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55] 신안 대기점도 낙지초무침
갯벌이 좋은 서남해안 어촌의 어민들은 낙지 금어기가 끝나면서 분주하다. 주낙을 만들고, 통발을 교체하고, 가래나 호미를 벼르기도 한다. 어느 어법(漁法)이든 물때를 기다려야 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다. 해와 달이 주는 바다의 시간을 어찌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있겠는가. 이렇게 갯벌과 바다가 내주는 대로 예의를 갖추고 잡는 것이 맨손 어업이다. 맨손 어업이란 맨손을 포함해 가래나 호미 등 단순한 어구를 사용해 어패류나 해조류를 채취하는 것을 말한다. 전남 신안의 대기점도에서 지역 주민의 도움을 받아 맨손 어업의 하나인 묻음낙지 어법으로 낙지를 잡았다.
물때는 바닷물이 적게 들고 적게 나는 낙지 잡기 좋은 조금 물때다. 우선 장화를 신고 목과 발을 줄로 단단하게 묶었다. 푹푹 빠지는 갯벌을 잘도 걷는 어민을 겨우 따라다니며 낙지 서식굴을 찾았다. 갯벌에 많은 구멍이 있지만 그중 낙지 서식굴을 찾아내는 일은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서식굴을 조심스럽게 헤치면 맑은 물이 고여 있다. 그곳에 굴의 방향을 표시하고 주변 흙을 떠서 덮는다. 같은 방법으로 여러 개의 묻음을 만들고 위치를 표시한다. 이제 빠진 바닷물이 들기를 기다려야 한다. 물이 들 무렵 조심스럽게 묻음으로 접근해 덮어 놓은 흙 뚜껑을 들추고 낙지가 보이면 재빨리 잡아낸다. 혹여 눈치를 채고 도망을 치면 굴의 방향으로 손을 쑤셔 넣어 잡기도 한다. 묻음낙지의 조업 과정이다. 물이 들면 낙지가 먹이 활동을 위해 입구로 나오는 것으로 추정한다.
묻음낙지는 낙지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자연 상태에서 잡힌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갯벌의 펄낙지이니 맛과 품질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다. 잡아온 낙지를 회와 초무침으로 조리했다. 낙지회는 도마에 놓고 잘게 자른 후 참기름을 끼얹고 다양한 고명을 올려 먹는 낙지탕탕이다. 초무침은 살짝 데쳐서 막걸리 식초를 더해 채소와 무친다. 그런데 채소는 보이지 않고 낙지가 더 많다. 직접 잡은 낙지라서 그런지 더 맛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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