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 미뤄진 3기 신도시… 청약 예정자들 속탄다

정순우 기자 2023. 9. 13.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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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자들 ‘희망 고문’
고양창릉 지구

3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 강남권과 가장 가까워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거운 경기 하남시 교산지구. 2018년 12월 첫 발표 이후 4년여 만에 토지 보상을 마치면서 올 상반기 중 공사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기존 농가와 축사 등을 철거하는 업체 선정을 두고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주민들이 갈등을 빚으면서 아직 착공을 못 했다. 2025년으로 예정됐던 입주도 빨라야 2027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신도시 청약을 위해 하남에서 4년째 전세로 거주 중인 이모(46)씨는 “가점이 높은 편이어서 다른 아파트 청약에도 도전할 수 있었지만 신도시의 쾌적한 거주 환경과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통장을 아꼈다”며 “입주가 이렇게 늦어질 줄 알았다면 집값이 조금이라도 쌀 때 다른 아파트를 사는 게 나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25만 가구에 달하는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업이 지연되면서 청약을 기다리는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지 보상에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 당초 2025년쯤으로 예상됐던 입주가 이미 1~2년씩 밀렸는데, 여기에 금리 인상, 공사비 상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2030년은 돼야 입주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청약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희망 고문’에 시달리는 것을 막기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픽=양진경

◇3기 신도시 입주까지 10년 걸릴 듯

12일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19년 사이 발표된 3기 신도시 5곳의 입주 예정 시기는 당초 2025~2026년이었지만, 최근 조사에서 이보다 1~2년 밀렸다. 작년 11월 대지 조성 공사를 시작한 인천계양은 당초 2025년 입주를 목표로 했지만 작년 9월 2026년 상반기로 밀렸고, 최근 2026년 하반기로 또다시 밀렸다. 6만8000가구 규모 남양주왕숙도 당초 2021년을 목표로 했던 착공이 올해 6월로 밀리면서 입주 예정 시점도 2025년에서 2027년으로 늦어졌다. 발표로부터 10년 만에 입주가 시작되는 셈이다.

7만 가구로 규모가 가장 큰 광명시흥은 작년 11월 사업계획을 확정했지만 올해 6월에서야 토지 보상을 위한 기본조사에 착수했다. 토지 보상이 늦어지면서 2029년 목표였던 첫 입주도 2030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 개발 일정이 지금 예상보다 더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남교산처럼 예상치 못했던 갈등으로 시간을 잡아먹을 수 있고, 금리나 공사비 부담 때문에 민간 사업자들의 참여도 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 상반기 LH 택지 분양대금 연체액이 1조1336억원으로 최근 10년 중 가장 많았고, 당첨을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3기 신도시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개발 일정은 계속 밀릴 수밖에 없다”며 “신도시 발표 때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일정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했던 것도 워낙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망 고문 막을 특단 대책 필요”

3기 신도시 개발이 늦어지면 가장 큰 피해는 청약 수요자들이 보게 된다. 정부는 2021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1만6000여 가구의 사전 청약을 진행했고, 올 연말까지 3300가구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다. 정부는 사전 청약으로부터 1~2년 내에 본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직 본청약 일정이 확정된 곳은 없다. 사전 청약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 ‘본청약 시점의 분양가는 다를 수 있다’ 등의 조항이 있어 본청약이 늦어지거나 분양가가 크게 높아져도 당첨자들은 이를 문제 삼을 수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도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사전 청약과 비슷한 예약제를 도입했는데, 토지 보상과 발굴 문화재 처리에 시간이 걸리면서 일부 단지는 예약 후 입주까지 10년 가까이 걸리기도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주택 인허가·착공 물량이 급감하면서 공급 절벽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3기 신도시까지 밀린다면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공급을 앞당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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