계자 A 씨는 “만약 대한항공이 지금 채권을 발행한다면 6월보다 금리를 적어도 10bp(=0.1%포인트) 정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로금리와 엔저를 기회로 삼아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사무라이 본드 발행액은 8452억 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4월에 1600억 엔, 프랑스 금융회사 BPCE가 7월 1977억 엔어치를 발행한 게 대표적이다.
8일 한때 달러당 148엔까지 근접했던 엔화 가치는 이번 주 다시 146엔대로 소폭 상승했다(환율은 하락). 9일 “마이너스 금리 해제(기준금리 인상)도 선택지”라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매파적 발언이 나온 영향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은행이 긴축으로 방향을 잡은 만큼 내년엔 완만한 엔화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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