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만덕터널 효과

강필희 기자 2023. 9.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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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쨍그랑'.

쉴 새 없이 계속되는 톨게이트 동전 소음은 한때 부산 만덕2터널의 단골 민원거리였다.

1988년 개통한 만덕2터널은 평일에는 출퇴근 직장인, 주말에는 나들이객이 몰려 지금도 부산에서 가장 혼잡한 터널 중 하나다.

부산 북구 덕천동과 동래구 온천동을 잇는 만덕1터널이 뚫린 건 1973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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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쨍그랑’. 쉴 새 없이 계속되는 톨게이트 동전 소음은 한때 부산 만덕2터널의 단골 민원거리였다. 1988년 개통한 만덕2터널은 평일에는 출퇴근 직장인, 주말에는 나들이객이 몰려 지금도 부산에서 가장 혼잡한 터널 중 하나다. 통행량이 하루 7만~8만대, 많을 땐 10만대를 훌쩍 넘긴다. 밤낮 구별없이 통행료 동전을 던져 넣는 소리 때문에 주민들이 잠을 못 잔다는 호소가 쏟아졌다. 운영자 측에서 투입구에 고무판을 설치하고 자동 인사말을 없애는 대책을 내놓은 게 2000년대 초다. 2005년 7월부터 터널이 무료로 전환되면서 민원도 자연스레 해소됐다.


부산 북구 덕천동과 동래구 온천동을 잇는 만덕1터널이 뚫린 건 1973년이다. 영주터널(1961년) 대티터널(1971년)에 이어 세번째다. 당시만 해도 동부산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타려면 산성고개나 만덕고개를 넘어야 하는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길이 813m, 왕복 2차로의 만덕1터널이 뚫렸을 때 인기는 말로 다 할 수 없다. 민선 1, 2기 동래구청장을 지낸 이규상 청장이 비교적 수월하게 당선된 데는 만덕터널이 한몫 했다는 후문이다. 공직에 있었던 선친이 터널 개통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만으로 선거운동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평소 그렇게 막히던 부산 진입에 숨통이 트이는 것 같더라.” 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 서부경남으로 벌초를 다녀온 지인이 전한 말이다. 올 7월 1일 개통한 만덕초읍터널 덕일 것이다. 만덕3터널로도 불리는 만덕초읍터널은 북구 덕천동과 연제구 거제동을 연결한다. 1터널 공사가 2년 8개월, 2터널이 3년 9개월 걸린데 비해 3터널은 7년 6개월이나 소요됐다. 그래도 초읍과 연제 이동시간이 10분대로 짧아졌다. 시내버스 노선이 없어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민이 많았으나 최근엔 이 문제도 해결됐다.

부산은 대중교통 정책을 펴기에 어려움이 크다는 게 부산시 담당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산이 도심을 분할하다 보니 도시철도나 시내버스 노선을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고르게 뻗어나가는 방사형 거미줄처럼 깔기가 쉽지 않다. 부산에는 터널이 87개로 8대 특별·광역시 중에서 가장 많다. 그러나 터널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자들의 편의에 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대기오염이 적은 대중교통 친화적 도시는 전세계 모든 선진국이 지향한다. 지형적 단점에도 불구하고 터널처럼 속이 뻥 뚫리는 교통정책을 고민해야 하는 게 부산의 숙명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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